봄에 나는 없었다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1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추리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어이가 없겠지만,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물을 읽은 것은 두서너 권에 불과하다. 그다지 당기지도 않는다. 그러나 필명으로 발표한 이 작품을 읽고 나니 필명으로 지은 작품들에는 관심이 생겼다. 조앤, 머릿속에 스쳐지나가는 몇몇 친구 혹은 선배, 자기만족에 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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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안개 속에서 붉게 타오르는 휘황한 불꽃나무, 윤대녕의 소설은 이 성소聖所에 도달하기 위한 기나긴 도정이며 이 성소에 대한 그리움과 갈망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현실 저편 일상 저편에 자리잡고 있는 그 무엇이 홀연히 이 진부한 사실의 세계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 순간 삶은 무의미한 반복 혹은 추락의 과정이기를 그치고 하나의 불꽃으로 고요히 타오른다. 일상의 나태한 의식으로는 인지되지 않는 낯선 세계가 갑자기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다._남진우(시인, 문학평론가)

 

_그간 윤대녕이 써온 소설은 삶에 관한 저 거창한 명명을 평범한 일상으로부터 증명해내는 일을 해온 것이 아닐까. 그리하여 우리는 윤대녕의 소설을 읽으며 범속한 세계 안에서 구원을 발견하는 일이 어떻게 가능한지 알게 되었고, 더 나아가 우리의 보잘것없는 일상이 세속의 차원을 벗어나는 신비로운 경험도 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종교를 대체한 문학의 한 사례로 윤대녕의 소설을 꼽는 일도 가능해진다. 윤대녕이 지난 이십여 년간 써온 소설은, 그리고 그가 앞으로 쓸 소설도 역시, 평범한 인간의 삶을 이처럼 가장 아름답고 경이롭게 증언한 사례로 남을 것이 분명하다._조연정(문학평론가)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을 한 권씩 읽어보기로 한다.

읽은 책도 있고 읽지 못한 책도 있다.

이 전집 중에서 가장 먼저 읽고 싶었던 책이 이상하게도 윤대녕의 단편집이다.

어쩌면 얼마 전에 읽었던 <도자기 박물관>이 아주 인상깊었던 덕분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의 소설세계에서 기념비적인 이정표가 된 아홉 편의 중단편소설을 한데 묶'었다고 하니

기대가 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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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우리는 거울로 눈을 맞추며 깔깔대고 웃었다. 이런 우리를 보고 어른들은 낙엽 굴러가는 것만 봐도 우스운 나이라고 말한다. 나는 어쩐지 그 말이, 하루하루 나이를 먹어 갈수록 인생이 우울해진다는 의미로 들린다.

 

_어른들은 지난 세대와 지금을 비교하는 것이 무의미한 일이라는 것을 언제쯤 깨달을까. 과거를 미화하고, 지금 여기를 보려 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의 정신이 이토록 빈곤하구나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_"지랄에 이유가 있냐."

 

_내 마음은 여러 사람들이 스쳐 지나며 꽂아 놓은 바늘로 가득하다. 그 수많은 상처 중에서도 가장 지독한 건, 내게 상처를 준 이들이 그 사실을 잊어버리거나 상처를 준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해서 생긴 것들이다.

 

_본디 선생님에 대한 평가란 '사랑해요'가 아니면 '좆같아요'의 극단적인 이분법이기 때문이다. 낮은 확률로 그 중간 어딘가에 위치한 개성 없는 선생님들이 존재하는데, 그게 바로 우리 담임이다.

 

_미치겠다, 이게 대화야?

사람들은 자기가 생각하는 만큼만 생각하고 어른들은 항상 우리를 과소평가한다. 재미있는 점은, 어른들은 늘 아이들의 문제가 별것 아니라고 믿는다는 것이다.

"그게 아니면 도대체 뭐야. 갑자기 이러는 이유가 뭐야!"

윤리 시간에 한 사람은 하나의 우주라고 배웠다. 어느 인간도 방대한 우주를 이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티끌만 보고 우주를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피곤해졌다.

 

_우리는 열아홉이다. 젊다고 하기엔 어리고, 어리다고 하기엔 나이가 너무 많다. 세상이 너무 어둡고 축축해서 살아갈 가치가 없다고 말하기엔 누려 보지 못한 세상이 너무나 넓었고, 세상이 마냥 아름답고 행복한 곳이라고 여기기엔 너무 많은 것을 알아 버린 나이였다. 누가 뭐라든 우리는 열아홉이다. 어리석은 열아홉도, 철없는 열아홉도,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열아홉도 아닌 그냥 열아홉.

시리지만 상쾌한 밤공기에 나는 옷깃을 여미었다.

그래, 춥지 않다. 우리는 춥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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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졌을 때 아무도 없이 스스로를 일으켜야 하는 사람은 외롭다.
높은 곳에서 쓰러지는 사람, 깊은 곳에서 쓰러지는 사람, 먼 곳에서 쓰러지는 사람은 외롭다.
혼자 일어나야 한다. 아무도 없다.
외로운 사람들은 언제나 아무도 없는 곳에 홀로 다다른 사람들이므로 결국 혼자 일어나야 한다.
스스로 눈을 뜨고 스스로 이마를 짚고 스스로 아직 멈추지 않은 심장의 박동을 확인해야 한다.
가장 늦게 지는 별을 바라보는 순간의 낙타처럼,
살아서 지워지지 않는 길을 건너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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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산문]

떠난 자는 떠난 게 아니다.
불현듯 타자의 얼굴로 돌아오고 또 돌아온다.

그들은 떠남으로써 스스로를 드러내고,
끝내 돌아오지 않음으로써 사랑받을 만한 존재가 된다.
사랑하는 것들은 대체로 부재중이다.

떼어낸 만큼 온전해지는, 덜어낸 만큼 무거워지는
이상한 저울, 삶.

어떤 상실의 경험은 시가 되는 것을 끈질기게 거부한다.
그러나 애도의 되새김질 역시 끈질긴 것이어서
몇 편의 시가 눈앞에 부려져 있곤 했다.

이미 돌이킬 수 없거나 사라진 존재를 불러오려는
불가능한 호명, 시.

 

 

나희덕 시인의 새 시집이 나왔다.

찜,은 당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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