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우리는 거울로 눈을 맞추며 깔깔대고 웃었다. 이런 우리를 보고 어른들은 낙엽 굴러가는 것만 봐도 우스운 나이라고 말한다. 나는 어쩐지 그 말이, 하루하루 나이를 먹어 갈수록 인생이 우울해진다는 의미로 들린다.
_어른들은 지난 세대와 지금을 비교하는 것이 무의미한 일이라는 것을 언제쯤 깨달을까. 과거를 미화하고, 지금 여기를 보려 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의 정신이 이토록 빈곤하구나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_"지랄에 이유가 있냐."
_내 마음은 여러 사람들이 스쳐 지나며 꽂아 놓은 바늘로 가득하다. 그 수많은 상처 중에서도 가장 지독한 건, 내게 상처를 준 이들이 그 사실을 잊어버리거나 상처를 준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해서 생긴 것들이다.
_본디 선생님에 대한 평가란 '사랑해요'가 아니면 '좆같아요'의 극단적인 이분법이기 때문이다. 낮은 확률로 그 중간 어딘가에 위치한 개성 없는 선생님들이 존재하는데, 그게 바로 우리 담임이다.
_미치겠다, 이게 대화야?
사람들은 자기가 생각하는 만큼만 생각하고 어른들은 항상 우리를 과소평가한다. 재미있는 점은, 어른들은 늘 아이들의 문제가 별것 아니라고 믿는다는 것이다.
"그게 아니면 도대체 뭐야. 갑자기 이러는 이유가 뭐야!"
윤리 시간에 한 사람은 하나의 우주라고 배웠다. 어느 인간도 방대한 우주를 이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티끌만 보고 우주를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피곤해졌다.
_우리는 열아홉이다. 젊다고 하기엔 어리고, 어리다고 하기엔 나이가 너무 많다. 세상이 너무 어둡고 축축해서 살아갈 가치가 없다고 말하기엔 누려 보지 못한 세상이 너무나 넓었고, 세상이 마냥 아름답고 행복한 곳이라고 여기기엔 너무 많은 것을 알아 버린 나이였다. 누가 뭐라든 우리는 열아홉이다. 어리석은 열아홉도, 철없는 열아홉도,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열아홉도 아닌 그냥 열아홉.
시리지만 상쾌한 밤공기에 나는 옷깃을 여미었다.
그래, 춥지 않다. 우리는 춥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