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이 너무 강하면 원래 내용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순간이 온다.

그 믿음들이 뒤엉켜 고집이 된다.

 

“여기서 평생 지낼 수는 없어요.” 어느 밤 내가 말했다. “우린 떠나야 해요.”
내가 그의 바람을 자르고 그의 가슴을 긁어 구멍을 판 모양이었다. 한동안 그는 숨을 쉬지 못했다. 이윽고 그가 나를 와락 당기더니 세게 밀었고, 나는 아기가 다치지 않았을까 걱정했다. 나는 아기를 지키기 위해 그를 힘껏 떼밀었고, 그의 눈빛에서 두려움이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그는 떠날 수 없었다. 나는 알고 있었다. 그는 그의 섬이었고, 나였으며, 그의 고양이들이었다. 그는 안에서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밖에서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그해 겨울 눈이 내리고, 바람이 우리 위로 눈을 수북이 쌓고, 눈이 우리를 감싸 꽁꽁 언 돌멩이들 속에 봉인할 때까지 나는 그와 함께 동굴에 머물렀다. 

 

시간이 지나면 사랑은 반들반들 닳아 늙으면 잘 알아채지도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나는 사랑이 쪼그라들다 죽는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이제 나는 채찍처럼 분연히 일어서는 사랑을 보았다. 

 

이 세상의 많은 일들은 이미 예전에 일어난 일들이다. 하지만 일어나지 않은 일처럼 느껴진다. 누군가에게 새로 어떤 일이 일어나면 그 사람에게는 처음 일어나는 일이니까. 아버지의 아들이 된다는 것이 그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