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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준의 생활명품
윤광준 글 사진 / 을유문화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쓸만한것과 그렇지 않은것만 있을뿐 세상의 물건은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는 저자의 얘기처럼 국적불문하고 많은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나름대로 나이를 먹었다고 생각했기에 물건을 고르는데 어느정도 안목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저자에 비하니 하룻강아지 범무서운줄 모르는 격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는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분야의 지식 마저도 이 책을 통해 좀더 깊이 알게된 것도 있다.
그만큼 저자는 자신의 전문분야에 국한된게 아니라 특정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여러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해박함을 드러내고 있다.
이렇게 얘기하면, 이 책을 폄하하는게 될 지도 모르겠지만, 책을 읽은후엔 상세하고 고급스런 제품 카탈로그를 읽은 느낌을 받았다.
다만, 특정제품을 소개하는데만 그치는게 아니라, 제품과 그 주변에 대한 여러가지 정보를 제공해주며, 그 제품을 써야하는 이유를 논리정연하게 정리해 두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됐지만 호기심이 많고 열정도 많고, 깐깐한 성격을 가진 사람인듯 하다. 웬만한 집착으로는 알 수 없는 부분들을 꼼꼼히 짚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여러가지 물건들에 대해 꽤나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으며, 게다가 물건 하나를 산 이유에 대해 서너 페이지의 글로 적어내려가고 있다. 물건을 사는 입장에서는 까다로운 고객이 될 것 같으며, 저자에게 물건을 하나 팔려면 파는이도 물건에 대한 제대로된 지식을 갖춰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는 가격대 성능비가 좋은 싼가격의 제품들도 있지만, 비싼 가격을 가진 제품들도 등장하곤 한다.
저자가 소개한 제품중 가장 맘에 들었던건 오리털 이불이지만, 가장 좋은건 2000만원 이라니 연봉이 수억대가 되지 않으면, 갖기 어렵겠다싶어포기하곤 말았지만, 중간중간 저자의 말대로 지름신이 강림하려는 조짐을 몇번 느꼈지만, 가격에 눈이 가선 포기하게 되었다.
나와 비슷한 처지의 많은 사람들에게 가격이란 부분은 제품의 결정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가격에 대해서는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듯 하다. ' 오래쓸 물건이라면 가격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라던가 '마니아들에게 가격은 부수적인것' 이라는 발언은 기능이나 목적이 가격을 상회한다고 느껴지면, 구매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의미로 여겨진다.
저자가 종이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에선 글을 읽으며, 예전에 내가 겪었던 생각이 살아나기도 했다. 건축을 전공했기에 판넬을 만들어 해마다 전시회를 하곤 했었는데, 당시 나름대로 대비효과를 준다고 주홍색과 짙은 파랑색의 바탕종이를 써서 내용은 잘 보이지도 않고 튀는 종이 색상에 한동안 과내에서 이름이 오르내렸던 기억이 났다.
이 책은 단순히 어떤 제품이 좋다는데 머무는게 아니라, '떠나가야 새삼 확인되는 사랑의 농도 '라던가 '역발상으로 세상을 보면 의외의 해법이 생기는 법' 같은 살아가는데 있어서의 조언도 종종 전달해 주며, 운동 보호장비를 소개하면서 '능숙한 기량을 갖추지 못한 초짜들의 특징'이 무릎보호대나 헬멧을 착용하지 않는것 이라며, 안전불감증을 얘기하거나 국산 제품을 소개하면서 '메이드인 차이나를 유명세까지 뒤집어쓰며 구입할 의사는 없다'라는등 저자의 경륜을 읽을 수도 있었다. 솔직히 내 생각에도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공장들에서 만들어낸 유명 브랜드가 그 명품의 값어치를 제대로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겼다.
최근들어 된장녀니 신상이니 하는등의 명품관련 신생어들이 나오며, 명품에 대한 관심들이 높아지긴 했지만, 제대로 물건을 고를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책을 읽고나니 물건을 먼저 이해하고 구매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저자의 높은 안목에 감탄하게 되었으며, 몇몇 제품들에선 그 제품을 만든이의 장인정신도 느낄 수 있었다.
저자는 명품의 조건 - 전통, 높은 품질, 격조와 품격을 풍기게 하는 아우라 세가지를 들고 있다. 앞으로는 어떤 물건을 만들던 이런 조건들을 먼저 생각한다면, 우리나라가 명품의 강국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