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에 대처하는 유능한 아빠양성 - 임신 열 달, 생존을 위한 남편지침서
김동환 지음, 성영모 옮김 / 브레인스토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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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작은 이모가 출산 후 우리집에서 산후조리를 했다. 그리고 작은 이모를 통해 출산 전 산모 누구나 겪는 '진통'이라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산부인과에서 들었던 이모의 비명소리와 힘겨워하던 표정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이 난다. 어린 나이에 그 모습이 너무 무서워 울면서 아빠 손 잡고 병실을 나왔던 기억도 어렴풋이 난다. 그때는 아이를 낳는게 그저 고통스럽고 무서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어린 마음에 나는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폭탄 선언(?!)도 했었다. 그리고 이제 내가 그 나이가 되었다. 아직 결혼 전이고 주변에서도 결혼 한 친구들이 많지 않다보니 출산이 먼 이야기인듯하지만, 매주 육아관련 예능프로그램을 보면서, 그 아이들에게 열광하면서 나도 언제가는 저런 아이를 낳겠지,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그러면서 임신·출산·육아는 여자인 엄마의 몫이라고 생각했던 예전과는 달리 아이를 키움에 있어서 아빠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아이와의 관계에 있어서 엄마와 달리 아빠는 부차적인 느낌이 강했는데, 이런 예능프로그램을 보면서 엄마의 역할만큼 아빠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더 나아가 아이를 낳기전 임신·출산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에 읽은 책이 참 재미있었다. 보통 육아관련 서적이나 출산관련 서적들은 '예비엄마'에 초점이 맞춰 많이 출간되는데, 이번에 읽은 출산서적은 '예비아빠'에 초점 맞춰 출간되었기 때문이다. 저자가 직접 자신이 겪었던 경험을 토대로 예비 아빠들이 알아야 하는 것들을 책으로 엮은것이라 믿음이 더 갔던 것 같다. 아내의 옆에서 가장 가까이 임신과 출산을 지켜보며 느꼈던 감정과 태어날 아이를 위해 자신이 해야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겪으면서 쓴 책이었기 때문이다.


임신기간이 끝나는 출산까지 그 일련의 과정에서 겪고 느꼈던 것들을 말이다. 전문가에 의해서 쓰인 책이 아니기 때문에 어려운 생물학적 용어나 전문적인 설명은 과감히 생략하고 예비아빠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일상적인 것들을 먼저 겪어 본 선배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한다. 임신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취해야 할 행동부터 임신기간동안 아내에게 해서는 안되는 말이라든지, 임신기간별로 준비해야 할 물품과 검사들은 무엇이 있고, 병원은 어떻게 선택해야하는지를 소개하고 있다.



아직 임신·출산 경험이 없다보니 이 책의 주된 독자가 예비아빠임에도 불구하고 나역시 많이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임신기간별로 어떤 검사가 있는지, 아이가 어떻게 엄마 뱃속에서 자라는지, 어떤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며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를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예비아빠뿐만 아니라 예비엄마들도 읽는다면 도움이 많이 되리라 생각된다.



엄마 병간호로 일주일동안 산부인과 병동에 머물고 있다보니 이 책이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하루에 몇번씩 보는 신생아들의 얼굴과 엄마, 아빠가된 사람들을 보고있으니 괜히 찡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출산 후 임신중독증으로 장기간 입원한 환자들을 보면 안타깝고 출산이 얼마나 힘든것인지 새삼 다시 깨닫기도 한다. 그러면서 곧 다가올 내 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살짝 걱정도 된다. 하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한다면 괜찮을거라고 생각한다. 언제가될지 모르지만, 이 책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가 내 남편과 함께 다시 읽어보도록 해야겠다. 좋은 엄마, 아빠가 될 수 있도록 함께 공부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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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은 스포츠에서 배워라 - 스포츠 비즈니스는 어떻게 세기의 계약을 끌어내는가?
케네스 슈롭셔 지음, 김인수 옮김 / 브레인스토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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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의논과 타협을 하면서 산다. 때로는 나의 주장을 관철 시키기도 하고, 또 때로는 타인의 의견을 수용도 하면서 말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어찌 보면 넓은 의미에서는 '협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비즈니스상에서나 필요할 것 같은 이 협상이 사실은 우리 삶 전체 어느 곳에서 나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협상을 어렵게 생각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랬다. 아니, 오히려 나는 '협상'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고 말하는게 더 정확할 것 같다. 무언가를 선택함에 있어서나 이야기를 할 때 상대방의 의견을 대부분 수용하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상대방과 의견이 불일치할 경우 설득하거나 주장하는 행위 자체를 논쟁이라 규정하고, 그러한 행동은 일상에서는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라 생각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러한 습관들이 굳어 꼭 필요한 순간에도 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협상 자체가 되지 않는 인간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요즘 고민이 많았다. 사회생활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이 협상은 중요한데, 그런 능력이 너무 바닥이라서 말이다. 그러다 스포츠에서 선수와 구단, 에이전트 간의 어떠한 협상이 이루어지며 각자 자신에게 유리한 계약을 어떻게 끌어내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이기는 협상'을 알려주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총 9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협상에 앞서 준비해야 하는 것들부터 차근차근 설명을 하고 있다. 독자로 하여금 간접적으로 협상 과정에 참여토록 하면서 협상에서 준비해야 할 것들과 알아두어야 할 것들, 조심해야 할 것들을 소개한다. 전체적으로 기본 중 기본인 준비와 연습을 굉장히 강조하고 있다. 아무리 타고난 협상의 달인이라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 연습이 충분히 되어 있지 않으면 결코 협상에서 진정으로 이길 수 없음을 지적하고 있다.


각 챕터들마다 협상의 달인이 되기 위해 필요한 지침들을 각 장에 맞게 정리해두고 있어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가기 좋았다. 본문에서 다양한 사례들을 열거하고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핵심을 놓칠 수 있는데, 마지막에 이렇게 정리를 해주니 개인적으로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리고, 1장에서는 협상 준비에 있어서 어떤 전략을 구상하는 것이 자신에게 맞는지 알아볼 수 있는 '협상전략계획표'를 제시하고, 2장에서 여기에 덧붙여 자신이 어떤 협상 스타일인지 알아볼 수 있도록 리처드 셸의 '협상유형평가도구'를 수록해 독자들이 자신의 협상 스타일에 따라 협상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3장부터는 본격적으로 협상의 목표를 어떻게 설정하고 이끌어갈지를 설명하고 있다.



협상유형평가도구에 따라 검사를 해보니 나의 경우에는 A:3, B:3, C:10, D:10, E:4로 타협/회피형이 나왔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 예상했던 대로였다. 그래서 검사를 끝내고 약간 의기소침했었다. 하지만 유형별 설명을 통해 각 유형마다 장/단점이 있고, 협상에 있어서 어느 한 특정 유형만이 유리하지 않다는 말을 들으니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저자는 각자 자기의 유형을 파악하고 해당 유형에 유리한 협상 전략을 구상해 협상에 임한다면 자신이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음을 강조한다. 따라서 협상에 앞서 자신이 어떤 유형의 협상 스타일을 고수하는지, 상대방은 또 어떤 협상 스타일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렇기 때문에 2장의 내용들이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챕터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2장과 더불어 이 책에서 특히 중요한 챕터는 대중 심리의 파악을 강조하고 있는 8장이지 않을까 싶다. 제8장은 최근 대한항공의 '땅콩회항'과 맞물려 눈길이 많이 갔다. 조 전 부사장처럼 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을 숨기려다가 대중들 눈 밖에 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들이 들었다. 잘못은 빨리 시인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대중들의 마음을 얻는 방법임을 8장을 통해서, 그리고 땅콩회항 사건을 통해서 이번에 확실히 배운 것 같다. 이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맺고 있는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잘못을 했을 때, 빨리 시인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소중한 관계를 망치지 않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잘 기억해둬야겠다. 


다양한 스포츠 비즈니스 사례를 통해 설명을 하고 있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저자가 외국인이다 보니 한국 선수가 아닌 해외 유명 선수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이름을 외우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내용은 참 재미있었다. 그리고 스포츠에 한정해 이야기하지 않고 독자들이 각자의 상황에서 배운 협상의 팁을 활용할 수 있도록 사업이나 일상생활에서의 활용팁도 중간중간 넣어주고 있어 유익했던 것 같다.


이 책 한 권 읽는다고 당장 협상의 달인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저자가 지적하듯 수많은 연습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 책은 그러한 준비와 연습을 하는 길잡이 역할을 해줄 뿐이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것들을 숙지하고 일상생활에서 수없이 연습을 하다 보면 어느새 협상의 달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아니 적어도 협상을 즐길 수는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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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퍼할 권리 - 0416, 그날의 아픔을 기록하다
전영관 지음 / 삼인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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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했던 2014년이 가고, 2015년이 된지도 10여일이 지났다. 그런데도 어제 일도 잘 기억 못하는 내가 2014년 4월 16일 오전 9시 30분을 넘긴 시간의 그날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어떤 일 때문에 갔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어쨌든 그날 난 우리 동네 새마을금고에 있었고, 은행을 막 빠져나오려던 찰나에 TV 앞에서 사람들이 모여 너도 나도 한탄과 안도하는 모습에 멈추어 섰던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TV화면 속에서는 배가 침몰했고 전원 구조했다는 문구가 나오고 있었다. 다행이라고 나역시 안도하며 은행을 나섰다. 하지만 그날 저녁 난 뒤늦게 가족들을 통해 침몰했던 그 배에서 승객들이 대부분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급하게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니 여기저기서 그 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배, 세월호에 대해서 말이다.

 


처음에는 기대를 안고 있었다. 생존자가 있을 것이라고. 누군가는 살아 있을 것이라고. 그러다 이내 시신만이라도 온전히 돌아와 달라 빌기 시작했다. 승객들을 버려두고 제일 먼저 탈출했던 선원들에게 분노하면서 제발 시신만이라도 돌아와 달라고 빌었다. 하지만, 2015년 1월 12일 현재 9명이 돌아오지 못했다. 차가운 저 바다에 아직도 그들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이제 해묵은 이야기가 되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이제 그만하라고 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돌아오지 못한 9명이 있기에 세월호 사건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그리고 여기 그날의 아픔을 잊지 않고자 기록한 사람이 있다. 바로 이번에 읽은 <슬퍼할 권리>의 저자이다.

 


"사실은 기자가 기록해야한다. 책임은 책임자가 져야 옳다. 관계자는 진실을 밝혀야 한다. 나는 다만 슬픔을 기록한다."
 

서문에서도 밝히고 있듯 저자는 세월호가 발생한 다음날인 4월 17일부터 슬픔을 기록하기 시작한다. 사건개요라든지, 이 사건에 어떤 배후가 있는지와 같은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그저 실종자들을 비롯해 사망자와 생존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때로는 그들이 되었다가 또 때로는 그들의 가족이 되어 그 슬픔을 기록한다. 책임을 져야하는 누군가를 향해서는 울분을 토하기도 하고, 쓴소리도 하면서 그는 기록을 해나간다. 그리고 9월 7일 이 기록은 끝이 난다.

 


처음 이 책을 접하기 전에는 세월호 사건을 조사하고 가족들을 인터뷰한 내용들을 담고 있는 책인가 싶었다. 그래서 자꾸만 잊혀져 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기억하고자 이 책을 펼쳤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이 책은 대한민국 국민 중 한 명이 나처럼 그날을 기억하고자 사건 발생일로부터 하루하루 자신이 느꼈던 것들을 기록한 책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생각했던 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장한장 읽어나가면서 나도 모르는 동질감이 생겨났고 화물차 운전자와 같이 미쳐 신경쓰지 못했던 사람들을 알게 되면서 이런 기록도 필요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총 4부로 쓰인 이 책은 세월호 희생자들을 대변해 다양한 목소리를 대신 내주고 있다. 언론에 미쳐 다루어지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도 담고 있다. 어느 누구든 사연 없는 사람 없을텐데 이름 석 자도 불리지 못한 사람들을 기억할 수 있게 해준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자꾸만 왜곡되어져 가는 희생자 가족들의 바람을 그들의 입장에서 솔직하게 전하고 있다. 색안경 끼지 않고 있는 그대로 봐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수많은 희생자를 낸 세월호. 아직 다 피지 못한 어린 것들이 대다수라 온 국민은 슬퍼했고, 무능한 어른들때문에 발생한 일이라 분통을 터뜨렸지만, 대한민국은 여전히 변한 것이 없다. 슬픔과 분노가 가고 이제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비하고 준비를 해야하는데, 자꾸만 엉뚱한 이야기들로 본질을 흐리고 있다. 우리는 그들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의 슬픔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가 될지 모르는 날에 우리 역시 그들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슬퍼했다. 그리고 이제는 그런 어처구니 없는 일로 내 소중한 사람들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할 때이다. 대한민국이 싫어 떠나고 싶다는 사람이 더는 없도록 제발 잘난 윗분들이 국민 무서운줄 알았으면 좋겠다.

 


저자는 이 책을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 했지만, 나는 오히려 시간이 조금 흘러 가족분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이 글이 가족분들에게는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다. 함께 울어주고, 화내주고, 아파해주었던 누군가가가 있었다는 사실이 그분들께 큰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아픔을 기록하는 일이 없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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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언브로큰 - 전2권 - 모든 기적은 삶에 있다
로라 힐렌브랜드 지음, 신승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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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신문기사를 통해 '미야비'라는 일본 록스타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영화 <언브로큰>을 알게 되었다. 실존 인물인 루이스 잠페리니의 이야기를 그린 <언브로큰>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일제 만행을 다루고 있기도 한데, 그 중심에 있는 와타나베라는 인물을 그 일본 록스타가 연기해 일본 내에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연이어 들리는 감독 안젤리나 졸리의 일본 입국금지와 일본 내 국수주의자들의 이 영화를 향한 맹비난까지 이 영화와 관련된 일본의 민감한 반응들이 들려왔다. 그래서 궁금했다. 평소에도 제2차 세계대전 당시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을 접하면서 히틀러를 중심으로 한 나치를 비판하는 작품들은 많은데, 서양에서는 왜 일본의 군국주의를 비판하는 작품들은 많지 않을까 궁금했던 터라 눈길이 갔다. 그러다 운 좋게도 때마침 영화 <언브로큰>의 원작 실화를 담은 소설이 출간되어 영화에 앞서 먼저 만나게 되었다.

총 2권인 이 소설은 1권에서는 주인공 루이스 잠페리니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하여 천방지축 사고뭉치였던 그가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 최연소 나이로 미국 육상 대표 선수로 출전하게 되는 이야기와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육군 항공대 항공병이 되어 참전하여 작전 중 비행기 추락사고로 실종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루이스 잠페리니는 어렸을 때부터 민족 분쟁으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고 몰매를 맞는다. 그러면서도 그는 눈물을 흘리거나 항복하지 않고 오히려 반항하면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자신을 지켜나간다. 그러다 육상에서 천재적인 재능을 발견하면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게 되고 더는 반항아로서의 삶을 살지 않는다. 사고뭉치였던 루이스가 목표를 가지고 가슴에 분노 대신 희망과 열정을 품고 변해가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이 이야기보다도 더 가슴 뛰고 나를 몰입하게 만드는 이야기는 따로 있었다. 그것은 항공병으로 입대 후 작전 도중 비행기 사고로 추락하면서 망망대해에 루이스와 필립스, 맥 단 세 사람만이 살아남게 된 이야기였다. 


다른 대원들은 모두 실종되고 루이스와 필립스, 맥 단 세 사람만 살아남아 구명정에 의존해서 태평양을 표류하던 이 이야기는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그 시간을 보내는 그들의 모습에서 나도 모르게 신음이 흘렀다. 배고픔과 목마름도 모자라 주위를 끝없이 맴도는 상어와 낮에는 뜨거운 햇볕과 밤에는 뼛속까지 시리는 추위를 견디며 구조되기만을 기다리던 그들의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다.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모른 채 마냥 기다려야만 했던 그 시간들이 얼마나 두려웠을까 싶어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던 루이스와 필립스의 모습에서 한결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만일 저런 상황이었다면 난 어땠을까 곰곰이 생각도 해보았다. 슬프게도 나 역시 맥처럼 희망을 잃고 넋을 놓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루이스와 필립스처럼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생존할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지 못 했을 것 같다. 그래서 맥이 더 안타깝고 마음 아팠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견디지 못한 맥이 죽고, 표류 47일째만에 루이스와 필립스는 일본군에게 잡힌다. 그리고 남은 두 사람의 전쟁 포로 생활이 시작이 된다. 2권은 이 포로 생활을 담고 있다. '처형 섬'이라고 불리는 콰절런 환초의 수용소 생활을 시작으로 장장 850일 동안 루이스와 필립스는 전쟁 포로로 모진 폭행과 공포를 겪게 된다.

 


그리고 이 2권에서 일본 국수주의자들이 그토록 불편해하는 이야기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루이스와 와타나베의 만남도 여기서 이루어진다. 새라는 별명을 가졌던 와타나베를 비롯해 수많은 일본 군인들은 포로들을 학대하고 고문을 하며 그들의 존엄성을 짓밟으려고 하지만, 수많은 전쟁 포로들은 그들만의 방법으로 자신들의 존엄성을 지키며 그 시간을 버틴다. 이유를 알 수 없는 폭언과 폭력 앞에서 그들은 수많은 동료들을 잃고 자신들의 목숨마저 늘 위협 당하는 속에서도 아픈 동료들을 챙긴다. 루이스 역시 때로는 도움을 받으며 또 때로는 주면서 그 시간을 견뎌낸다.

 


포로수용소에서의 생활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어쩌면 이 소설에서 묘사된 부분은 실제 모습의 1/100도 채 안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소설 속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끔찍했고, 잔인했으며 눈물짓게 만들었다. 인간이 인간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신이 정말 존재하는지 수없이 되물으며 읽어나갔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극한의 고통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으며 희망을 안고 살아가던 루이스와 그 친구들을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 사람보다 죽은 사람이 많았던 그 포로수용소에서 그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끝까지 희망을 포기하지 않던 이러한 사고방식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렇게 끝날 것 같지 않던 포로 생활은 일본의 항복과 함께 끝이 난다. 그들은 가족들의 품으로 각자 돌아가 다시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소설은 제2의 인생을 시작한 루이스와 친구들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이어간다. 전쟁 포로수용소에서 생존의 희망을 품으며 겨우겨우 살아왔던 그들은 전쟁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오면서 생각지도 못한 불행을 겪게 된다. 해피엔딩일 거라 생각했던 그들의 삶은 포로수용소에서 겪었던 육체적, 정신적 학대로 인해 술 없이는 살 수 없고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해 수많은 문제들을 야기하며 포로수용소에서의 기억에 사로잡혀 고통을 겪게 된다. 루이스 역시 밤마다 꿈속을 찾아오는 와타나베와 지난날 수용소에서의 기억들로 망가진다. 결국은 와타나베를 살해할 계획까지 세운다. 하지만, 아내를 따라간 전도 집회를 통해 신을 다시 믿게 되면서 신앙의 힘으로 자신을 불태우던 복수심과 증오심을 씻어내고 진정으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그리고 소설은 나이가 들어서도 달리기를 하며 활기찬 인생을 사는 루이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끝이 난다.

 


솔직히 2권에서는 포로수용소에서의 학대보다 종전 이후의 그들의 삶이 더 나를 울렸던 것 같다. 모진 고문과 구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으며 긍정적으로 살았던 그들이 종전 이후 오히려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더 큰 고통을 겪는 것을 보면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 고통을 겪어보지 못했지만, 그 아픔이 나에게도 전달되는 듯해 너무 안타까웠다. 그리고 루이스가 폭주하기 시작했을 때, 와타나베를 죽이겠다고 다짐했을 때, 살인이 옳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루이스가 이해가 되었다. 그 심정이 오죽할까 싶어서 말이다.

 


종교가 없다 보니 신앙심으로 이러한 고난을 견디어 낸 루이스가 솔직히 온전히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어떻게 그런 사람이 용서가 되는지... 하지만 그가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을 찾을 수 있었다니 진심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은 든다. 와타나베가 자신의 죗값을 달게 받은 것 같지 않아 너무 속상하고 억울하지만, 분명 그도 사는 동안 괴로웠을 거라고 믿고 싶다.


처음에는 식민지였던 우리나라의 시각이 아닌 서양의 시각으로 서양인이 겪었던 일본의 만행을 어떻게 그렸을지 궁금해 읽기 시작했는데, 이 소설을 다 읽고 나서는 단순히 일본만을 비난하고 끝낼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이 가져오는 비극에 대해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상황에 따라 얼마나 악랄해질 수 있는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인류가 평화를 추구해야 하는 이유는 이러한 비극을 다시는 되풀이하지 말아야 하기 때문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잘못은 그때 바로잡지 못하면 안 된다는 사실도 일깨워 주었던 것 같다. 종전 이후 독일과 달리 일본은 전범들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국제적 이해관계로 와타나베처럼 끝까지 붙잡히지 않은 전범들은 처벌조차 받지 않았다. 그리고 많은 전범들이 감형이 되어 후에는 떵떵거리며 잘 살았다.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은 일본은 이제 지난날 자신들의 과오를 숨기고 전범들을 옹호하며 역사를 왜곡하며 슬그머니 다시 전쟁 국가로서의 지위를 되찾으려고 한다. 그때 제대로 처벌이 이루어졌다면 어땠을까,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소설 <언브로큰>은 전쟁의 무서움과 인간의 잔인성을 보여주며 우리에게 평화를 지켜 나가야 하는 이유를 이야기하는 동시에 비극 속에서도 기적은 있고, 그 기적은 희망을 놓지 않았을 때 일어난다는 메시지를 루이스와 루이스 친구들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자료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생생하니 재구성 한 이 소설은 루이스 잠페리니를 통해 인간에게 한계란 없음을, 삶이 얼마나 아름답고 감동적인지 보여주었던 것 같다.

 


오랜만에 심장이 뜨거워지는 소설을 읽은 것 같다. 오랜만에 내 주변을 둘러보고 나에게 주어진 모든 것들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가졌던 것 같다. 루이스처럼 나도 내 삶을 사랑하며 내 안에 무한한 가능성을 믿으며 이 세상을 즐겁게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포로수용소에서 루이스 친구였던 해리스 중령도 잊지 말아야 겠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국전쟁에도 참여했던 그를, 결국 한국전쟁에서 실종되어버린 그를 잊지 말아야 겠다.

 


루이스 잠페리니를 알게 되어 진심으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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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논쟁 역지사지 생생 토론 대회 6
강하림 지음, 박종호 그림 / 풀빛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새해가 밝았다. 2015년을 맞이하며 새해 첫날 읽은 책은 '역지사지 생생 토론대회 시리즈' 6권 <법률논쟁>이다. 어른들도 다소 어려워하는 '법'을 아동의 눈높이에 맞춰 출간한 아동도서로 11개의 법률쟁점을 다루고 있다. 아무래도 아동도서다보니 그림도 많고 현직 변호사가 쓴 책이라 내용도 전체적으로 쉬워 이 책은 주된 독자가 아동임에도 불구하고 평소 법을 어려워하던 누구에게나 유익한 책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6명의 초등학생이 토론수업을 하는 내용으로 진행이 된다. 토론에 앞서 법이란 무엇이며, 법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좋은 법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그리고나서 행복할 자유와 표현의 자유, 마음의 자유 및 평등할 자유와 관련해 문제가 되고 있는 법률쟁점들을 다룬다. 셧다운제부터 시각 장애인만 안마사가 될 수 있도록 한 현행 법률이 타당한가까지 총 11개의 쟁점들을 소개하고 해당 쟁점들에 대해 아이들이 찬성과 반대로 나누어 토론을 한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도서인 만큼 청소년들과 관련된 고교 평준화 제도나 교복 자율화, 교내 종교 행사 강요와 같은 사안들도 다루고 있었고, 최근 이슈인 흡연 규제와 방송 심의 규제, 촛불 집회 제한이나 양심적 병역 거부 문제 등도 다루고 있어 학생들이 교내 문제뿐만 아니라 두루 사회 전반에 걸친 법률적인 문제들을 접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특히 최근 개봉한 영화 <국제시장>의 한 장면인 국기배례를 두고 박 대통령이 애국을 강조해 말이 많은 요즘, 나역시 학교를 다니는 동안 아무생각없이 무의식적으로 했던 국민의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 국민의례가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는지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어 제대로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솔직히 국민의례가 양심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생각을 그동안 못하고 살았는데, 최근 대통령의 발언을 통해 국민의례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오늘날 국민의례는 의무가 아닌 의식의 일종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크게 양심의 자유에 반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이 책에 등장하는 한 아이가 지적했듯(p.148) 국민의례에 반대해서 국민의례를 하지 않는 사람들을 비난한다거나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만일 국민의례를 강요하면 그것은 국가에 대한 단순한 의식이 아닌 의무가 되고 억압이 될테니 말이다.


여기 등장하는 선생님이 강조하듯(p.79) 토론은 다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과 다른 의견을 이해하는 것인만큼 이 책에서는 어떤 쟁점에 대해서도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독자들로 하여금 각자 더 생각해볼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둔다. 그래서 좀 더 능동적으로 읽게 되는 것 같다. 읽는동안 나역시 쟁점들에 대해 어느 한 쪽의 입장에 서서 설득도 해보고 설득을 당하기도 하면서 읽어 나갔다. 그러면서 그동안 깊게 생각하지 못했던 사안들에 대해 생각도 하고 정리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진지하게 '법'이 무엇인가에 대해, '옳은 법'에 대해 고민도 해보았다. 아쉽게도 책을 다 읽은 지금도 답을 찾지는 못했다. 아마 이 고민은 죽는 순간까지도 하게 될 것이다. 완벽한 세상에서 사는 날이 올 때까지 멈출 수 없는 고민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고민을 끊임없이 해야하는 이유는 이러한 고민들이 모여 세상을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들기 때문 일것이다. 


그래도 오늘 읽은 이 책을 통해 확실히 찾은 답 하나는 있다. 그것은 "균형"이다. 자유도 평등도 법도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서는 안되고 이 3가지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균형지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늘 이 균형을 생각하며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면 지금보다 조금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하고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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