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퍼할 권리 - 0416, 그날의 아픔을 기록하다
전영관 지음 / 삼인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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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했던 2014년이 가고, 2015년이 된지도 10여일이 지났다. 그런데도 어제 일도 잘 기억 못하는 내가 2014년 4월 16일 오전 9시 30분을 넘긴 시간의 그날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어떤 일 때문에 갔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어쨌든 그날 난 우리 동네 새마을금고에 있었고, 은행을 막 빠져나오려던 찰나에 TV 앞에서 사람들이 모여 너도 나도 한탄과 안도하는 모습에 멈추어 섰던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TV화면 속에서는 배가 침몰했고 전원 구조했다는 문구가 나오고 있었다. 다행이라고 나역시 안도하며 은행을 나섰다. 하지만 그날 저녁 난 뒤늦게 가족들을 통해 침몰했던 그 배에서 승객들이 대부분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급하게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니 여기저기서 그 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배, 세월호에 대해서 말이다.

 


처음에는 기대를 안고 있었다. 생존자가 있을 것이라고. 누군가는 살아 있을 것이라고. 그러다 이내 시신만이라도 온전히 돌아와 달라 빌기 시작했다. 승객들을 버려두고 제일 먼저 탈출했던 선원들에게 분노하면서 제발 시신만이라도 돌아와 달라고 빌었다. 하지만, 2015년 1월 12일 현재 9명이 돌아오지 못했다. 차가운 저 바다에 아직도 그들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이제 해묵은 이야기가 되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이제 그만하라고 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돌아오지 못한 9명이 있기에 세월호 사건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그리고 여기 그날의 아픔을 잊지 않고자 기록한 사람이 있다. 바로 이번에 읽은 <슬퍼할 권리>의 저자이다.

 


"사실은 기자가 기록해야한다. 책임은 책임자가 져야 옳다. 관계자는 진실을 밝혀야 한다. 나는 다만 슬픔을 기록한다."
 

서문에서도 밝히고 있듯 저자는 세월호가 발생한 다음날인 4월 17일부터 슬픔을 기록하기 시작한다. 사건개요라든지, 이 사건에 어떤 배후가 있는지와 같은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그저 실종자들을 비롯해 사망자와 생존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때로는 그들이 되었다가 또 때로는 그들의 가족이 되어 그 슬픔을 기록한다. 책임을 져야하는 누군가를 향해서는 울분을 토하기도 하고, 쓴소리도 하면서 그는 기록을 해나간다. 그리고 9월 7일 이 기록은 끝이 난다.

 


처음 이 책을 접하기 전에는 세월호 사건을 조사하고 가족들을 인터뷰한 내용들을 담고 있는 책인가 싶었다. 그래서 자꾸만 잊혀져 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기억하고자 이 책을 펼쳤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이 책은 대한민국 국민 중 한 명이 나처럼 그날을 기억하고자 사건 발생일로부터 하루하루 자신이 느꼈던 것들을 기록한 책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생각했던 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장한장 읽어나가면서 나도 모르는 동질감이 생겨났고 화물차 운전자와 같이 미쳐 신경쓰지 못했던 사람들을 알게 되면서 이런 기록도 필요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총 4부로 쓰인 이 책은 세월호 희생자들을 대변해 다양한 목소리를 대신 내주고 있다. 언론에 미쳐 다루어지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도 담고 있다. 어느 누구든 사연 없는 사람 없을텐데 이름 석 자도 불리지 못한 사람들을 기억할 수 있게 해준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자꾸만 왜곡되어져 가는 희생자 가족들의 바람을 그들의 입장에서 솔직하게 전하고 있다. 색안경 끼지 않고 있는 그대로 봐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수많은 희생자를 낸 세월호. 아직 다 피지 못한 어린 것들이 대다수라 온 국민은 슬퍼했고, 무능한 어른들때문에 발생한 일이라 분통을 터뜨렸지만, 대한민국은 여전히 변한 것이 없다. 슬픔과 분노가 가고 이제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비하고 준비를 해야하는데, 자꾸만 엉뚱한 이야기들로 본질을 흐리고 있다. 우리는 그들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의 슬픔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가 될지 모르는 날에 우리 역시 그들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슬퍼했다. 그리고 이제는 그런 어처구니 없는 일로 내 소중한 사람들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할 때이다. 대한민국이 싫어 떠나고 싶다는 사람이 더는 없도록 제발 잘난 윗분들이 국민 무서운줄 알았으면 좋겠다.

 


저자는 이 책을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 했지만, 나는 오히려 시간이 조금 흘러 가족분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이 글이 가족분들에게는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다. 함께 울어주고, 화내주고, 아파해주었던 누군가가가 있었다는 사실이 그분들께 큰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아픔을 기록하는 일이 없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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