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에 만나요
용윤선 지음 / 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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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용윤선 작가님의 신작 '13월에 만나요' 를 읽다 보면 어쩐지 현실에 조금씩 멀어지는 느낌이 든다. 작가님 특유의 몽환적이고 고독하며 우울함이 짙게 배인 이약기 덕분인 것 같다. 글도 글이지만, 제목과 표지를 모든 순간 온 마음이 이끌려 한참을 더듬거렸다.

13월에 만나요.

13월, 13월. 입으로 소리내어 불러보면 어감이 좋다. 어딘가에서 살짝 비틀어진 시공간 속에서 실재할 것만 같은 느낌, 그리고 이미 그것은 존재하는 것. 어느 새 마음 속은 애타게 바라는 간절함으로 가득 채워진다. 나의 바램 속 13월은 무척 소중하고 특별한 달이다. 누구나 그 특정한 시간을 살아갈 수는 없다. 나의 13월은 간절하게 13월을 맞이하고픈 사람들에게만 열리는 달이다. 이내 신기루처럼 사라질 것을 알고 있음에도 꼭 그 시간을 품고픈 사람들만 걸어갈 수 있다. 13월의 시간에 녹아든다는 것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평범했던 일상과 찰나의 단절을 가져올 것이다. 어쩌면 13월을 지나 보통의 매일로 돌아오면 자신과 세상 사이에는 급격한 혹은 그렇지 않은 크고 작은 변화들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의 13월은 아련한 동경의 대상이다. 애타게 그리워 하던 사람, 끝끝내 기다릴 수 밖에 없던 사람, 꿈에도 잊을 수 없는 사람을 만나는 달이기 때문이다. 애절한 마음과 간절한 염원들이 모여 13월로 이끌고 마침내 삶과 죽음의 경계가 흐릿해진 그 시간에 서로가 만나게 된다. 황홀하리만치 애달픈 달이다. 나는 그대를 간절히 소망하기에 언제나 내 모든 것은 언제 열릴지 모를 13월에 가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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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1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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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덮는 순간 묘한 기분에 휩싸인다. 맥이 풀리기도 하고, 아차 싶기도 하고.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결말이기도 하지만 어쩐지 싱겁게 느껴지기 때문일까. 그녀의 대표작인 '고백' 과 비교하면 이 작품은 긴장감이나 충격적인 반전이 없다. 친구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을 풀어 나가는 과정을 다룬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그러한 사건을 경험한 뒤 남겨진 남자의 담담한 일기같다. 인간적인 유대감이나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 채 살아온 한 남자가 유일무이한 친구의 죽음을 통해 자신의 감정과 인생의 민낯을 들여다보는 일련의 과정을 보여줄 뿐이다. 특히나 폐쇄적이고 기묘하게 뒤틀린 감정 묘사들이나 환경 설정이 일본 특유의 색을 띠고 있어 쉽게 공감하기가 힘들다. 고독과 상실의 아픔은 어떤 인간의 삶에나 녹아 있는 보편적인 감정들임에도 주인공에게 쉽게 감정 이입이 되지 않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한계점이다. 일상 속에서 빈번하게 만들어지는 작은 분노가 모여 증오로 커져 마침내 사람을 죽이게 만드는 살의로 변하는 과정을 잘 보여주는 그녀의 매력을 충분이 되살리지 못해 안타까운 작품이다. 차라리 '백설 공주에게 죽음을' 이 번역되었다면 더 좋았을 걸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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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이벌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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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나 샤이닝, 미저리 같은 작품들을 떠올리면 스티븐 킹 그는 분명 '공포의 대가'이다. 인간이 지닌 광기와 집착이라던가,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특별한 능력에 관한 이야기는 흥미로운 동시에 두려움을 자극한다. 평범한 우리의 일상에선 좀처럼 마주하기 힘든 음습함이 느껴지는 어둠을 들여다 보는 것은 매우 오싹할 뿐만 아니라 나 역시 깊은 심연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기분에 휩싸이게 된다.

이번 작품 '리바이벌' 에서도 그런 공포와 아슬아슬한 짜릿함을 느끼고 싶었다. 하지만 총 550 페이지 중 약 460 페이지까지 읽는 동안 나는 제대로 된 공포를 느끼지 못 했다. 좀 더 솔직히 표현하자면 조금도 스릴이 느껴지지 않아 지루할 지경이었다. 6살 소년 제이미가 청소년이 되고 성인이 되는 일련의 과정을 다룬 성장 소설이었다. 그 과정에서 제이미가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 주고받는 다양한 감정, 그리고 맞딱그리게 되는 여러 가지 사건들이 아주 담담하게 서술되었다. 중간중간 미스테리해 보이는 일들이라던지, 섬세한 감정의 변화는 잘 묘사가 되었지만 궁극적으로 이 책에서 기대했던 공포나 스릴러와 같은 요소는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이쯤 되면 마지막 부분에 엄청난 한 방이 있을거라고 내심 위로해보았지만 끝끝내 기대를 충족시킬 수는 없었다.

망자의 세계를 엿보려는 제이컵스의 실험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짧을 뿐더러, 우리가 티비 드라마를 통해 보았던 각종 비밀 실험들에 비하면 꽤나 정상적으로 보이는 범주다. 기껏해야 죽은지 15분이 된 시체에 금속 머리띠를 씌우는 정도였으니까. 제이컵스의 의도나 실험의 후유증으로 사람들이 겪에 된 불행은 기묘한 부분이지만 오싹함을 느끼기엔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 더 혹독하고 참혹한 것 같다. 우리의 일상 또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어둠 속에서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지 않은가. 우리를 통제하고 억합하는 인간의 탈을 쓴 개미들은 끊임없이 우리를 기만하고 우리를 착취하고 있으며 쉼없이 그들을 위해 움직이기를 강요한다. 결국 제이컵스와 제이미가 엿본 망자의 세계나 작금의 현실이나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느낌, 되려 현실이 더 지옥같은 요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책은 공포를 안겨주지 못 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난 지금 더 우울하고 심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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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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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줘' 의 에이미를 만났을 때 이상의 충격을 주는 캐릭터가 바로 '죽여 마땅한 사람들' 의 릴리 킨트너다. 그녀 역시 아름답고 지적일 뿐만 아니라 냉혹한 살인자의 면모를 갖췄다. 그럼에도 에이미보다 릴리에게 더 매료되고 마는 것은 무려 다섯 명의 사람을 죽였음에도 그녀가 인간적(?)으로 느껴진다는 점이다. 에이미가 철저한 자기애성 성격장애를 가진- 주변 사람들을 뜻대로 조종하고 이내 망가뜨리고 마는- 소시오 패스였다면 릴리는 보통의 사람들보다 좀 더 냉철하고 머리가 좋았을 뿐이란 생각이 든다. 확실히 에이미같이 끝까지 치를 떨게 만드는 악녀와는 다르다. 특히 에이미와 비슷한 느낌을 풍기는 미란다 덕분에 상대적으로 릴리는 평범한 사람처럼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처음엔 살인이라는 그 자체에 도덕적인 거부감을 갖게 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녀의 완전 범죄를 응원하게 만든다. 그것이 릴리의 매력이자, 이 스토리가 가진 힘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책 속의 피해자들은 대개 '죽여 마땅한 사람들' 이다. 물론 죽여 마땅한 사람들 옆에 머물다 안타깝게 최후를 맞이한 인물들은 어쩔 수 없지만. 혹자는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위대한 가르침을 떠올리며 살인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할 것이다. 그 말 자체에는 몹시 동의하지만 안타깝게도 작금의 세태를 보자면, 과연 우리가 지닌 인내와 관용, 그리고 용서를 얼마나, 어떻게 발휘해야 하는가 그 한계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기존의 도덕과 이성으로 판단하기에는 이해가 불가능한 비상식적이고, 악질적인 사건과 사람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인간종에 대한 새로운 분류와 정의가 내려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만큼 보편적인 사람들에게도 '죽여 마땅해' 라고 느껴지는 사람은 적어도 한 명 이상 존재할 것이다. 게다가 고매하고 위대한 가르침을 따르며 살아가기에 우리의 삶은 너무나 고단하고 퍽퍽하다. 심적인 여유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마저 무리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그러니 책 속에 빠져들며 릴리를 응원하게 되는 것은 자못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 같다.

책은 테드, 릴리, 미란다, 킴볼 여러 사람의 시점에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전개되지만 전혀 어지럽지 않다. 오히려 자칫 뻔하게 느껴질 수 있는 스토리가 입체적이고 풍부해져 인물들의 심리와 상황을 이해하는데 더욱 도움을 준다. 책이 지닐 수 있는 한계성을 되려 몰입 가능한 요소들로 바꾼 작가의 필력이 놀랍다. 그의 바람대로 어마무시한 라인의 캐스팅이 이루어져 웰메이드 영화로 만들어지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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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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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책장을 넘기고 나니 어쩐지 웃음이 난다.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웃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하면 씁슬하지만, 역시나 먹먹한 뻐근함보다는 기쁨으로 마무리 하고 싶다. 결국 저자가 우리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은 반복되는 일상이라 할지라도 삶이라는 것 자체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행복과 가치였으니까.

내가 존재하는 세상과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는 과연 어떤 차이가 있을까?

물론 없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역사를 바꿀 위대한 위인급의 인물이 아니라면 나 하나가 없음으로 해서 세상이 변할 일은 없다. 그럼 우리는 대체 무엇을 위해, 왜 살아가는가, 어차피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존재라면 신은 왜 우리를 이렇게 고통스러운 세상 속에 던져 놓았을까. 별것 없을 것 같은 두 세계 사이의 차이를 찾아내는 것, 그것이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동안 해야할 궁극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너무나 미세해서 찾아내기도 힘들 그 틈만큼의 가치가 바로 나의 존재 가치이며 그것만으로도 우리가 살아야할 이유는 충분하다. 혹자는 물을 것이다. 왜? 개미똥구녕만큼의 크기가 내 삶의 가치라면 그것이야말로 무가치한 것 아니냐고. 분명히 누가봐도 몹시 가치있게 느껴지는 크게는 아니다. 내 크기가 저만큼이라니 되려 상처만 받는 것 같다.

그럼에도 나는 그 문제에 대해 이렇게 답하고 싶다. 그것은 우리가 이 거대한 세상 속에서 찾아낸 틈이기에 작은 거라고. 진짜 '내' 삶을 둘러싸고 있는 곳에서의 그 틈은 크기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라고. 내가 없다면 내 친구들, 가족들, 지인들.. 그 모두에겐 추억이 사라지는 셈이다. 그만큼 그 사람들의 삶은 단조로워지는 것이고. 그를 나를 통해 떠올리는 과거의 기억, 그것이 불러오는 향수 이 모든 게 결국 나의 가치라고 생각한다. 내가 없으면 N씨는 어디에 연애 상담을 할까, 우리 후배님 J씨와 S씨, 그리고 K씨는 어디에서 신나게 수다의 장을 열까, R씨는 나 대신 누구를 혼내며 하루를 보낼까, 우리 할머니 드라마 얘기에 맞장구 쳐줄 사람은 있을까, 우리 엄마 아빠 영화 예매는 어쩌지, 특히 우리 두두 꼬봉 하나 없어지면 스트레스 더 받을텐데 어쩌지.... 등등등 알게 모르게 소소하지만 나는 누군가들에세 꽤나 중요한 사람이다. 그 누가 나를 대신할 수는 있지만 나와 똑같은 사람으로 대체될 순 없다. 나는 이 세계에 단 한 사람 존재하므로.

가볍고 다소 엉뚱하게 시작한 소설은 그 이면에 시간과 인생의 의미와 같은 다소 묵직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가 기술 발전을 통해 얻은 것만큼 잃은 것은 무엇일까, 정말 우리에게 가치있는 것- 이 세계에서 없어져도 상관없는 것들이란 존재하는가?- 은 무엇일까, 삶과 죽음, 존재 가치와 같은 심오한 문제들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가벼운 접근이 다소 거북스럽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런 어수선한 시국엔 되려 이런 희극적인 요소가 읽는 이로 하여금 더 큰 위로와 희망을 건내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비극을 알아야 진정한 희극을 표현할 수 있는 것처럼, 이 책은 비극에 대한 충분한 고뇌와 이해를 통해 스스럼없이 웃은 얼굴로 독자에게 편안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을 한 번 소리내어 끝까지 읽어보고 싶다. 분명 눈으로만 쫓다가 스쳐간 문장들이 가슴을 울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좀 펑펑 울어야겠다. 그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과 사랑스런 고양이가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지 너무나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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