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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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줘' 의 에이미를 만났을 때 이상의 충격을 주는 캐릭터가 바로 '죽여 마땅한 사람들' 의 릴리 킨트너다. 그녀 역시 아름답고 지적일 뿐만 아니라 냉혹한 살인자의 면모를 갖췄다. 그럼에도 에이미보다 릴리에게 더 매료되고 마는 것은 무려 다섯 명의 사람을 죽였음에도 그녀가 인간적(?)으로 느껴진다는 점이다. 에이미가 철저한 자기애성 성격장애를 가진- 주변 사람들을 뜻대로 조종하고 이내 망가뜨리고 마는- 소시오 패스였다면 릴리는 보통의 사람들보다 좀 더 냉철하고 머리가 좋았을 뿐이란 생각이 든다. 확실히 에이미같이 끝까지 치를 떨게 만드는 악녀와는 다르다. 특히 에이미와 비슷한 느낌을 풍기는 미란다 덕분에 상대적으로 릴리는 평범한 사람처럼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처음엔 살인이라는 그 자체에 도덕적인 거부감을 갖게 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녀의 완전 범죄를 응원하게 만든다. 그것이 릴리의 매력이자, 이 스토리가 가진 힘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책 속의 피해자들은 대개 '죽여 마땅한 사람들' 이다. 물론 죽여 마땅한 사람들 옆에 머물다 안타깝게 최후를 맞이한 인물들은 어쩔 수 없지만. 혹자는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위대한 가르침을 떠올리며 살인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할 것이다. 그 말 자체에는 몹시 동의하지만 안타깝게도 작금의 세태를 보자면, 과연 우리가 지닌 인내와 관용, 그리고 용서를 얼마나, 어떻게 발휘해야 하는가 그 한계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기존의 도덕과 이성으로 판단하기에는 이해가 불가능한 비상식적이고, 악질적인 사건과 사람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인간종에 대한 새로운 분류와 정의가 내려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만큼 보편적인 사람들에게도 '죽여 마땅해' 라고 느껴지는 사람은 적어도 한 명 이상 존재할 것이다. 게다가 고매하고 위대한 가르침을 따르며 살아가기에 우리의 삶은 너무나 고단하고 퍽퍽하다. 심적인 여유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마저 무리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그러니 책 속에 빠져들며 릴리를 응원하게 되는 것은 자못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 같다.

책은 테드, 릴리, 미란다, 킴볼 여러 사람의 시점에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전개되지만 전혀 어지럽지 않다. 오히려 자칫 뻔하게 느껴질 수 있는 스토리가 입체적이고 풍부해져 인물들의 심리와 상황을 이해하는데 더욱 도움을 준다. 책이 지닐 수 있는 한계성을 되려 몰입 가능한 요소들로 바꾼 작가의 필력이 놀랍다. 그의 바람대로 어마무시한 라인의 캐스팅이 이루어져 웰메이드 영화로 만들어지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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