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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닮아가거나 사랑하겠지 - 김동영 산문집
김동영 지음 / 달 / 2022년 6월
평점 :
‘우리는 닮아가거나 사랑하겠지’라는 제목을 듣자마자 이유 없이 마음이 끌렸다. 평소 사랑 이야기라면 일단 배제하고 보는 나인데, 이 책만큼은 궁금증이 일었다. 무심하게 툭 내뱉는 말속에 담긴 다정함과 우리라는 관계에 대한 믿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단순히 그가 살아오면서 만나온 연인들에 대한 이야기는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다. 다행스럽게도(?) 샛노란 표지의 책을 받아보았을 때, 책의 띠지에는 ‘내게 세상을 가르쳐준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적혀 있었다. 과연 그가 만나온 여성들은 어떤 사람들이고, 그녀들은 그에게 삶의 어떤 부분을 알려줬을까 무척 궁금했다.
책 속에는 어찌 보면 평범하고 어찌 보면 너무나 특별한 여성들이 가득했다. 의외의 인물인 암컷 반려견부터 옛 여자친구, 상사를 포함한 직장 동료들, 여행지에서 만난 여성들이 등장했다. 그녀들과 관련된 한 편, 한 편의 이야기가 너무나 일상적이면서도 특별했다. 어렵고 복잡한 이야기를 풀어 놓은 책도 아닌데 한 장, 한 장 빠르게 읽고 넘기기가 어려웠다. 긴 여운이 남거나 생각에 잠기는 순간이 많았기 때문이다.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하다가도 그녀들이 건네는 위로에 마음이 뭉클해지고, 그녀들이 기꺼이 알려주는 삶의 지혜를 감사히 받아들였다. 나 역시 저자와 마찬가지로 그녀들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는 2가지였다. 눈앞이 침침한 할머니께서 손가락의 감각만으로 생선 살을 발라주시던 이야기와 후쿠시마 마을에 남겨진 동물들을 구조해 함께 살아가는 메구미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읽을 때는 눈물을 쏟고 말았다. 이것이야말로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는 가장 순수한 사랑의 모습이 아니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나는 그분들처럼 내 안에 사랑이 가득하고,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나누어주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부끄럽게도 그렇진 않다. 다만 그분들을 닮아가려는 노력만큼은 해나갈 수 있을 듯하다. 조금 더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작은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물론 책 속에는 여자를 함부로 화나게 만들면 안 된다는 진심 어린 충고를 담은 이야기도 등장한다. 웃어야 할지, 찡그려야 할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바로 그의 외도에 대한 복수로 온 집안에 김치 테러를 한 여자친구에 대한 이야기였다. 맛있다고만 생각했던 김치가 그토록 위력적인 복수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미처 몰랐다. 김치 하나면 빨간 얼룩 외에도 좀체 사라지지 않는 시큼한 냄새를 집안 가득 남길 수 있고, 각종 가전제품을 망가뜨릴 수 있다. 나 역시 언젠가 치미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누군가를 응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이 방법을 써봐야겠다. 아마 쉽게 회복할 수 없을 것이다.
뭐랄까. 저자의 모든 책을 읽은 건 아니지만 이전에 읽었던 몇 권의 에세이에 비해 덜 우울하고, 덜 무거운 느낌이다. 나는 오히려 그 점이 좋았다. 예전에는 저자가 글에 담아 내는 우울과 슬픔, 무기력에 대해 공감할 수 있었지만,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알 수 없는 마음의 병을 호소하는 생선 작가님이지만, 조금은 안정된 마음으로 잘 지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안심이 되었다. 무엇보다 이렇게 훌륭한 여성들로부터 세상을 배우고 살아간다면, 저자는 삶에서 주어지는 많은 장애물들을 슬기롭게 넘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뭐랄까. 저자의 모든 책을 읽은 건 아니지만 이전에 읽었던 몇 권의 에세이에 비해 덜 우울하고, 덜 무거운 느낌이다. 나는 오히려 그 점이 좋았다. 예전에는 저자가 글에 담아내는 우울과 슬픔, 무기력에 대해 공감할 수 있었지만,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알 수 없는 마음의 병을 호소하는 생선 작가님이지만, 조금은 안정된 마음으로 잘 지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안심되었다. 무엇보다 이렇게 훌륭한 여성들로부터 세상을 배우고 살아간다면, 저자는 삶에서 주어지는 많은 장애물을 슬기롭게 넘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그녀들 덕분에 더운 열기에 다 녹아내린 듯 끈적거리고 흐느적거리는 마음에 뽀송뽀송하고 향긋한 파우더가 뿌려진 것 같다. 그리고 나에게 세상을 가르쳐준 여성들에 대해 하나씩 떠올려 보게 된다. 나도 그녀들을 닮아가고 사랑하고 싶다, 오랫동안. 더불어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그토록 멋진 여성으로 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