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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마지막 책장을 넘기고 나니 어쩐지 웃음이 난다.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웃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하면 씁슬하지만, 역시나 먹먹한 뻐근함보다는 기쁨으로 마무리 하고 싶다. 결국 저자가 우리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은 반복되는 일상이라 할지라도 삶이라는 것 자체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행복과 가치였으니까.
내가 존재하는 세상과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는 과연 어떤 차이가 있을까?
물론 없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역사를 바꿀 위대한 위인급의 인물이 아니라면 나 하나가 없음으로 해서 세상이 변할 일은 없다. 그럼 우리는 대체 무엇을 위해, 왜 살아가는가, 어차피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존재라면 신은 왜 우리를 이렇게 고통스러운 세상 속에 던져 놓았을까. 별것 없을 것 같은 두 세계 사이의 차이를 찾아내는 것, 그것이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동안 해야할 궁극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너무나 미세해서 찾아내기도 힘들 그 틈만큼의 가치가 바로 나의 존재 가치이며 그것만으로도 우리가 살아야할 이유는 충분하다. 혹자는 물을 것이다. 왜? 개미똥구녕만큼의 크기가 내 삶의 가치라면 그것이야말로 무가치한 것 아니냐고. 분명히 누가봐도 몹시 가치있게 느껴지는 크게는 아니다. 내 크기가 저만큼이라니 되려 상처만 받는 것 같다.
그럼에도 나는 그 문제에 대해 이렇게 답하고 싶다. 그것은 우리가 이 거대한 세상 속에서 찾아낸 틈이기에 작은 거라고. 진짜 '내' 삶을 둘러싸고 있는 곳에서의 그 틈은 크기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라고. 내가 없다면 내 친구들, 가족들, 지인들.. 그 모두에겐 추억이 사라지는 셈이다. 그만큼 그 사람들의 삶은 단조로워지는 것이고. 그를 나를 통해 떠올리는 과거의 기억, 그것이 불러오는 향수 이 모든 게 결국 나의 가치라고 생각한다. 내가 없으면 N씨는 어디에 연애 상담을 할까, 우리 후배님 J씨와 S씨, 그리고 K씨는 어디에서 신나게 수다의 장을 열까, R씨는 나 대신 누구를 혼내며 하루를 보낼까, 우리 할머니 드라마 얘기에 맞장구 쳐줄 사람은 있을까, 우리 엄마 아빠 영화 예매는 어쩌지, 특히 우리 두두 꼬봉 하나 없어지면 스트레스 더 받을텐데 어쩌지.... 등등등 알게 모르게 소소하지만 나는 누군가들에세 꽤나 중요한 사람이다. 그 누가 나를 대신할 수는 있지만 나와 똑같은 사람으로 대체될 순 없다. 나는 이 세계에 단 한 사람 존재하므로.
가볍고 다소 엉뚱하게 시작한 소설은 그 이면에 시간과 인생의 의미와 같은 다소 묵직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가 기술 발전을 통해 얻은 것만큼 잃은 것은 무엇일까, 정말 우리에게 가치있는 것- 이 세계에서 없어져도 상관없는 것들이란 존재하는가?- 은 무엇일까, 삶과 죽음, 존재 가치와 같은 심오한 문제들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가벼운 접근이 다소 거북스럽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런 어수선한 시국엔 되려 이런 희극적인 요소가 읽는 이로 하여금 더 큰 위로와 희망을 건내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비극을 알아야 진정한 희극을 표현할 수 있는 것처럼, 이 책은 비극에 대한 충분한 고뇌와 이해를 통해 스스럼없이 웃은 얼굴로 독자에게 편안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을 한 번 소리내어 끝까지 읽어보고 싶다. 분명 눈으로만 쫓다가 스쳐간 문장들이 가슴을 울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좀 펑펑 울어야겠다. 그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과 사랑스런 고양이가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지 너무나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