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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명관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이 나왔다. 개인적으로 고래고령화 가족같은 소설들을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이번 소설집 역시 흥미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소설집의 제목 역시 보고 있자면 천명관작가와 썩 잘 어울리는 제목이라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제목에서부터 이야기들이 꿈틀거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단편 편편에서 작가의 어떤 입심을 보여줄지 기대가 되는 소설집이다.

  

 

 

 

 

 

  몇 달 전부터 오래 기다려오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간이 나왔다. 나 같은 경우 개인적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장편들보다는 단편에 더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기에 특히나 이번 소설집의 발간을 많이 기다려 왔다. 개인적으로 하루키의 소설 중 가장 좋아하는 소설에 영화로도 만들어진 토니 타키타니가 있는데 이 소설집의 제목을 보면서 자연스레 이 소설을 떠올리게 되었다. 아마 그래서 이 소설집에 대한 기대가 더 커졌는지도 모르겠다. 서늘하면서도 담담한 하루키의 문장들을 하루 빨리 만나보고 싶다.

 

 

 

 

 

  2009년에 등단한 작가의 첫 책이 나왔다. , 이란 언제나 어느 이상의 설렘이 담겨 있는데 특히 그것이 신인작가의 첫 책이라면 더욱더 그렇다. 등단작정도 밖에 읽은 기억이 없어 이 작가가 만들어내는 세계가 어떤 것인지 잘 모르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어떤 선입견도 없이 이 책을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작가 에밀 졸라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것만큼 그의 작품을 많이 접해보지는 못했던 것 같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으로 에밀 졸라의 작품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데 언제 한 번 기회를 만들어 에밀 졸라의 책들을 몰아 읽어 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히 에밀 졸라의 작품 중에서는 처음 들어본 이 작품이 나에게 어떤 세계를 만나게 해줄지 기대가 된다.

    

 

 

 

 

  솔직히 이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작가이고 책소개에 역시 이 소설이 작가의 첫 소설이라고 되어 있기에 이 소설을 추천해야 할지 말지 잠시 망설였었다. 그러다 이내 황현산 선생님이 추천하였다는 것을 보고 믿음이 생겼다. 그리고 코멕 맥카시의 <더 로드>를 연상시키는 작품이라기에 과연 어떤 소설일지 궁금증이 생기기도 했다. 희망적이고 밝은 이야기보다 이 소설처럼 비극적인 이야기들을 통해 오히려 더 마음을 다스리고 위로받을 수 있는 요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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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드 모파상 - 비곗덩어리 외 62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9
기 드 모파상 지음, 최정수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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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파상의 단편집을 받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단편선치고는 생각보다 두껍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모파상의 단편들이 본격적으로 묶여 나온 것은 이 책이 처음이라고 하니 평소 모파상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또 그렇지 않다고 해도 모파상을 알아갈 사람들에게 큰 선물과도 같은 분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말하면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는 이 책을 통해 모파상을 처음 만났다. 첫 만남에 책이, 작가는 격식을 갖추고 나를 만나러 왔지만 나는 이런저런 일들로 마음을 쫓기며 책을 간신히 읽어 나갔기에 책과 작가의 준비에 충분한 보답을 해주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만큼 이 책은 모파상을 알기에 좋은 책임이 분명했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 평소 모파상에 대해 아주 관념적이거나 혹은 어려운 소설을 써나갈 것이라는 어떤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 선입견이 얼마나 컸던지 소설의 첫 장을 읽어내려가며 생각보다 쉽게 읽히고 심지어 나의 취향에도 맞아 떨어지는 문장들을 보며 조금 놀라기까지 했던 기억이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소설에서 화자가 어떤 사건에 깊게 묻혀 있는 상태에서 격정적으로 사건을 서술해나가는 소설들도 좋아하지만 그보다는 사건에서 조금 거리를 두고 담담하게, 자신의 일이지만 자신의 일이 아닌 것처럼 묵묵히 써내려가는 소설들을 조금 더 좋아한다. 이 단편집의 처음에 실린비곗덩어리를 읽어보면 소설 속 화자는 금방 내가 말한 것처럼 사건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바라본다. 이런 거리두기는 그 사건이 더 끔찍할수록 독자에게 더 서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데 이 소설 역시 그런 경우라고 생각되었다.

   모파상의 여러 단편들을 읽어나가다 보면 작가가 어떤 특정한 공간, 상황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들을 써내려갔다기 보다 여러 상황, 다양한 공간에 놓여 있는 인물들을 가지고 소설을 써내려갔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소설들을 보면 그 배경이 전쟁이 되는 단편들도 있고 도심이 되는 경우도 있으며 시골이 되는 경우도 있다. 나는 이런 부분들을 보며 모파상이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의 인간의 모습에 관심을 두는 작가이기 보다는 여러 상황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다양한 장소와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 자체의 모습에 관심을 두었던 작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고 이렇게 다양한 상황, 장소에 놓인 인물들이 서로 그렇게 크게 다르지 않음을 또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음을 깨달을 때마다 작가의 역량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고 소설을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어떤 상황에 냉정하기는 쉽지만 그 냉정함과 함께 유머를 가지고 있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둘은 같이 양립하기 힘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모파상의 여러 단편들을 읽으면서 모파상이 두 양립하기 힘든 두 가지를 함께 가지고 소설을 써나갔음을, 인간과 인생을 바라봤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런 작가의 시선에 부러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모파상이 근대 단편의 창시자 중 한 명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꼭 그 얘기를 듣지 않는다고 해도 이 책에 실린 몇 십편의 단편들을 읽고 있으면 자연스레 단편의 묘미에 대해, 단편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들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단편의 형식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들에 대해 오래도록 생각하게 만든 그런 단편들이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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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투명인간
성석제 지음 / 창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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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 역시 성석제 작가의 다른 소설들처럼 서사로 꽉 짜이어져 있다. 소설의 표지를 펼치면서 작가가 짜놓은 이야기에 탑승을 하게 되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그 이야기를 따라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소설은 한 때 일명 자살대교라고 불렸던 마포대교에서 시작을 한다. 그러면서 작가는 다리에서 떨어져 내리려는 사람들을 감지하는 센서에 대한 묘사들을 보여주며 그 센서에는 반응하지 않은 주인공 만수의 모습을 보여준다. 나는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도 전인 이 도입부에서부터 여러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을 때 그것을 알아차리고 잡아줄 수 있는 것이 사람이 아닌 전자센서라는 사실에 생각이 머물렀다. 이런 사실이 다리 앞에서 죽음을 결심한 사람들을, 그 앞에 투명인간이 된 만수를 더 쓸쓸하게 만들었다.

   소설은 이제 만수가 태어날 때로 시간을 거슬러서 현재로 올라오게 된다. 그러면서 태어날 때 유독 머리가 커서 출산부터 힘들었던 사건부터 시작해 보통사람보다는 조금 부족해보이고 약해 보이는 만수의 모습을, 인생을 소설은 보여준다. 그러면서 말을 하는 화자는 수시로 바뀐다. 다만 만수 본인만은 자기 스스로에 대해, 자신의 삶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그저 주위 사람들이 돌아가며 그의 삶의 한 부분을 이야기해 줄 뿐이다. 나는 이런 서술 방식과 내용을 읽고 나서 투명인간이 단지 연약하고 소외된 만수같은 인물들에 관한, 그들의 죽음에 관한, 혹은 죽음과도 같은 삶에 관한 은유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소설을 덮은 후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투명인간은 그저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개개인의 모습의 다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만수 주위사람들이 만수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정작 만수 본인은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못하듯 나는 우리 역시 우리의 삶에 대해 우리가 고스란히 이야기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나 본인의 삶에 주위 사람들의 시선 혹은 그들의 삶이 더해져 각자의 인생은 완성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을 만수 주변사람들이 돌아가며 만수와 자신의 삶을 이야기 해나가는 것을 보고 새삼 깨닫게 되었다.

   완전히 사라질 수도, 그렇다고 이 세상을 살아갈 수도 없는 사람이 투명인간이 된다는 점은 많은 의미들을 담고 있는 듯이 보인다. 저 사라질 수도, 살아갈 수도 없는 것은 단지 어떤 특정 인물만이 아닌, 지금 현재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이 몇 대에 걸쳐오는 가족의 서사를, 어찌보면 생소할 수 있는 개인사를 가진 인물들을 내 것으로,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내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게 했다.

   만수는 자신의 가족들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한다. 그렇게 만수의 희생으로 가족들은 어느정도 자신의 자리를 가지게 되는 것처럼 보이고 만수 본인도 자신의 삶을 살아갈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내 그것은 깨지게 된다. 평생 일해도 갚을 수 없는 액수의 빚이 만수 앞으로 ᄄᅠᆯ어지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만수는 거의 잠을 자지 못하며 빚을 갚아가고 가족들을 위해 희생한다. 그런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끝없이 이어지는 고된 노동과,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매몰찬 외면, 그리고 더 큰 불행일 뿐이다. 이런 만수의 모습을 보며 역시 나는 현재 사회에서 개인의 몫에 대해, 개인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이 사회를 유지해나가고 꾸려 나가는 것은 사실 자신의 삶을 죽어라 살고 있는 우리 개개인들이다. 하지만 우리들 개개인의 삶이 산만큼, 일한만큼 정직하게 나아지는 경우는 드물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게 삶이 흘러가는 경우 역시 많다. 나는 이런 사회 속에서의 개인의 모습을 만수라는 인물이 대표해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 소설을 다 읽은 후 나와는 전혀 다른 감상을 가지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어떤 감상을 하든 그것은 읽는 사람의 몫이니까. 그렇지만 우리가 이 소설을 읽고 공유하게 될 어떤 감정들은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감정을 느꼈든 우리 모두 그 감정을 쉽게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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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다 하는 거였군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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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을 고른 이유는 단연 에밀 졸라라는 작가 때문이고 두 번째는 너무나 강렬하면서도 아름다운 표지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인간의 육체를 다룬 시나 소설들에 관심이 많고 좋아한다. 인간의 몸을 묘사하는 문장들에서 이입이 되는 동시에 거리감을 가지고 보게 된다. 플로베르는 에밀 졸라에게 편지를 쓰면서 나는 어제 하루 온종일 나나를 읽는 데 보냈다네. 그리고 잠을 이루지 못했지. 이 소설에 등장하는 희한한 것들이나 강렬한 것들을 모두 열거해야 한다면 모든 페이지마다 주석을 달아야 할 걸세! 등장인물들의 성격도 모두 경이로웠네. 마지막 장면은 미켈란젤로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기법이었지! 대단한 책이야, 이 사람아!‘와 같은 말을 적었다고 한다. 플로베르와 에밀 졸라를 동시에 좋아하는 독자로서 이 소설을 기대하는 일은 당연한 일 같다.

 

 

  이승우 작가님의 신작이 나왔다. 소설집으로는 6년만의 새 소설집이라고 한다. 요즘 장편들을 주로 읽다보니 믿고 읽을 수 있는 작가의 새로운 소설집 소식이 더욱더 눈에 띄고 반갑다. 노랑과 검정이 대비되는 표지 역시 시선을 잡아끈다. 그 가운데 있는 눈동자와 신중한 사람이라는 제목이 책을 읽기도 전의 독자에게 무언가라고 말을 걸고 있는 듯하다. 이승우 작가님의 소설들이 가볍게,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것들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처럼 매일 무섭고 끔찍한 소식들이 터져 나오는 날들에 더 깊게 읽을 수 있고, 읽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니 모리슨이라는 작가가 아주 유명한 작가라는 것을 이 책의 출판을 통해 처음 알았다. 작가소개를 보니 흑인여성 작가로서 끊임없이 인종과 성의 문제에 천착하며 흑인들의 참혹한 역사를 문학으로 복원해냈었고 이번 소설에는 미국 역사 초기, 그 모든 억압과 고통이 시작된 곳으로 깊숙이 파고들어갔다고 한다. 특히 내가 이 소설을 읽어야겠다고 마음 먹은 대목은 그리고 그것이 인간의 삶을, 특히나 여성의 삶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를 특유의 시적이고 함축적인 문체로 써내려간다.’라는 대목이다. 개인적으로 시적이고 함축적인 문장들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처음 만나보는 작가이기에 기대가 된다.

 

 

 

     

  무려 14년만에 쿤데라의 신작이 나왔다. 평소 밀란 쿤데라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무척 반갑고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 역시 그렇다. 이번에는 또 어떤 묵직한 얘기들을 전해줄지 무척 기대가 된다. 소설 속에 보잘것없는 것을 사랑해야 해요,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라는 문장이 나온다는데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건 보잘 것 없는 것들을 사랑하는 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우리의 일상들을 행복하고 풍족하게 해주는 것은 더 큰 것, 근사한 것들을 원하고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보잘것없는 것들을 사랑하는 법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1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수상작가였던 이종산 작가가 두 번째 장편을 발표했다. 내가 이 소설을 주목하는 신간으로 꼽은 이유는 단 한가지이다. 소설 속의 한 문장 때문인데 그 문장은 걷다. 숨쉬다. 그런 말이 생소해질 날이 오기도 할까. 살다. 사랑하다. 그런 말은 이미 너무 낯선데.’라는 부분이다. 작가와 비슷한 20대 후반을 살고 있는 나로서 이 말은 그냥 문장 혹은 글자가 아니라 어떤 공기, 기운으로 전해지는 문장이었다. 어쩌면 우린 살다, 사랑하다, 라는 문장들과 최대한 가깝게 지내기 위해, 어떻게든 멀어지지 않기 위해 문학을 읽고 쓰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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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목가]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미국의 목가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7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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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을 다 읽은 후, 다른 나라도 아닌 미국의 목가라는 제목으로 돌아가 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제목에 다른 나라 대신 여러 나라의 이름을 붙여봤지만 미국이라는 나라가 가장 소설적이면서도 가장 필립 로스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나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의 몇 손가락 안에 필립 로스의 이름이 들어가는 독자 중 한 명이다. 필립 로스는 언제나 소설을 다 읽고 나면 묵직한 무언가를 나에게 던져주면서도 내가 작가의 소설을 읽기 전에는 한 덩어리로 가지고 있던 어느 부분이 몇 조각 나면서 그 안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이렇게 좋아하는 작가지만 이 작가의 소설들이 처음 도입부분에서 집중을 하는 것이 늘 힘들었기 때문에 이 소설 역시 읽기 전 마음을 단단히 먹었었다. 그렇게 읽기 시작했는데 역시나 소설의 시작은 그 이유를 알 수 없지만 가독성이 떨어지고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그렇지만 언제나 그렇듯, 작가가 그려내는 인물과 공간에 한 페이지씩 적응해나가다 보니 어느새 소설 속의 세계에 들어가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소설은 가장 처음, ‘스위드라는 말로 시작한다. 이것은 시모어레보브를 부르는 말로, 스웨덴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누군가를 부르는 말이 그 개인만을 뜻하는 말이 아니라 개인보다 큰, 어떤 국가의 사람을 통틀어 말하는 것으로 소설을 시작하는 것은 이 소설의 이야기, 더 나아가 필립 로스의 소설들과 썩 어울리는 시작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을 읽다보면 사회와 개인, 국가와 개인, 시대와 개인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이 소설뿐 아니라 필립 로스의 소설들이 대부분 그렇다. 작가는 자신의 소설들에서 개인보다 더 큰 것들 속에서 개인이 어떻게 개인이 될 수 있는지, 혹은 어떻게 개인을 잃을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다시 한 번 제목을 떠올려보게 된다. 그리고 이 소설의 사진이 불타고 있는 표지를 떠올려보게 된다.

  소설 속에서 레보브의 딸은 레보브가 책임을 져야 하는 자식이고, 가족이지만 그녀의 인생을 그가 어떻게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으며 그녀의 인생으로 그의 인생 역시 영향을 받게 된다. 이것은 개인과 개인이 가지는 관계의 모습이기도 하지만 이 소설 전체가 이야기 하고 있는 사회와 개인의 모습과도 같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놀라운 것 아닌가요? 살아왔다는 것. 그것도 이 나라에서, 이 시대에, 우리로서. 이것이 놀라운 일입니다.’

 

 

  소설을 읽다 위의 구절을 발견했을 때는 잠깐 호흡을 가다듬었다. 소설 속의 나라, 시대, 우리는 어느 특정한 나라, 시대, 우리를 말하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모든 나라, 시대, 우리를 지칭하고 있기도 하다. 그 어떤 나라, 시대, 우리 속에서 개인이 살아간다는 것은, 사실 놀랍고도 또 놀라운 일이다. 그런 사실을 그저 현실에서 살면서는 느낄 수 없지만 이 소설을 읽으며, 문학을 읽으며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고 놀라게 되는 것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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