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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목가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7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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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을 다 읽은 후, 다른 나라도 아닌 미국의 목가라는 제목으로 돌아가 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제목에 다른 나라 대신 여러 나라의 이름을 붙여봤지만 미국이라는 나라가 가장 소설적이면서도 가장 필립 로스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나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의 몇 손가락 안에 필립 로스의 이름이 들어가는 독자 중 한 명이다. 필립 로스는 언제나 소설을 다 읽고 나면 묵직한 무언가를 나에게 던져주면서도 내가 작가의 소설을 읽기 전에는 한 덩어리로 가지고 있던 어느 부분이 몇 조각 나면서 그 안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이렇게 좋아하는 작가지만 이 작가의 소설들이 처음 도입부분에서 집중을 하는 것이 늘 힘들었기 때문에 이 소설 역시 읽기 전 마음을 단단히 먹었었다. 그렇게 읽기 시작했는데 역시나 소설의 시작은 그 이유를 알 수 없지만 가독성이 떨어지고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그렇지만 언제나 그렇듯, 작가가 그려내는 인물과 공간에 한 페이지씩 적응해나가다 보니 어느새 소설 속의 세계에 들어가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소설은 가장 처음, ‘스위드라는 말로 시작한다. 이것은 시모어레보브를 부르는 말로, 스웨덴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누군가를 부르는 말이 그 개인만을 뜻하는 말이 아니라 개인보다 큰, 어떤 국가의 사람을 통틀어 말하는 것으로 소설을 시작하는 것은 이 소설의 이야기, 더 나아가 필립 로스의 소설들과 썩 어울리는 시작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을 읽다보면 사회와 개인, 국가와 개인, 시대와 개인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이 소설뿐 아니라 필립 로스의 소설들이 대부분 그렇다. 작가는 자신의 소설들에서 개인보다 더 큰 것들 속에서 개인이 어떻게 개인이 될 수 있는지, 혹은 어떻게 개인을 잃을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다시 한 번 제목을 떠올려보게 된다. 그리고 이 소설의 사진이 불타고 있는 표지를 떠올려보게 된다.

  소설 속에서 레보브의 딸은 레보브가 책임을 져야 하는 자식이고, 가족이지만 그녀의 인생을 그가 어떻게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으며 그녀의 인생으로 그의 인생 역시 영향을 받게 된다. 이것은 개인과 개인이 가지는 관계의 모습이기도 하지만 이 소설 전체가 이야기 하고 있는 사회와 개인의 모습과도 같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놀라운 것 아닌가요? 살아왔다는 것. 그것도 이 나라에서, 이 시대에, 우리로서. 이것이 놀라운 일입니다.’

 

 

  소설을 읽다 위의 구절을 발견했을 때는 잠깐 호흡을 가다듬었다. 소설 속의 나라, 시대, 우리는 어느 특정한 나라, 시대, 우리를 말하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모든 나라, 시대, 우리를 지칭하고 있기도 하다. 그 어떤 나라, 시대, 우리 속에서 개인이 살아간다는 것은, 사실 놀랍고도 또 놀라운 일이다. 그런 사실을 그저 현실에서 살면서는 느낄 수 없지만 이 소설을 읽으며, 문학을 읽으며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고 놀라게 되는 것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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