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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성석제 지음 / 창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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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 역시 성석제 작가의 다른 소설들처럼 서사로 꽉 짜이어져 있다. 소설의 표지를 펼치면서 작가가 짜놓은 이야기에 탑승을 하게 되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그 이야기를 따라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소설은 한 때 일명 자살대교라고 불렸던 마포대교에서 시작을 한다. 그러면서 작가는 다리에서 떨어져 내리려는 사람들을 감지하는 센서에 대한 묘사들을 보여주며 그 센서에는 반응하지 않은 주인공 만수의 모습을 보여준다. 나는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도 전인 이 도입부에서부터 여러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을 때 그것을 알아차리고 잡아줄 수 있는 것이 사람이 아닌 전자센서라는 사실에 생각이 머물렀다. 이런 사실이 다리 앞에서 죽음을 결심한 사람들을, 그 앞에 투명인간이 된 만수를 더 쓸쓸하게 만들었다.

   소설은 이제 만수가 태어날 때로 시간을 거슬러서 현재로 올라오게 된다. 그러면서 태어날 때 유독 머리가 커서 출산부터 힘들었던 사건부터 시작해 보통사람보다는 조금 부족해보이고 약해 보이는 만수의 모습을, 인생을 소설은 보여준다. 그러면서 말을 하는 화자는 수시로 바뀐다. 다만 만수 본인만은 자기 스스로에 대해, 자신의 삶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그저 주위 사람들이 돌아가며 그의 삶의 한 부분을 이야기해 줄 뿐이다. 나는 이런 서술 방식과 내용을 읽고 나서 투명인간이 단지 연약하고 소외된 만수같은 인물들에 관한, 그들의 죽음에 관한, 혹은 죽음과도 같은 삶에 관한 은유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소설을 덮은 후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투명인간은 그저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개개인의 모습의 다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만수 주위사람들이 만수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정작 만수 본인은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못하듯 나는 우리 역시 우리의 삶에 대해 우리가 고스란히 이야기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나 본인의 삶에 주위 사람들의 시선 혹은 그들의 삶이 더해져 각자의 인생은 완성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을 만수 주변사람들이 돌아가며 만수와 자신의 삶을 이야기 해나가는 것을 보고 새삼 깨닫게 되었다.

   완전히 사라질 수도, 그렇다고 이 세상을 살아갈 수도 없는 사람이 투명인간이 된다는 점은 많은 의미들을 담고 있는 듯이 보인다. 저 사라질 수도, 살아갈 수도 없는 것은 단지 어떤 특정 인물만이 아닌, 지금 현재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이 몇 대에 걸쳐오는 가족의 서사를, 어찌보면 생소할 수 있는 개인사를 가진 인물들을 내 것으로,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내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게 했다.

   만수는 자신의 가족들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한다. 그렇게 만수의 희생으로 가족들은 어느정도 자신의 자리를 가지게 되는 것처럼 보이고 만수 본인도 자신의 삶을 살아갈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내 그것은 깨지게 된다. 평생 일해도 갚을 수 없는 액수의 빚이 만수 앞으로 ᄄᅠᆯ어지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만수는 거의 잠을 자지 못하며 빚을 갚아가고 가족들을 위해 희생한다. 그런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끝없이 이어지는 고된 노동과,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매몰찬 외면, 그리고 더 큰 불행일 뿐이다. 이런 만수의 모습을 보며 역시 나는 현재 사회에서 개인의 몫에 대해, 개인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이 사회를 유지해나가고 꾸려 나가는 것은 사실 자신의 삶을 죽어라 살고 있는 우리 개개인들이다. 하지만 우리들 개개인의 삶이 산만큼, 일한만큼 정직하게 나아지는 경우는 드물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게 삶이 흘러가는 경우 역시 많다. 나는 이런 사회 속에서의 개인의 모습을 만수라는 인물이 대표해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 소설을 다 읽은 후 나와는 전혀 다른 감상을 가지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어떤 감상을 하든 그것은 읽는 사람의 몫이니까. 그렇지만 우리가 이 소설을 읽고 공유하게 될 어떤 감정들은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감정을 느꼈든 우리 모두 그 감정을 쉽게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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