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이 그랬어 트리플 1
박서련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양한 장르와 다양한 작가들의 글을 읽기란 쉽지 않다. 마치 옷을 사러 가서 항상 비슷한 스타일의 옷만 사듯 책도 비슷한 장르의 책만 사게 된다. 우연한 기회로 자음과 모음 서평단을 하면서 다양한 책들을 읽을 기회가 생겼다. 이번에 읽게 된 책은 자음과 모음에서 기획한 <트리플> 시리즈 중 하나인 <<호르몬이 그랬어>>이다. 


일반적인 소설은 책으로 나오기까지 많은 노력이 들고, 그렇기 때문에 작품으로 만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다양한 관점에서 검토하고 다듬는 동안 완성도는 높아지겠지만 다양한 시도를 하기는 제약이 있다. <트리플> 시리즈는 한 작가의 세편의 소설을 하나로 묶어서 내는 형식이다. 작가는 일반적인 소설에서 시도할 수 없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으며 독자 또한 작가들의 이러한 시도를 바로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호르몬이 그랬어>>는 박서련 작가의 <트리플>이다. 박서련 작가는 <<체공녀 강주룡>>으로 23회 한겨레 문화상을 받았다. 이  책은 "1931년 평양 평원 고무 공장 파업을 주도하며 을밀대 지붕에 올라 우리나라 최초로 '고공 농성'을 벌였던 여성 노동자 강주룡의 일생을 그린 전기 소설"이라고 한다. 박서련 작가의 기존 작을 읽지 못한 채 이 책을 읽게 되어서 작가가 어떤 면에서 현재 자신의 틀에서 벗어나려고 했는지 정확히 포착하지는 못했지만, 수록된 세 권에 책에 대한 작가의 에세이가 뒤편에 수록되어 있어서, 작가가 어떤 생각으로 이 글을 쓰고 현재 바라보는지 엿볼 수 있었다.


수록된 세 글은 2008년, 작가가 20대 때 쓴 소설이다. 20대스러운 혼돈과 방황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기억 저편에 있던 나의 20대의 혼돈의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소설은 주인공들의 정체성과 혼돈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주인공이 겪는 세상의 모습을 차갑고 무겁게 그려낸다. 그들은 그저 반항하고 이유 없이 방황하는 20대가 아니다. 주인공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주어진 책임을 다하려 한다. 그들을 힘들게 하는 건 그들이 말하는 "호르몬"이 아니라 세상이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최선을 다해 돈을 벌어도 무덤 같은 방에 누워 살다 연탄가스에 중독되어서 죽기도 하고, 아르바이트하다 갑자기 잘려서 집에 있을 수밖에 없다가 일방적으로 이별 통보받은 연인에게 불려 가 결혼 소식을 듣게 되기도 한다. 


여러 단편 중 이 책의 제목과 같은 <<호르몬이 그랬어>>는 그런 20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주인공은 백수에 남자 친구에게까지 차인 상태다. 어느 날 자신을 찬 남자 친구가 갑자기 자신을 불러내어 호텔 레스토랑에서 밥을 사주면서 결혼한다고 말한다. 그 짜증 나고 치욕적인 사건을 겪고 나서 엄마의 열 살 이상 연하의 남자 친구에게 만나자고 하고 술을 마신다. 술이 만취해서 잠을 깼는데, 엄마의 남자 친구의 아들의 침대에서 자신이 자고 있었고, 하필 생리가 터져서 침대에 얼룩을 남기고 말았다. 그 자리에 주인공은 "호르몬이 그랬어."라는 메모를 남긴다. 


호르몬의 변화로 인해 생기는 그 미묘하고 불편함을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 무엇인가 어긋나 있고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 낮아지고, 불만이 가득 찬 그 불안 불안한 감정들. 어쩌면 20대의 그 불안함이 생리 전 호르몬이 가져다주는 불안감과 비슷한지도 모르겠다. 생리가 시작하면, 혹은 끝나면 안정된 상태로 돌아오고, 그때서야 지난 자신을 돌아보며 스스로가 조금 예민했었음을 깨닫게 되는... 자연스럽고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누구는 예민하게 겪고 누구는 오는지도 모르게 지나가는 그 사이클을 호르몬에 빗댄 작가의 센스에 감탄한다. 


자신을 둘러싼, 그리고 인상 깊었던 내용들이 글에 투영되는 것은 당연하다. 작가의 글을 보면 작가는 가난한 줄 모르다 20대가 되어서 자신이 가난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주인공들의 삶은 팍팍하다. 이런 경험들과 인식이 <<체공녀 강주룡>>이란 소설을 쓰게 하는 바탕이 된 걸지도 모르겠다. 


학부 때 계절학기로 대본 쓰기 수업을 들었었다. 유명한 영화감독이 수업을 했었던 것 같다. 시나리오를 써서 제출하는 과제가 있었는데, 나는 당시 내가 직면했던 죽음에 대한 글을 썼다. 20대에 들어서자마자 나에게 가장 소중한 외할머니를 잃었고, 한동안 우울증에 시달렸다. 몇 년 후 가깝지 않은 친척의 사고로 인한 뇌사 판정 소식과 장기이식 소식을 들었다. 키우려고 데려온 강아지가 하루아침에 장염으로 죽었고, 키우던 개도 장염이 옮아서 죽었다. 한 순간에 생명이 그렇게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자 온통 세상은 죽음으로 가득 차 보였었다. 내 시나리오를 보고 감독님은 20대가 소화하기에 죽음은 너무 무겁다고 했다. 아마 교수님은 20대만이 가질 수 있는 생기발랄함과 도발적인 글을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 눈에 비친 세상은 어둡고 어두웠다. 죽음에 대해 이야기할 나이가 따로 있을까? 하지만 당시 나는 무거운, 20대의 생기가 하나도 없는 어두 칙칙한 내 글을 부끄러워했다. 


그런 기억 때문일까? 자신의 기억과 인상들을 기록을 넘어서서 현실과 상상을 포개어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모든 작가들의 능력에 항상 부러움과 감탄을 동시에 느낀다. 또 다른 부러움을 느낄 다음 작가의 트리플 시리즈를 기대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에 울다
마루야마 겐지 지음, 한성례 옮김 / 자음과모음 / 2020년 12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루야마 겐지 작가의 글은 이 책, <<달에 울다>> (마루야마 겐지, 한성례 옮김, 자음과 모음, 2021) 이 처음이었다. 작가도 처음, 소설도 처음이어서 낯설기도 했다. 이 소설은 소설이라기엔 짧은 문장과 나누어진 문단은 마치 긴 시를 읽는 듯하다. 이 형식은 마루야마가 개척한 "시 소설"이라는 형식이라고 한다. "시적인 문체에 영상적인 이미지를 바탕에 깔았다(p.274)"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위키에는 1943년 생으로 1966년에 데뷔작 <<여름의 흐름>>으로 아쿠타가와상을 받았으며, 80년대 이후 여러 상의 수상자로 선정되었지만 수상을 거부했다고 소개되었다. 특이한 작가라 생각했다. 어떤 연유로 노 작가가 상을 거부하는 것일까? 궁금해졌다. 2015년 경향신문에 게재 된 인터뷰(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508212156105)를 읽고 나니 작가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국가나 단체의 권력과 권위에 굴복하지 않는 자유로운 개인을 추구하는 작가였다. 그가 살아온 시대적 배경을 고려해본다면 왜 그가 그렇게 권력과 권위에 대해 민감한지 이해된다. 


작가는 인터뷰에서 "약한 위치에서 사람들을 바라봄으로써 인간과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그린"다고 했다.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할 가치가 내게 있는가'라는 물음에 빠지게 되는 인물들을 통해서 그래도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것, 그쪽을 향하는 것이 문학"이라고 했다. 작가로서 독자들에게 어떤 것을 줄 수 있을지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았다. 소설을 읽고 나서 이 인터뷰를 보았는데, 소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달에 울다>>는 한 마을에 사는 소년의 성장기다. 소설에 나오는 그림 속의 법사, 그림 옆의 아이, 그리고 이 이야기를 말하는 화자는 모두 다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된다. 소설 속에서는 한 공간에 존재하지만 시간을 뛰어넘는 그림을 통해 과거, 현재, 미래의 내가 만나 함께 뒤엉켜있다. 미래의 내가 과거의 나를 보며 괴로워하고, 과거의 내가 미래의 나를 보며, 낯설어한다. 그 안에서 스스로를 바라보고, 관찰하고, 괴로워한다. 그리고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간다. 


주인공이 사는 마을은 시골의 작은 마을이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주인공의 아버지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야에코의 아버지를 죽인다. 아주 정당하다는 듯이. 아무도 그 불법적인 것과 부당한 것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그리고 마을에서 야에코는 그림자처럼 살아간다. 주인공과 야에코는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서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지만 뜨겁게 사랑한다. 주인공네와 야에코네는 둘 다 사과를 키운다. 탐스럽고 아름다운 사과. 칙칙한 마을과 정체된 시골의 삶에서 가장 향기롭고 아름다운 모습을 띄는 건 야에코네 사과다. 이 사과는 마치 에덴동산의 선악과 같다. 내 것이 될 순 없지만 아름 다고 향기로운, 절대 내 것이 될 수 없는 그런 아름다움을 상징한다. 주인공을 좋아하던 야에코는 어느 날 마을을 떠난다. 남은 사과들은 주인공이 키운다. 이제 사과는 야에코를 상징하지 않는다. 그가 원하는 이상적인 행복이다.  


어두운 밤에 모두를 지켜보며 혼자 외로이 떠있는 달은 주인공을 상징한다. 추운 겨울에 홀로 떠있는 달. 혼자 커지고 작아짐을 반복하는 달. 모두가 떠나도 그곳을 떠나지 못하는 주인공은 달처럼 그곳에 홀로 남아 외롭게 있다. 하지만 우직하게 그 자리에서 사과만 키우며 그곳을 지키는 주인공은 주위 사람들의 삶을 정리하는 것을 하나씩 돕는다. 그가 왜 떠나지 못하는지 그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자신의 삶의 대부분을 보내고 추억이 남아 있는 그 공간은 이제 자기 자신이 되었기 때문이다. 어리석어 보이지만 또한 가장 인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외롭고 연결되지 못하고 그렇게 하나씩 스러져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쓸쓸하고 외롭다. 마치 우리 인간의 삶의 모습 같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긴 잠에서 깨어났다고 착각한 법사가 "아아, 좋은 꿈을 꾸었어." 하면서 눈을 감고, 달이 사라지고, 촌장이 절규하는 그 장면은 마치 인생이라는 연극의 한 장이 끝나고, 막이 내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 


고통 속에서 짧은 듯 긴 듯한 인생을 사는 약한 이들의 모습을 그림 안과 밖의 모습을 교차해서 보여줌으로써 현실인 듯 아닌 듯, 순간인 듯 영원인 듯 우리의 삶을 그리고 있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으나 내용은 제 주관적인 의견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메타버스 - 디지털 지구, 뜨는 것들의 세상 메타버스 1
김상균 지음 / 플랜비디자인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족끼리 있어도, 친구들을 만나도, 각자의 스크린 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은 일상이다. 나 또한 시간 날 때마다 가상의 세계에 있다. 한참 빠져들면 시간 가는지 모른다. 핸드폰에서 이번 주 스크린 타임을 알려줄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이렇게 많은 시간을 폰을 보내며 지냈는데, 나는 가족과는 얼마큼 얼굴을 마주하며 대화하며 보냈을까? 


몸은 이곳에 있지만 우리 정신은 이미 다른 인터넷 세계를 떠도는 모습을 보면 영화 <<메트릭스>>처럼 몸은 가만히 있고 정신만 활동하는 시대가 곧 올지도 모르겠다는 두려움이 몰려올 때가 있다. 


이런 막연한 걱정과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줄 책을 읽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디지털 지구, 뜨는 것들의 세상 - 메타버스>>  (플랜비디자인, 김상균 지음, 2021) 


"메타버스는 초월,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 meta 와 세계,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 universe의 합성어"라고 한다. "스마트폰, 컴퓨터, 인터넷 등 디지털 미디어에 담긴 새로운 세상, 디지털화된 지구를 부르기 위해 만들어진 단어다. 


저자는 학사에서는 로보틱스를, 석사에서는 산업 공학, 박사는 인지 과학을 배우고, 교환 교수 시절에는 교육 공학까지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였고 현재는 강원대 산업 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학부 때는 스타트업을 두 번이나 창업할 정도로 호기심과 열정이 가득한 사람이다. 그의 지식은 공학에서 인간에 대한 호기심으로 점점 번져나갔다. 


그가 본 우리의 현실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처음엔 큰 기대를 하지 않은 채로 읽기 시작했는데, 마치 기대 없이 보기 시작한 영화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듯이 이 책이 그랬다. 


저자는 메타버스를 증강현실 세계, 라이프로깅 세계, 거울 세계, 가상 세계의 네 가지로 분류해서 설명한다. 


1. 증강 현실 세계


현실에는 없는 만화 속 포켓몬을 잡거나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갑자기 고양이나 오리가 나타나서 지나가거나 노래를 부른다. 자동차 앞 유리에 길 안내 이미지가 나타나거나 애니메이션 카드가 입체로 보이면서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기도 한다. 


이렇게 우리 현실에서 만나게 되는 증강 현실은 "현실에 가상의 물체, 실제 물체 또는 픽션의 세계관이나 이야기 등을 덧씌워서 보여(p.46)"준다. 이를 통해 우리는 판타지를 충족하거나 편의성을 느끼게 된다. 


인간의 뇌는 게을러서 들어오는 모든 정보를 처리하지 않고 들어오는 정보의 0.005%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버린다고 한다. 증강 현실은 버려지지 않도록 "요약된 정보를 눈에 띄게 만들어서 던져주는 방식(p.49)"이다. 따라서 정보를 매우 효율적으로 전달하고  강한 실제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다. "증강 현실 메타버스가 잘못 구현된다면, "너는 직접 상상하지 마. 네가 상상을 잘 못해서 내가 전달하려는 의도와 조금이라도 다르게 이해하는 게 나는 싫어. 네가 머릿속에 그릴 이미지, 네가 상상할 소리와 감정 등을 모두 내가 던져줄 테니 너는 그대로 받기만 해."라는 세상(p.52)" 즉 콘텐츠 제공자가 메타버스 속 사람들의 상상력까지 제한하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 


2. 라이프로깅 세계


"자신이 겪은 좋은 일에 대한 인정이나 축하, 나쁜 일에 대한 위로나 격려를 받고 싶은 마음(p.100)"에서 기록하고, 기대했던 반응이 오면 엔도르핀이 분비되면서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인간의 보상 기대 시스템의 근본 특성에 큰 변화가 없는 이상 소셜미디어 형태의 라이프로깅 메타버스는 계속 번성하리라 예측(p.101)" 한다고 한다. 


라이프로깅은 멀티 페르소나부터 다양한 관계적 측면에서 분석한 내용도 있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나이키 메타버스 이야기다. 


"나이키 플러스 러닝에서는 자신의 달리기 경로, 기록을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고 친구들과 서로 격려하며 경쟁"한다. "나이키 트레이닝 클럽에서는 유명 스포츠 스타의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따라 할 수 있고, 자신이 달성한 트레이닝 기록을 역시 소셜 미디어에 공유(p.137)" 한다. 이렇게 사람들을 운동 메타버스로 끌어들이는 나이키는 어떤 기업이나 연구소보다 사람들의 세세한 운동 기록을 가지게 된다. 이는 기업 가치도 끌어올리게 된다. 


라이프로깅의 선두주자인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의 시가 총액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3. 거울 세계


"실제 세계의 모습, 정보, 구조 등을 가져가서 복사하듯이 만들어 낸 메타버스를 거울 세계(p.156)"로 현실세계에 효율성과 확장성을 더해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배달의 민족, 구글 어스, 네이버 맵 등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카카오, 미네르바 스쿨 등 거울 세계의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4가지 세계 중 가장 흥미롭다. 아마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저자가 전공을 살려 이야기를 쉽고 재미나게 전달하기 때문에 설명을 일기만 하는데도 우리가 생각했던 영화 속의 상상의 세계 속에 우리가 이미 살고 있는 것 같다. 저자가 짚어주는 포인트를 듣다 보니 알게 모르게 우리 삶은 전보다 정말 많이 바뀌었다고 새삼 느낀다. 대부분의 책들이 여기까지 설명하는데 그친다면 저자는 한걸음 더 나아간다. 이 이론을 기반으로 펼쳐질 미래의 이야기를 자신이 지은 소설의 한 부분을 들어 설명한다. 너무나 생생해서 마치 그런 일이 바로 곧 일어날 것만 같다. 아주 먼 이야기일지 아닐지도 알 수 없지만, 그가 그리는 미래의 모습을 읽으며 우리가 어떤 것들을 준비해야 할지 생각하게 만든다. 


책의 뒷부분에 저자가 국내 기업들에게 제안하는 메타버스에서의 마케팅 전략도 인상적이었다. 요즘 세대를 잘 알지 못한다면 결코 기업이 살아남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재미있는 만큼 고민도 던진다. 기술의 발전만큼 우리 가치와 생각이 발전하지 못하고, 메타버스에서도 이 현실 세계와 같은 문제들이 고스란히 지속된다면, 죽음이 없는 메타버스는 진정 천국인 사람들에게는 계속 천국이고 지옥인 사람들에게는 계속 괴로움이 지속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메타버스 속에서 살면서 더 행복하고 더 가까워지면 좋을 텐데.... 그렇지 못할까 두려움이 앞선다. 지금은 함께 놀자는 딸아이가 좀 더 커서 자신만의 메타버스 안으로 들어가 버리면 느낄 외로움에 대한 걱정일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지금 이 글도 메타버스 속에서 한 역할을 하는 군......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으나 내용은 제 주관적인 의견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토우의 집 - 개정판
권여선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며칠 전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사형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출처: 뉴시스). 인권위가 사형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하면서 '인혁당 재건위 사건'을 언급했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은 74년 중앙정보부가 국가변란을 목적으로 북한의 지령을 받는 지하조직을 결성했다는 죄목 하에 민주화 운동을 한 언론인, 교수, 학생들을 검거해서 형 확정 후 18시간 만에 8명에게 사형을 집행한 사건이다. 이들은 2007년 재심을 통해 무죄가 선고되었다. 


<<토우의 집>>(권여선, 자음과 모음, 2020)은 이 인혁당 재건위 사건을 연상케 하는 소설이다. 당시 모습을 삼벌레 고개에 사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함께 보여준다. 삼벌레 고개는 삼악산 근처 마을이다. "경사를 끼고 형성된 모든 동네가 그렇듯 삼벌레 고개에서도 재산의 등급과 등고선의 높이는 반비례" 하는 곳이다. 이 소설에 중심이 되는 사람들은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윗동네"에 사는 사람들로 윗동네에는 부족한 게 많았는데, 부족한 와중에도 사람들은 쉬지 않고 이불이며 냄비며 놋그릇이며 전당포에 잡혀"먹을 정도고 "하다못해 치아나 팔다리의 개수도 아랫동네 사람들보다 적"은 부족한 사람들이다. 


이들의 삶의 모습, 각 인물들의 서사가 생생해서 마치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이렇게 가난한 동네에 작은 집을 여러 칸을 나누어 세를 주는 순분네에 새댁과 남편, 큰딸 영과 작은 딸 원이가 이사 온다. 새댁은 이 마을에 사는 대부분의 여자들과 다르게 핸드백에서 펜과 잉크병을 꺼내 펜에 펜촉을 끼워 멋진 필체로 한문을 써내는 사람이다. 그녀의 이런 모습에 잘난 척한다고 느끼고 싫어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동네 여자들은 그녀의 남편이 "지압" 비슷한 일을 한다는 것과 그녀의 손위 시누이가 자살했다는 이야기를 하며 험담을 한다. 그 마을의 계 모임에서는 동네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험담 된다. 특히 순분네에서는 동네 사람들의 온갖 이야기들이 공유되고 퍼진다. 이야기는 작은 사실과 전달하는 사람의 임의에 따라 디테일이 추가되고 부풀려진다. 하지만 전혀 악의 혹은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것 같지 않은 그 말들은 흘러들어 가 한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게 되고, 할아버지와 친했던 할머니는 마을을 떠나게 된다. 


어른들의 이런 모습과 대조적으로 아이들은 순수함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은철의 순수함은 미소를 짓게 한다. 새댁에게서 효자 효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순분네 둘째 은철은 근심에 빠진다. 은철은 옛날 부모들이 무섭게 먹을 걸 밝혔다는 것에 충격을 받고, 자신의 아빠가 식탐이 많은 것을 몹시 걱정한다. 아버지는 특히 소의 날간이나 곱창을 좋아하는데 병이 들어 날간이나 곱창이 먹고 싶다 하면 자신의 간과 곱창을 주어야 하는지 고민한다.


이렇게 순수한 아이들은 놀거리가 없는 팍팍한 삶에서도 즐거움과 놀이를 찾는다. 원이와 은철은 스파이 놀이를 시작한다. 자신들 입장에서 나쁜 사람과 좋은 사람을 구분해서 자신의 입장에서 나쁜 사람을 저주하기 위해 시작했지만 아이들은 스파이 활동을 통해 사람들의 이름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그들에게서 진짜 이야기를 듣는다. 소문과 부풀려진 사실만 무성한 마을에서 어리다고 존재 조차 무시당하는 어린이들은 사실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이야기를 만들어내서 타인을 해치는 어른들과,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도 사실의 정보를 모으는 아이들의 모습은 대비된다. 아이보다 못한 어른들의 무지함과 잔인함이 더 크게 부각된다.  


하지만 삼벌레 고개의 모든 어른들이 다 어리석은 것은 아니다. 남 이야기 좋아하던 순분도 자신의 아들이 다치고 나서는 변한다. 금철로 인해 은철이 불구가 되는 사건이 생기자, 새댁네 시누이 이야기를 했던 자신의 모습을 반성한다. 타인의 불행은 절대로 흥미로운 가십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깨닫는다. 아버지가 감옥에 가있다고 사람들은 영이와 원이를 빨갱이라고 하지만 학교 선생님은 그런 편견으로부터 떨어져서 아이가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 준다. 


가장 잔인한 존재는 새댁의 남편을 감옥에 가둔 그들이다. 어느 일요일 아침 두 명의 양복 입은 사내들이 새댁에 온 이후 모든 것은 달라진다. 새댁의 남편은 갑자기 감옥에 갇히게 되고, 그 가족은 빨갱이라는 누명을 쓰게 된다. 고문을 견디지 못해 새댁의 남편은 결국 자살한다. 억울한 마음을 달래지 못해 새댁도 정신줄을 놓게 된다. 엄마 아빠를 잃은 원이는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인 듯 느껴져 더 이상 말을 하지 않는다. 가장 그나마 적응하며 지내려는 원의 언니 영 또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감정적인 사건으로부터 자신을 분리한다. 이제 새댁의 집은 무덤이 된다. 삼벌레 고개를 순분네도 새댁네도 모두 떠난다. 


왜 제목이 토우의 집일까? 한국민족문화 대백과사전에 따르면 토우는 "흙으로 만든 인형이라는 뜻이다. 고대의 토우는 장난감이나 애완용으로 만들어진 것, 주술적인 우상(偶像)으로서의 성격을 가진 것, 무덤에 넣기 위한 부장용(副葬用)"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어느 날 원이에게 온 '희'라는 인형은 이제 무덤에 넣기 위해 사용되는 부장용 토우처럼 새댁에 가족 대신 그 자리에 있게 된다. 토우의 집은 곧 무덤이다. 그곳에 살던 사람들이 다 떠나고 토우만 남은 그 집은 곧 무덤이다. 평범했던 가족의 일상과 행복이 사라진 곳은 살아도 산 것이 아닌 탓이다. 모두의 삶을 파괴하고 남은 것은 껍데기뿐인 사람을 상징하는 토우. 사형당하고 억울하게 삶을 살았던 가족들의 고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제목이다. 


작가의 말을 통해 그가 얼마나 이들의 고통에 함께 고통받고 힘들어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 고통을 말한다는 것 자체가 소비될까 걱정할 만큼. 하지만 작가에게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 글을 통해 몰랐던 사실과 이를 겪었을 사람들의 고통을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알 수 있었고 다시 이런 일이 생기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까. 이것이 문학의 힘이고, 그 본연에 충실했으니 괜찮다고 말하고 싶다.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세상을 떠난 이들을 그리워하는 마음, 그 마음이 이 시에 담겨 있다. 


"사랑하네 아니 오리 언제나 오려나

아득히 지난날

가슴에 스민 꽃

그리워라 아니 오리

꿈속에 보이네."


이런 일이 다시 생기지 않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되었어요? 누군가 묻는다면 이렇게 말할 것 같다.


"어쩌다가요."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꿈을 나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그중 열리는 문을 따라가다 보니 지금 일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나 또한 어렸을 때는 의사가 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했고, 그 자리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 중 나름 최선을 고르기 위해 했던 판단과 결정들이 이어져서 지금까지 왔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하지 못했지만, 열심히 쌓아놓은 것을 활용할 기회를 계속 찾아가다 보니 지금까지 온 것이다.


그렇다고 이제 더 이상 진로 고민은 끝일까? 슬프게도 아니다. 나이가 들수록 회사 이후의 삶, 퇴직 이후의 삶과 진로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의 저자의 말처럼 사십 대는 모든 것이 정해져서 권태로운 시간을 보낼 줄 알았는데, 늘 불안하다. 삶에서 권태로운 시간은 정말 얼마 되지 않는 것 같다. 삶은 늘 불확실성 속에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살아 있는 동안 끊임없이 내 일, 내 자리를 근심하고 발명하며 살아야” 한다.


게다가 코로나로 일상적으로 유지되던 삶은 무너졌다. 많은 직업들이 위태로워졌다. 회사 근처에 운동하러 갔다 우연히 회원들의 대화를 들었다. 전에는 학원 근처에서 월세 찾기가 어려웠는데, 요즘은 신축에 꽤 괜찮은 월세가 생각보다 많다고 했다. 이유는 근처에 공항이 있어 승무원들이 많이 살았는데, 항공편이 축소되다 보니 많은 승무원들이 그만둬서 공실이 생겼다는 거다. 승무원뿐이랴 음식점, 카페, 헬스장, 방문 교육 등 대면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의 생계가 위태롭다. 이제 "먹고사는 문제는 자아실현처럼 낭만이 묻은 표현 대신 절박한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이제 어떤 일을 앞으로 해야 할까? 막연하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 일 외에 다른 일에 대해 궁금해할 여유조차 없이 살아왔는데 이젠 적극적으로 알아봐야 할 때다. 그래서 이런 궁금증이 생겼다. 다른 사람들, 특히 일 잘하는 여성들은 어떻게 내 직업을 발견했을까?


나처럼 비슷한 궁금증을 가진 이다혜 기자가 인터뷰한 책이 <<내일을 위한 내 일>>(이다혜, 창비, 2021)이다. 다양한 연령과 분야의 사람들의 일 그 자체, 일을 하게 된 계기, 힘들었던 일, 그 일이 좋은 이유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영화감독 윤가은, 배구 선수 양효진, 바리스타 전주연, 작가 정세랑, 경영인 엄윤미, 고인류학자 이상희,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씨의 인터뷰가 수록되어 있다. 저자가 말했듯이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분야를 다루지 못한 것이 아쉽다. 다음 책을 기대해본다. 


이 책은 아직 직업을 갖지 못한 청소년 혹은 새로운 일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돈이 최고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꿈은 모두 돈을 많이 버는 거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직업을 가질 수도 없고, 흥미나 적성이 있지도 않다. 각자의 적성과 흥미에 따라 다양한 관심사로 다양한 일을 하는 게 사회가 건강해지는 거라 생각한다. 누구나 다 힘든 여정을 통해 자신만의 속도로 나아간다는 것을 보면서 위안과 동시에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인터뷰의 내용 중 몇몇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


영화감독 윤가은은 어린이가 주인공인 어린이를 위한 영화를 만든다.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 오랜 시간 고민했고 되고 나서도 영화 한 편을 만들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그 긴 고민의 시간의 고통이 그녀의 인터뷰를 읽다 보면 고스란히 느껴진다. 영화는 특성상 준비하고 만드는 과정은 길고 개봉하고 관객에게 소개되는 기간은 짧다. 준비한 시간 대비 결과는 너무 한순간에 나온다. 그렇기에 결과에만 매몰되기 쉬운데 그녀는 "책임질 수 있는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 생각하고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 서로를 존중하면서 함께 만들어가는 거라는 원칙을 만든다. 긴 호흡으로 특히 어린이들과 영화를 만들어가는 사람이 원칙에 따라 움직인다는 사실이 멋졌다. 그런 생각이 영화에 녹아들고 그 마음이 아이들에게 전달될 것이다. 


배구 선수 양효진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배구를 배우기 시작했다. 예체능은 목표가 명확하고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한다. 재능이 많이 좌우하고, 노력한다고 바로 실력이 늘지 않는 것도 슬럼프에 빠지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하지만 그녀는 "내 힘으로 안 되는 부분도 있구나"라고 깨닫고 자신을 몰아세우는 것을 멈춘다. 그리고 오히려 스스로를 편안하게 하자 MVP를 딴다. 프로 이후의 삶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할지 자신도 모르지만 그녀는 여러 사람과 함께 승리를 만들어가는 배구를 사랑한다. 왜 배구가 좋으냐는 질문에 즐겁게 엔도르핀 넘치게 대답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부러웠다. 


작가 정세랑은 <<보건 교사 안은영>> 영화를 재미있게 봐서 더 관심 있게 읽었다. 정세랑 작가는 역사교육학과를 나와 편집자로도 일하고 마케팅 인턴도 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바탕에 두고 자신의 글이 트렌드와 시장에 따라 열리는 길을 따라왔다. 그래 왔던 그녀이기 때문에 "안 되면 되는 길로 간다."라고 말한다. 이다혜 기자가 프로로서 일을 끝내는 집중의 힘에 대해 질문했는데 그녀의 대답이 인상적이다. 글이 막혔을 때 막힌 이유는 “인풋이 부족해서”라는 것이다. 무엇인가 제대로 아웃풋을 내지 못한다면 필요한 정보, 인사이트, 영감 등이 부족한 거다. 억지로 결과를 짜내려고 하지 않고 부족한 포인트를 집어내어 보완하고 결과를 만들어내는 프로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고인류학자 이상희 교수의 이야기는 기억에 남는 이유가 "원치 않는 방향”을 피하려고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음대 가려다 슬럼프가 와서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집을 떠나고 싶어 유학을 간다. 미국에서 인류학과 석박사를 졸업하고 우여곡절 끝에 인류학과 교수가 된다. 시작부터 재능이 있거나 정말 좋아서 한 일은 아니지만 계속했다. 계속할 수 있었던 힘은 "심드렁하게 계속"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마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공감할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인도네시아 토바 화산이 크게 폭발한 적이 있어요. 화산재가 엄청난 규모였기 때문에 넓은 지역에 오랫동안 구름이 드리우면서 지구 상의 식물, 동물이 영향을 많이 받았을 거라고 봤죠. 그런데 인도쯤 되는 지역에서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의 석기 공작소가 발견되었어요. 지구가 내일 멸망해도 나는 석기를 만드는, 그런 느낌 아시겠어요? 눈 떠보니까 나는 살아 있었던 거죠. 그래서 오늘 할 일을 하는 거예요.(p.196)"


인터뷰이의 이야기들은 어떻게 그 자리에서 버티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보여준다. 이들도 누구나처럼 자신의 성격과 맞지 않는 것 같아서, 노력해도 안돼서, 사람 때문에 힘들어서, 기회가 안돼서, 실패해서 좌절한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주문을 외우며 버티고 나아간다. 


지금 그들의 현재 모습은 여정의 끝이 아니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자신이 한 지금의 말이 추후 힘들 때 다시 자신의 말로 힘을 얻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거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분들의 이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상승과 하강이, 지난한 정체기가 있을 것이다. 부디 바라기는 인터뷰이들이 후일 언젠가 삶의 어려운 시기를 지나게 될 때 이 책에서 자신이 한 말로부터 힘을 얻고 용기를 낼 수 있었으면 한다. 당신의 말로부터 내가 힘을 내고 용기를 얻은 것처럼.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건 그런 의미일 것이다. (p.8)"


"이들의 경험을 레퍼런스 삼아 마음을 단단하게 키웠으면 한다.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번갈아 온다는 것, 실패한 뒤 방향을 바꾸는 일은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기를. 오늘의 열심히 내일의 경력이 된다. (p.11)"


이 책을 읽고 나니 코로나가 와도 일상을 지키며 살아가는 우리 모습이 더 멋지게 보인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으나 내용은 제 주관적인 의견입니다. 






이들의 경험을 레퍼런스 삼아 마음을 단단하게 키웠으면 한다.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번갈아 온다는 것, 실패한 뒤 방향을 바꾸는 일은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기를. 오늘의 열심히 내일의 경력이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