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 디지털 지구, 뜨는 것들의 세상 메타버스 1
김상균 지음 / 플랜비디자인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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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끼리 있어도, 친구들을 만나도, 각자의 스크린 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은 일상이다. 나 또한 시간 날 때마다 가상의 세계에 있다. 한참 빠져들면 시간 가는지 모른다. 핸드폰에서 이번 주 스크린 타임을 알려줄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이렇게 많은 시간을 폰을 보내며 지냈는데, 나는 가족과는 얼마큼 얼굴을 마주하며 대화하며 보냈을까? 


몸은 이곳에 있지만 우리 정신은 이미 다른 인터넷 세계를 떠도는 모습을 보면 영화 <<메트릭스>>처럼 몸은 가만히 있고 정신만 활동하는 시대가 곧 올지도 모르겠다는 두려움이 몰려올 때가 있다. 


이런 막연한 걱정과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줄 책을 읽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디지털 지구, 뜨는 것들의 세상 - 메타버스>>  (플랜비디자인, 김상균 지음, 2021) 


"메타버스는 초월,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 meta 와 세계,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 universe의 합성어"라고 한다. "스마트폰, 컴퓨터, 인터넷 등 디지털 미디어에 담긴 새로운 세상, 디지털화된 지구를 부르기 위해 만들어진 단어다. 


저자는 학사에서는 로보틱스를, 석사에서는 산업 공학, 박사는 인지 과학을 배우고, 교환 교수 시절에는 교육 공학까지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였고 현재는 강원대 산업 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학부 때는 스타트업을 두 번이나 창업할 정도로 호기심과 열정이 가득한 사람이다. 그의 지식은 공학에서 인간에 대한 호기심으로 점점 번져나갔다. 


그가 본 우리의 현실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처음엔 큰 기대를 하지 않은 채로 읽기 시작했는데, 마치 기대 없이 보기 시작한 영화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듯이 이 책이 그랬다. 


저자는 메타버스를 증강현실 세계, 라이프로깅 세계, 거울 세계, 가상 세계의 네 가지로 분류해서 설명한다. 


1. 증강 현실 세계


현실에는 없는 만화 속 포켓몬을 잡거나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갑자기 고양이나 오리가 나타나서 지나가거나 노래를 부른다. 자동차 앞 유리에 길 안내 이미지가 나타나거나 애니메이션 카드가 입체로 보이면서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기도 한다. 


이렇게 우리 현실에서 만나게 되는 증강 현실은 "현실에 가상의 물체, 실제 물체 또는 픽션의 세계관이나 이야기 등을 덧씌워서 보여(p.46)"준다. 이를 통해 우리는 판타지를 충족하거나 편의성을 느끼게 된다. 


인간의 뇌는 게을러서 들어오는 모든 정보를 처리하지 않고 들어오는 정보의 0.005%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버린다고 한다. 증강 현실은 버려지지 않도록 "요약된 정보를 눈에 띄게 만들어서 던져주는 방식(p.49)"이다. 따라서 정보를 매우 효율적으로 전달하고  강한 실제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다. "증강 현실 메타버스가 잘못 구현된다면, "너는 직접 상상하지 마. 네가 상상을 잘 못해서 내가 전달하려는 의도와 조금이라도 다르게 이해하는 게 나는 싫어. 네가 머릿속에 그릴 이미지, 네가 상상할 소리와 감정 등을 모두 내가 던져줄 테니 너는 그대로 받기만 해."라는 세상(p.52)" 즉 콘텐츠 제공자가 메타버스 속 사람들의 상상력까지 제한하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 


2. 라이프로깅 세계


"자신이 겪은 좋은 일에 대한 인정이나 축하, 나쁜 일에 대한 위로나 격려를 받고 싶은 마음(p.100)"에서 기록하고, 기대했던 반응이 오면 엔도르핀이 분비되면서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인간의 보상 기대 시스템의 근본 특성에 큰 변화가 없는 이상 소셜미디어 형태의 라이프로깅 메타버스는 계속 번성하리라 예측(p.101)" 한다고 한다. 


라이프로깅은 멀티 페르소나부터 다양한 관계적 측면에서 분석한 내용도 있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나이키 메타버스 이야기다. 


"나이키 플러스 러닝에서는 자신의 달리기 경로, 기록을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고 친구들과 서로 격려하며 경쟁"한다. "나이키 트레이닝 클럽에서는 유명 스포츠 스타의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따라 할 수 있고, 자신이 달성한 트레이닝 기록을 역시 소셜 미디어에 공유(p.137)" 한다. 이렇게 사람들을 운동 메타버스로 끌어들이는 나이키는 어떤 기업이나 연구소보다 사람들의 세세한 운동 기록을 가지게 된다. 이는 기업 가치도 끌어올리게 된다. 


라이프로깅의 선두주자인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의 시가 총액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3. 거울 세계


"실제 세계의 모습, 정보, 구조 등을 가져가서 복사하듯이 만들어 낸 메타버스를 거울 세계(p.156)"로 현실세계에 효율성과 확장성을 더해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배달의 민족, 구글 어스, 네이버 맵 등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카카오, 미네르바 스쿨 등 거울 세계의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4가지 세계 중 가장 흥미롭다. 아마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저자가 전공을 살려 이야기를 쉽고 재미나게 전달하기 때문에 설명을 일기만 하는데도 우리가 생각했던 영화 속의 상상의 세계 속에 우리가 이미 살고 있는 것 같다. 저자가 짚어주는 포인트를 듣다 보니 알게 모르게 우리 삶은 전보다 정말 많이 바뀌었다고 새삼 느낀다. 대부분의 책들이 여기까지 설명하는데 그친다면 저자는 한걸음 더 나아간다. 이 이론을 기반으로 펼쳐질 미래의 이야기를 자신이 지은 소설의 한 부분을 들어 설명한다. 너무나 생생해서 마치 그런 일이 바로 곧 일어날 것만 같다. 아주 먼 이야기일지 아닐지도 알 수 없지만, 그가 그리는 미래의 모습을 읽으며 우리가 어떤 것들을 준비해야 할지 생각하게 만든다. 


책의 뒷부분에 저자가 국내 기업들에게 제안하는 메타버스에서의 마케팅 전략도 인상적이었다. 요즘 세대를 잘 알지 못한다면 결코 기업이 살아남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재미있는 만큼 고민도 던진다. 기술의 발전만큼 우리 가치와 생각이 발전하지 못하고, 메타버스에서도 이 현실 세계와 같은 문제들이 고스란히 지속된다면, 죽음이 없는 메타버스는 진정 천국인 사람들에게는 계속 천국이고 지옥인 사람들에게는 계속 괴로움이 지속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메타버스 속에서 살면서 더 행복하고 더 가까워지면 좋을 텐데.... 그렇지 못할까 두려움이 앞선다. 지금은 함께 놀자는 딸아이가 좀 더 커서 자신만의 메타버스 안으로 들어가 버리면 느낄 외로움에 대한 걱정일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지금 이 글도 메타버스 속에서 한 역할을 하는 군......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으나 내용은 제 주관적인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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