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랠리
박민경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5월
평점 :
#협찬
📚 <랠리>
✨️ 무너진 일상을 딛고 다시 시작하는,
우리들의 눈부신 이어달리기
"소설을 쓴다는 건
결국 누군가를 만나기 위한 일이라는 것.
그러니까 나는 여러분과 만나기 위해 썼다.
닿았다 드디어."
가끔 내 뜻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고,
온 세상이 나를 밀어내서 혼자만 덩그러니
남겨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잖아요.
2022년 신춘문예로 화려하게 등장한
박민경 작가의 첫 소설집인 이 책은,
그렇게 삶의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을 때
뜻밖의 단단한 활기를 뿜어내는
아홉 편의 다정한 이야기를 배달해 줘요.
이번 2026년 여름에 갓 묶여 나온
따끈따끈한 신간이기도 해요.
책의 제목이기도 한 단편 <랠리>를 보면,
직장 생활의 고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몸이 모래알처럼 바스라지는
신비로운 병을 앓는 '희원'이 등장해요.
마음도 몸도 무너져 내리던 희원은
문득 전 연인과 탁구채를 쥐고 끝없이 공을 주고받았던
그 찬란한 순간을 떠올려요.
내가 공을 보내면
상대방이 반드시 받아낼 거라는 든든한 믿음,
서로의 호흡과 박자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던
그 리듬감을 기억해 내면서 비슷한 아픔을 가진 이웃과
다시 마음을 나누기 시작하죠.
혼자서 끙끙 앓기보다
타인에게 먼저 가볍게 손을 내밀 때,
진짜 살아볼 만한 삶의 랠리가 시작된다는 걸 보여주는
감동적인 대목이에요.
이 소설집 속 인물들은
저마다 참 기발하고 당찬 방식으로
세상의 무례한 질문에 맞서 싸워요.
<괴력문정과 다마고치>에 나오는 소녀 '문정'은
남들이 상상도 못 할 엄청난 괴력을 숨기고 있고,
<즐거운 나라>의 '신나라'는
계속해서 비대하게 자라나는 몸 때문에 상처를 받다가
산속에 자신만의 멋진 왕국을 세워버려요.
"왜 마트의 배추나 무는 크고 실할수록
대견하게 여겨지는데,
오직 사람의 살만은 생명력이 아닌
탐욕과 미련이라 불리는 걸까?" 하는
무거운질문을 던지면서, 남들의 잣대에 굴복하지 않고
내 몸과 마음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진짜 '강함'을 이야기하지요.
이야기는 파릇파릇한 청춘에만 머물지 않고,
요양원에서 송영 차량을 몰며
은근한 해고 압박을 받는 '병철' 할아버지나
세상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디지털 수업을 듣는 '애영' 할머니의
생생한 일상까지 아주 깊숙하게 품어 안아요.
나이가 들고 몸은 조금 약해졌을지 몰라도,
고된 하루 끝에 도무지 닳아 없어지지 않는
마음속 열정과 낙천적인 에너지를 지닌 채
씩씩하게 품위를 지켜내는 이들의 모습이
가슴 찡하게 다가왔어요 🥹
버렸는데도 도무지 버려지지 않는
삶의 흔적들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작가는 손을 잡아주며 위로를 건네요.
지치지도 슬퍼하지도 않고 여전히 강한 채로
그렇게 다음 세기를 살아가는 자라 이야기처럼,
우리 안에도 쉽게 꺼지지 않는
뜨거운 갈망이 숨 쉬고 있다고 말이에요.
마음이 가라앉아 시원한 활력을 불어넣고 싶을 때,
혹은 나를 둘러싼 차가운 세상 속에서
가슴 뛰는 생명력의 온도를 느끼고 싶을 때
한 장씩 꺼내 읽기 좋은 소설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