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를 만들 수가 없어서요
강진아 지음 / 한끼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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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를 만들 수가 없어서요> - 진짜가 되기엔 세상이 너무 거칠다

📌 책 소개

미술에 재능 있는 차경은 고등학생 시절, 부잣집 친구 도희의 제안으로 오만 원권 위조지폐를 만든다.
시간이 흘러 글로벌 기업 입사 직전에 도희가 다시 나타나 과거를 빌미로 차경을 협박하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거짓 우정과 위조된 과거가 드러나며, 차경은 자신이 만들어낸 '가짜' 와 현재의 '진짜' 인생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위기의 순간마다 차경은 생존 본능을 발휘하며 진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한다.
작품은 ‘진짜란 무엇인가’ 라는 물음 아래, 진실과 위선,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긴박하게 오가는 서사로 구성되어 있다.

💬서평

💡위조된 우정 위에서 자라는 생존 감각

처음부터 차경은 선택권이 많지 않다.
가족도, 돈도, 기댈 만한 어른도 없이 그림 하나로 버티는 중이다.
그런 차경 앞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도희가 말을 건다.
예쁜 외모와 좋은 가정환경을 가진 도희는 거리낌 없이 접근하고, 차경은 낯설지만 싫지 않은 그 분위기에 스며든다.
하지만 곧 그 우정에는 조건이 붙는다.
위조지폐를 함께 만들자는 제안이 나온다.
말은 쉽게 흘러나오지만 그 말이 가진 무게는 차경 혼자 짊어진다.
돈을 만들었고, 시간을 지났고, 그 일은 덮인 줄 알았다.
하지만 도희는 몇 년 뒤, 그 기억을 꺼내 차경의 앞날을 흔든다.
진짜처럼 위장된 우정 위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인물은, 결국 처음부터 선택을 강요받던 쪽이다.
도망칠 수도 없고, 지울 수도 없는 과거 위에서 방향을 다시 찾아야 한다.

💡아름다운 것엔 늘 증거가 남는다

차경이 그리는 돈은 진짜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정교하다.
신사임당의 눈빛, 지폐의 결까지 그대로 따라 그린다.
진짜처럼 보이게 만드는 재능은 대단하지만, 그만큼 위험하다.
그 기술은 누군가에겐 놀라운 능력이지만, 또 누군가에겐 거래 수단이 된다.
도희는 그걸 안다.
돈을 만들고 손에 쥐었을 때, 차경은 손이 떨린다. 진짜처럼 보이게 만드는 일이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하나도 진짜가 아니다.
그걸 알면서도 만든다.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는 느낌, 지폐에 새겨진 눈동자에 들키는 감각이 계속 따라붙는다.
아무리 진짜처럼 만들어도, 그건 가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겉모습만 본다.
그 진짜 같은 가짜를 보고 감탄한다.
손끝에 묻은 떨림은 아무도 모른다.
단지 결과만 남는다. 그리고 그 결과는 언제든 증거가 된다.

💡친구가 아니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

가깝다고 믿었던 사람에게 덜컥 협박을 당하면, 그 전의 기억들마저 다시 보기 시작한다.
도희가 어떤 말투였는지,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그때의 웃음이 정말 웃음이었는지 의심하게 된다.
차경은 도망칠 수 없고, 지울 수도 없는 과거 앞에서 우정이 아니라 거래였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그걸 깨달았을 땐 이미 돌이킬 수 없다.
도희는 피해자인 척하면서 힘을 쥐고 있고, 차경은 증거가 남으면 안 된다는 말을 외치며 벼랑 끝에 몰린다.
말은 친구였다고 하지만, 행동은 전혀 그렇지 않다.
두 사람 사이에는 처음부터 공정함이 없었다.
힘을 가진 쪽이 선택하고, 힘이 없는 쪽은 그 선택에 반응할 뿐이다.
그러다 결국 한 사람이 벗어난다.
벗어난 쪽만이 그 관계가 친구가 아니었다는 걸 끝내 인정한다.

💡진짜가 아니어도 끝까지 살아남는 사람

누구에게나 진짜가 되고 싶은 순간이 있다.
차경에게 그건 누군가의 친구가 되는 일이었고, 가난을 끝내는 일이었고, 제대로 된 직장에 들어가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누군가는 나타나서 그 진짜를 가짜라고 말한다.
예전에 만든 돈이 그렇고, 도희와의 관계가 그렇다.
제대로 된 걸 만들었는데도 그건 자격이 없다는 말로 뒤집힌다.
차경은 결국 더 이상 빌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누가 나타나기 전에 먼저 움직이겠다고.
남에게 진짜라고 인정받기보다, 들키지 않는 쪽을 선택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도희를 바라보는 차경의 시선은 집요하고 차갑다.
아름다움 앞에서도 감탄보다 경계가 먼저 떠오른다.
진짜와 가짜 사이에서 오래 버틴 사람은, 결국 어떤 것도 믿지 않는다.
그래도 살아남는다.

진짜가 아니어도, 끝까지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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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시시스트에게 웃으며 거리 두는 법 - 무례한 사람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현명한 태도
오수아 지음 / 유노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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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시시스트에게 웃으며 거리 두는 법> - 도망치지 못할 때 필요한 것들

📌 책 소개

이 책은 자기애성 인격장애를 중심으로 ‘나르시시스트’ 의 심리, 행동 양상, 그리고 그로부터 벗어나는 심리적 대응법을 다룬다.
저자는 개인적 경험과 심리학적 자료를 바탕으로, 피해자가 나르시시스트의 조종과 가스라이팅을 인식하고 감정적으로 거리를 두는 실질적인 방법을 설명한다.
나르시시스트의 대표적 행동인 분노 유도, 피해자 코스프레, 인정 욕구 조작 등을 분석하고, 이를 알아차리고 대처할 수 있는 말하기 방식과 시선 전환법 등을 제시한다.
상황별 대응법뿐만 아니라 자존감을 지키는 내면적 태도까지 포함하여, 단절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심리적 주도권을 되찾는 구체적 실천 방안을 담고 있다.

💬서평

💡나쁜 사람이라는 직감은 대개 맞다

어떤 사람은 설명하기 힘든 불쾌함을 남긴다.
말이 정당하고 표정은 친절한데 이상하게 힘이 빠진다.
처음엔 그냥 예민한 내가 문제인가 싶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사람 앞에서는 자꾸 말을 돌려 하게 되고, 내가 뭘 잘못했나 생각하게 된다.
정작 큰소리는 안 치는데, 내 쪽에서 스스로 위축되는 일이 반복된다.
시간이 지나면 감정의 흐름이 뒤바뀌어 있다.
그 사람의 말이 기준이 되고, 나는 계속 미안해지고, 말릴 타이밍은 다 지나가 있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저 사람이 잘못된 걸까, 아니면 내가 너무 예민한 걸까.
그런 혼란이 반복된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건 그 사람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내 반응을 자각하는 일이다.
거기서부터 생각이 조금씩 분리되기 시작한다.

💡조용히 웃는 쪽이 결국 강하다

말을 아껴야 할 때가 있다.
특히 어떤 말도 다르게 받아들이는 사람 앞에선 더 그렇다.
뭔가를 설명할수록 불리해지고, 해명할수록 내가 더 미심쩍어지는 순간들이 생긴다.
대화를 시도하지만 늘 결과는 이상한 방향으로 흐른다.
상대는 내 말의 일부만 집어 가고, 나머지는 그 사람의 스토리로 바뀐다.
어느 순간 내가 한 말이 기억나는 방식과는 전혀 다르게 떠돌고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사람은 그 말에 더 큰 확신을 갖는다.
말로 이기려 들수록 더 많은 걸 뺏긴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럴 땐 목소리를 높이는 대신,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속이 끓어도 겉은 태연하게, 미간 하나 찌푸리지 않고 고개만 끄덕이는 쪽이 더 오래 간다.
이상하게도 그렇게 웃고 있을 때, 말보다 더 많은 걸 지킬 수 있다.

💡피해자인 척하는 가해자의 기술

이상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차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때가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 사람이 늘 피해자인 척하기 때문이다.
늘 상처받은 얼굴을 하고 있고, 늘 누군가 때문에 괴롭다고 말하고, 늘 억울한 일을 당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내가 가해자인 것처럼 느껴지고, 어느새 내 쪽에서 사과하게 된다.
그 사람의 말은 늘 논리가 있고, 감정은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주변엔 늘 분쟁이 있다.
누구든 한번쯤은 그 사람과 문제가 생겼고, 다들 그 문제를 조심스레 말한다.
말이 많은 건 그 사람이 상처받아서가 아니라, 누군가를 다치게 하고도 피해자인 척하는 데 능하기 때문이다.
혼란은 늘 그쪽에서 만든다.
하지만 해결은 늘 내 몫이다.
그래서 더 지치고, 그래서 자꾸 나를 의심하게 된다.

💡누구의 감정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가

감정을 계속 양보하다 보면 나중엔 내 감정이 뭔지 모르게 된다.
상대가 화를 내면 나는 조심하고, 상대가 힘들다고 하면 나는 괜찮은 척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내 기분은 늘 미뤄진다.
사람 사이에서는 어느 정도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배워왔지만, 그게 계속되면 우선순위가 바뀐다.
나보다 그 사람의 감정이 더 중요해진다.
언제 터질지 몰라 조심해야 하고, 틀어지지 않게 눈치를 봐야 한다.
그렇게 몇 달, 혹은 몇 년을 지내고 나면 이상하게도 내 감정은 작고 예민한 것으로 치부된다.
하지만 그 감정이 사라진 건 아니다.
그냥 뒤로 밀렸을 뿐이다.
이제 필요한 건 내 감정을 다시 앞으로 꺼내는 일이다.
상대가 어떻게 느끼는지보다, 내가 어떻게 느꼈는지를 중심에 놓고 생각해보는 것.
모든 게 거기서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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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과 이혼의 연대기 - 2025 8월 책씨앗 문학부문 추천도서
정광모 지음 / 산지니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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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과 이혼의 연대기> - 경계 위를 걷는 기분

📌 책 소개

📖상상 속에서 반사된 인간의 초상

등장인물은 인간, 혹은 인간처럼 설계된 존재들이다.
소설집엔 일곱 편이 실려 있고, 각각 다른 공간과 시점을 갖고 있지만 어떤 이야기든 ‘현실 같지 않은 현실’ 을 다룬다.
‘멸종’ 이라는 말은 거창한 듯 들리지만 실제로는 우리의 불안한 감정, 인간이라는 종이 느끼는 존재 불안을 직접적으로 건드린다.
‘이혼’ 역시 관계에 대한 이야기지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연결과 단절을 반복하는 감정의 구조 자체가 주제다.
인물들은 도망치기도 하고, 맞서기도 하고, 때론 그냥 흘러가기도 한다.
그 움직임을 SF라는 틀 속에 담아놓은 이야기들이다.
허구 같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상상이 아닌, 실제일 수도 있는 이야기.
결국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상상인지는 읽는 사람의 감각이 결정하게 된다.

💬서평

💡불편한 감정에 이름을 붙이지 않고

처음엔 뭔가 복잡한 설정이 나올 줄 알았다.
제목도 거창하고, 장르도 SF라고 하니까 미래 얘기겠거니 했다.
그런데 막상 펼쳐보면 대부분의 이야기에는 복잡한 과학 기술보다 훨씬 사소한 감정이 먼저 등장한다.
아프다는 말 대신 피곤하다고 말하고, 외롭다는 말 대신 그냥 지쳤다고 말한다.
그렇게 말끝을 흐리는 인물들이 많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서, 오히려 감정이 더 크게 보이는 이야기들이 있다.
불안하다거나 슬프다는 표현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데, 읽는 내내 그런 감정이 주변을 감싸고 있는 느낌이 든다.
감정이 직접적으로 튀어나오지 않는데도, 그 분위기는 아주 또렷하게 남아 있다.
그래서 이야기의 구조는 조용하지만, 그 안에 담긴 기운은 꽤 크다.
가만히 있는데도 확장되는 느낌.

💡기계는 식지 않지만 사람은 지친다

작품을 만드는 시스템이 등장한다.
온몸을 차가운 탱크에 넣고, 글을 쓰기 위해 열을 내고, 저장 장치로 글을 전송하는 방식이다.
말만 들으면 되게 공상과학 같은데, 그 묘사가 너무 현실적이다.
마치 매일 마감하는 사람의 생리처럼 느껴진다.
누구나 한번쯤 경험했을만한 고단함이 들어 있다.
글을 쓰는 일에 특별함이 없다는 걸 아주 특이한 설정을 통해 보여준다.
효율적으로 쓰는 것보다 꾸역꾸역 이어가는 게 더 중요해 보인다.
거창한 상상보다 피곤한 몸이 먼저 등장하는 장면이 많다.
창작을 위한 에너지가 남아 있을 때까지는 뭔가를 만들 수 있지만, 그 에너지가 떨어지면 시스템이고 뭐고 다 멈춰 버린다.
아이디어보다 체력이 먼저 떨어지는 날이 있다면, 그런 느낌과 꽤 비슷하다.

💡닿을 듯 닿지 않는 거리감

멀리 떨어져 있어도 통화 한 통이면 가까워질 수 있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이야기 속 사람들은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잘 지낼 거라고 말하고, 힘들지 않을 거라고 단정하지만, 그런 말들은 대개 마음을 덮지 못한다.
딸을 걱정하는 엄마와, 그런 걱정을 애써 가볍게 넘기려는 목소리 사이엔 무게 차이가 있다.
말은 오가지만 감정은 걸쳐진 채로 남는다.
안드로이드나 긴꼬리족 같은 설정이 나올 때도 마찬가지다.
서로를 이해하려 애쓰고는 있지만, 그 거리감은 쉽사리 줄지 않는다.
묘하게 친절한 말들이 자꾸 벽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서로를 향해 있는 듯한 대사들이 자꾸 비껴간다.
말은 이어지지만, 그 말이 닿는 건 어쩐지 전혀 다른 방향이다.

💡상상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

이야기에는 상상력 넘치는 설정이 많다.
창작을 기계처럼 수행하는 시스템, 인간과 감정적으로 연결되는 외계 문명, 건강 회복을 위해 누군가에게 양도되는 탑승권 같은 것들.
그런데 그 설정들이 뭔가 대단한 모험이나 반전을 위한 장치는 아니다.
대부분의 서사는 조용히 흘러간다.
관계를 복원하거나, 감정을 감당하거나, 잠깐 멈춰 서는 식이다.
그래서 더 묘하게 읽힌다.
환상적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사실은 관계가 유지되지 않는 구조를 보여준다.
이야기는 늘 감정보다 상황을 먼저 보여주고, 인물들은 상황을 받아들이기보다는 흘려보낸다.
이 책에 나오는 상상들은 현실을 피해 도망치는 도구가 아니다.
오히려 현실을 이해하기 위한 틀처럼 보인다.

기술보다 인간이 먼저 등장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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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사람예측 심리학 - FBI 행동분석 전문가가 알려 주는 사람을 읽는 기술
로빈 드리크.캐머런 스타우스 지음, 고영훈 옮김 / 코리아닷컴(Korea.com)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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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chae_seongmo 를 통해 #코리아닷컴 @korea.com_books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FBI 사람예측 심리학> - 믿음은 직감이 아니라 기술이다

📌 책 소개

📖FBI가 사용하는 사람 판별의 기술

사람을 읽지 못하면 관계에서 길을 잃는다.
FBI 행동분석센터장이었던 저자는 수많은 실제 수사와 방첩 경험을 통해 ‘사람을 예측하는 6가지 기준’ 을 체계화했다.
이는 단순한 심리 기술이 아니라, 신뢰와 기만 사이에서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한 생존 전략에 가깝다.
신뢰, 동맹, 성실성, 위기 반응, 변화 예측 등 상대의 행동을 통해 진심을 파악하는 방식이 사례 중심으로 정리되어 있다.
인간관계는 감정보다 예측 가능성이 더 중요하다는 전제 아래, 저자는 누구를 믿고 누구를 경계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관찰력을 제시한다.

💬서평

💡내가 틀렸던 건 그 사람이 아니라, 내 판단이었다

사람을 신뢰하고 난 뒤에야 후회하는 순간들이 있다.
그때의 실수는 사람 자체보다, 내가 가졌던 확신에서 비롯되었는지도 모른다.
사람을 대하는 일에 ‘예측’ 이라는 단어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곱씹을수록 그것만큼 현실적인 단어도 없다.
감정으로 움직이던 날들엔 후회가 많았고, 그 후회는 고스란히 내 몫이었다.
한 사람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위기에서 어떤 태도를 보일지를 미리 읽을 수 있다면, 많은 관계는 시작부터 다르게 흘러갔을 것이다.
이 책은 ‘사람을 알기 위한 접근법’ 이 감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신뢰를 줄 수 있는가, 함께할 수 있는가, 그 판단은 결국 반복되는 선택의 결과다.
인생의 결은 결국 사람에 대한 예측으로부터 결정된다.

💡성실함은 재능보다 훨씬 단단하다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애매한 시대다.
다정한 사람이 유능한 것도 아니고, 말이 빠른 사람이 신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실력보다 중요한 건 태도이고, 재능보다 오래 가는 건 성실함이다.
어떤 사람이 평소에 보여주는 일관성과 책임감은 위기 상황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감정적 호감이나 이미지로 누군가를 판단했던 지난 시간은 결국 불안함으로 이어졌고, 결국 실망이나 손해로 귀결되었다.
예측 가능한 사람이야말로 진짜 안정적인 관계를 가능케 한다.
성실한 사람은 잘못해도 배우려고 하고, 익숙하지 않아도 책임지려고 한다.
능력 있는 사람보다 성실한 사람을 선택하라는 말은, 감성적인 충고가 아니라 통계적으로 더 안전한 선택에 가깝다.
오래 두고 보았을 때 신뢰는 실력보다 꾸준함에 가깝다.

💡신호는 언제나 처음부터 있었다

뒤늦게 알게 되는 사실은 언제나 이전의 ‘신호’ 를 되짚게 만든다.
돌이켜보면 관계의 거의 모든 실망은, 그 사람에게 없었던 신호가 아니라 내가 애써 무시했던 신호에서 비롯된다.
말투 하나, 회피하는 눈빛, 반복적인 핑계와 같은 자잘한 패턴들이 결국 하나의 흐름을 만든다.
그 흐름은 나중에 폭발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아주 작은 징후들로 시작된다.
저자가 말하는 여섯 개의 신호들은 수사 현장에서만 쓰이는 기준이 아니다.
그것은 삶의 수많은 판단에서 우리가 무의식중에 놓치는 ‘알려진 경고’ 들이다.
관계의 처음을 다시 생각해보면, 사실 처음부터 예상 가능했던 결말이었다는 깨달음이 따라온다.
중요한 건 감정이 아니라 관찰이다.
신호는 늘 그 자리에 있었고, 보려 하지 않은 건 내 쪽이었다.

💡믿음은 운이 아니라 훈련이다

우연히 좋은 사람을 만나는 건 인생의 기쁨이다.
하지만 그런 우연에만 기대어 살아가기엔 세상은 조금 더 냉정하다.
중요한 관계일수록 그 사람의 행동을 면밀히 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그 사람이 어떻게 말하는가보다, 언제 침묵하는지를 봐야 한다.
무엇을 자주 이야기하는가보다, 어떤 말을 피하는지를 기억해야 한다.
단호함과 회피의 경계, 열정과 과장의 차이, 신중함과 책임 회피의 거리.
이런 것들은 날카로운 직감보다 느린 관찰에서 드러난다.
결국 믿음도 연습이다.
신호를 읽는 눈은 공부로 단련된다.
믿음은 선의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예측할 수 있는 관계는 서로를 위한 안전장치이고, 그런 예측은 반복되는 관찰과 판단의 훈련에서 비롯된다.
사람을 믿고 싶다면, 먼저 읽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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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달새 언덕의 마법사
오키타 엔 지음, 김수지 옮김 / 비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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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달새 언덕의 마법사> - 마법이 머문 자리에 남는 것들

📌 책 소개

📖소원을 품은 사람들이 모이는 언덕

조용하고 평화로운 종달새 마을에 어느 날 소문이 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마녀가 산다는 것이다.
그 언덕에는 ‘종달새 언덕 마법상점’ 이라는 이름의 작은 가게가 자리하고, 간판은 담쟁이덩굴에 가려져 있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여기에 서로 다른 상처와 고민을 지닌 사람들이 찾아든다.
소꿉친구와 멀어진 중학생, 병상에 누운 노화가, 슬럼프에 빠진 소설가, 상실감에 무너진 형을 걱정하는 동생까지.
그들은 자신만의 소망을 품고 마녀 스이를 만난다.
마법은 화상 자국을 지우고, 마음의 흉터를 어루만진다.
단, 죽은 이를 되살리는 것만은 불가능하다.
이들은 슬픔과 마주하고, 울고, 그리워하고, 다시 살아갈 방향을 찾는다.
마법은 소원을 이루는 수단이지만, 진짜 변화는 그들 스스로의 선택에서 비롯된다.
그렇게 각자의 마음에 작고 조용한 변화가 일어난다.

💬서평

💡‘마법’ 보다 단단한 무언가

사람들은 흔히 마법에 기대를 걸지만, 실제로 삶을 움직이는 건 그것보다 더 단단한 무언가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이유로 언덕에 오르지만, 마녀의 힘이 모든 것을 해결하진 않는다.
상점의 문은 조용히 열리고, 조용히 닫힌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변화는 단번에 일어나지 않고, 사건의 외피를 바꾸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마법은 잠깐 곁을 내어줄 뿐이고, 남은 여백은 스스로 채워야 한다.
그들은 더 이상 누군가의 도움만을 기다리지 않는다.
각자의 슬픔을 지닌 채 언덕에 올라왔지만, 다시 내려갈 땐 자신만의 방식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챙겨 간다.
그러니까 마법은 시작일 뿐, 핵심은 그 이후다.

💡나도 모르게 무너지는 마음들

무너지는 순간은 항상 느닷없다.
마음을 단단히 다졌다고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한 한마디에, 오래된 상처 하나에, 익숙한 거리의 낯선 바람에 주저앉는다.
이야기 속 인물들도 그랬다.
어떤 이는 소꿉친구와의 관계 앞에서, 어떤 이는 예고 없는 작별 앞에서, 또 다른 이는 ‘잘 살아야 한다’ 는 부담 앞에서 맥이 풀린다.
이들이 마법상점을 찾아간 건 단순히 바라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너져 버린 마음을 누구라도 조금 알아주길 바라는 갈망 때문이었다.
마음은 무너지고 회복되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런 과정을 통과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건 크고 대단한 해결책이 아니다.
조용히 들어주는 존재,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감정의 잔재, 다시 시작할 용기.
어쩌면 그것이면 충분하다.

💡진심은 언제나 언저리에

이야기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진심이 많다.
중심에 있는 것보다 언저리에 숨어 있는 게 더 깊은 울림을 주곤 한다.
한 마디의 대사보다는, 누군가가 던진 눈빛 하나, 미처 닫지 못한 문틈에서 새어 나온 말 한 조각에서 진심이 읽힌다.
등장인물들이 오랫동안 말하지 못했던 감정이나 숨겨왔던 상처는 대개 그렇게 드러난다.
무언가를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머무는 시간 속에서 그들은 조금씩 변화한다.
아무리 비현실적인 상황이라도, 그 안에서 인물들의 고민과 고통은 현실 그 자체처럼 다가온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친 순간들이 이야기를 통해 다시 소환되고, 어느새 그 안에서 익숙한 얼굴을 찾게 된다.
진심은 거창하지 않아도, 늘 마음 가장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상처는 치유보다 이해가 먼저다

상처는 항상 치유의 대상은 아니다.
때로는 그것을 정확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이기도 한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슬픔, 설명할 수 없던 상실, 정당하지 않은 미안함 같은 것들은 대개 ‘이해받고 싶음’ 으로 남는다.
등장인물들은 단지 문제 해결을 원한 게 아니라, 자신의 고통이 무의미하지 않다는 사실을 누군가에게 확인받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확인은 오히려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도착한다.
아무 말 없이 건네는 차 한 잔, 예고 없이 마주한 벽장 속 바람, 낡고 금 간 항아리 같은 것들.
상처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더라도, 그것을 감당할 언어가 생기면 조금은 편해진다.

그 언어는 어쩌면 마법보다 더 현실적인 힘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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