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를 만들 수가 없어서요
강진아 지음 / 한끼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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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한끼 @hanki_books 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진짜를 만들 수가 없어서요> - 진짜가 되기엔 세상이 너무 거칠다

📌 책 소개

미술에 재능 있는 차경은 고등학생 시절, 부잣집 친구 도희의 제안으로 오만 원권 위조지폐를 만든다.
시간이 흘러 글로벌 기업 입사 직전에 도희가 다시 나타나 과거를 빌미로 차경을 협박하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거짓 우정과 위조된 과거가 드러나며, 차경은 자신이 만들어낸 '가짜' 와 현재의 '진짜' 인생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위기의 순간마다 차경은 생존 본능을 발휘하며 진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한다.
작품은 ‘진짜란 무엇인가’ 라는 물음 아래, 진실과 위선,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긴박하게 오가는 서사로 구성되어 있다.

💬서평

💡위조된 우정 위에서 자라는 생존 감각

처음부터 차경은 선택권이 많지 않다.
가족도, 돈도, 기댈 만한 어른도 없이 그림 하나로 버티는 중이다.
그런 차경 앞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도희가 말을 건다.
예쁜 외모와 좋은 가정환경을 가진 도희는 거리낌 없이 접근하고, 차경은 낯설지만 싫지 않은 그 분위기에 스며든다.
하지만 곧 그 우정에는 조건이 붙는다.
위조지폐를 함께 만들자는 제안이 나온다.
말은 쉽게 흘러나오지만 그 말이 가진 무게는 차경 혼자 짊어진다.
돈을 만들었고, 시간을 지났고, 그 일은 덮인 줄 알았다.
하지만 도희는 몇 년 뒤, 그 기억을 꺼내 차경의 앞날을 흔든다.
진짜처럼 위장된 우정 위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인물은, 결국 처음부터 선택을 강요받던 쪽이다.
도망칠 수도 없고, 지울 수도 없는 과거 위에서 방향을 다시 찾아야 한다.

💡아름다운 것엔 늘 증거가 남는다

차경이 그리는 돈은 진짜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정교하다.
신사임당의 눈빛, 지폐의 결까지 그대로 따라 그린다.
진짜처럼 보이게 만드는 재능은 대단하지만, 그만큼 위험하다.
그 기술은 누군가에겐 놀라운 능력이지만, 또 누군가에겐 거래 수단이 된다.
도희는 그걸 안다.
돈을 만들고 손에 쥐었을 때, 차경은 손이 떨린다. 진짜처럼 보이게 만드는 일이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하나도 진짜가 아니다.
그걸 알면서도 만든다.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는 느낌, 지폐에 새겨진 눈동자에 들키는 감각이 계속 따라붙는다.
아무리 진짜처럼 만들어도, 그건 가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겉모습만 본다.
그 진짜 같은 가짜를 보고 감탄한다.
손끝에 묻은 떨림은 아무도 모른다.
단지 결과만 남는다. 그리고 그 결과는 언제든 증거가 된다.

💡친구가 아니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

가깝다고 믿었던 사람에게 덜컥 협박을 당하면, 그 전의 기억들마저 다시 보기 시작한다.
도희가 어떤 말투였는지,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그때의 웃음이 정말 웃음이었는지 의심하게 된다.
차경은 도망칠 수 없고, 지울 수도 없는 과거 앞에서 우정이 아니라 거래였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그걸 깨달았을 땐 이미 돌이킬 수 없다.
도희는 피해자인 척하면서 힘을 쥐고 있고, 차경은 증거가 남으면 안 된다는 말을 외치며 벼랑 끝에 몰린다.
말은 친구였다고 하지만, 행동은 전혀 그렇지 않다.
두 사람 사이에는 처음부터 공정함이 없었다.
힘을 가진 쪽이 선택하고, 힘이 없는 쪽은 그 선택에 반응할 뿐이다.
그러다 결국 한 사람이 벗어난다.
벗어난 쪽만이 그 관계가 친구가 아니었다는 걸 끝내 인정한다.

💡진짜가 아니어도 끝까지 살아남는 사람

누구에게나 진짜가 되고 싶은 순간이 있다.
차경에게 그건 누군가의 친구가 되는 일이었고, 가난을 끝내는 일이었고, 제대로 된 직장에 들어가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누군가는 나타나서 그 진짜를 가짜라고 말한다.
예전에 만든 돈이 그렇고, 도희와의 관계가 그렇다.
제대로 된 걸 만들었는데도 그건 자격이 없다는 말로 뒤집힌다.
차경은 결국 더 이상 빌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누가 나타나기 전에 먼저 움직이겠다고.
남에게 진짜라고 인정받기보다, 들키지 않는 쪽을 선택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도희를 바라보는 차경의 시선은 집요하고 차갑다.
아름다움 앞에서도 감탄보다 경계가 먼저 떠오른다.
진짜와 가짜 사이에서 오래 버틴 사람은, 결국 어떤 것도 믿지 않는다.
그래도 살아남는다.

진짜가 아니어도, 끝까지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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