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달새 언덕의 마법사
오키타 엔 지음, 김수지 옮김 / 비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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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비채 @drviche 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종달새 언덕의 마법사> - 마법이 머문 자리에 남는 것들

📌 책 소개

📖소원을 품은 사람들이 모이는 언덕

조용하고 평화로운 종달새 마을에 어느 날 소문이 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마녀가 산다는 것이다.
그 언덕에는 ‘종달새 언덕 마법상점’ 이라는 이름의 작은 가게가 자리하고, 간판은 담쟁이덩굴에 가려져 있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여기에 서로 다른 상처와 고민을 지닌 사람들이 찾아든다.
소꿉친구와 멀어진 중학생, 병상에 누운 노화가, 슬럼프에 빠진 소설가, 상실감에 무너진 형을 걱정하는 동생까지.
그들은 자신만의 소망을 품고 마녀 스이를 만난다.
마법은 화상 자국을 지우고, 마음의 흉터를 어루만진다.
단, 죽은 이를 되살리는 것만은 불가능하다.
이들은 슬픔과 마주하고, 울고, 그리워하고, 다시 살아갈 방향을 찾는다.
마법은 소원을 이루는 수단이지만, 진짜 변화는 그들 스스로의 선택에서 비롯된다.
그렇게 각자의 마음에 작고 조용한 변화가 일어난다.

💬서평

💡‘마법’ 보다 단단한 무언가

사람들은 흔히 마법에 기대를 걸지만, 실제로 삶을 움직이는 건 그것보다 더 단단한 무언가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이유로 언덕에 오르지만, 마녀의 힘이 모든 것을 해결하진 않는다.
상점의 문은 조용히 열리고, 조용히 닫힌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변화는 단번에 일어나지 않고, 사건의 외피를 바꾸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마법은 잠깐 곁을 내어줄 뿐이고, 남은 여백은 스스로 채워야 한다.
그들은 더 이상 누군가의 도움만을 기다리지 않는다.
각자의 슬픔을 지닌 채 언덕에 올라왔지만, 다시 내려갈 땐 자신만의 방식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챙겨 간다.
그러니까 마법은 시작일 뿐, 핵심은 그 이후다.

💡나도 모르게 무너지는 마음들

무너지는 순간은 항상 느닷없다.
마음을 단단히 다졌다고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한 한마디에, 오래된 상처 하나에, 익숙한 거리의 낯선 바람에 주저앉는다.
이야기 속 인물들도 그랬다.
어떤 이는 소꿉친구와의 관계 앞에서, 어떤 이는 예고 없는 작별 앞에서, 또 다른 이는 ‘잘 살아야 한다’ 는 부담 앞에서 맥이 풀린다.
이들이 마법상점을 찾아간 건 단순히 바라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너져 버린 마음을 누구라도 조금 알아주길 바라는 갈망 때문이었다.
마음은 무너지고 회복되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런 과정을 통과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건 크고 대단한 해결책이 아니다.
조용히 들어주는 존재,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감정의 잔재, 다시 시작할 용기.
어쩌면 그것이면 충분하다.

💡진심은 언제나 언저리에

이야기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진심이 많다.
중심에 있는 것보다 언저리에 숨어 있는 게 더 깊은 울림을 주곤 한다.
한 마디의 대사보다는, 누군가가 던진 눈빛 하나, 미처 닫지 못한 문틈에서 새어 나온 말 한 조각에서 진심이 읽힌다.
등장인물들이 오랫동안 말하지 못했던 감정이나 숨겨왔던 상처는 대개 그렇게 드러난다.
무언가를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머무는 시간 속에서 그들은 조금씩 변화한다.
아무리 비현실적인 상황이라도, 그 안에서 인물들의 고민과 고통은 현실 그 자체처럼 다가온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친 순간들이 이야기를 통해 다시 소환되고, 어느새 그 안에서 익숙한 얼굴을 찾게 된다.
진심은 거창하지 않아도, 늘 마음 가장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상처는 치유보다 이해가 먼저다

상처는 항상 치유의 대상은 아니다.
때로는 그것을 정확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이기도 한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슬픔, 설명할 수 없던 상실, 정당하지 않은 미안함 같은 것들은 대개 ‘이해받고 싶음’ 으로 남는다.
등장인물들은 단지 문제 해결을 원한 게 아니라, 자신의 고통이 무의미하지 않다는 사실을 누군가에게 확인받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확인은 오히려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도착한다.
아무 말 없이 건네는 차 한 잔, 예고 없이 마주한 벽장 속 바람, 낡고 금 간 항아리 같은 것들.
상처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더라도, 그것을 감당할 언어가 생기면 조금은 편해진다.

그 언어는 어쩌면 마법보다 더 현실적인 힘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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