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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사람들의 뇌
마수드 후사인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 2025년 6월
평점 :
🌟 이 책은 까치 @kachibooks 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웃사이더> - 정체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 책 소개
우리는 종종 몸이 아픈 사람보다 마음이나 인지에 이상이 생긴 사람을 더 두려워한다.
익숙했던 사람이 낯설게 변하는 것, 즉 자아의 변화는 단순한 병의 문제가 아니다.
뇌질환은 사람을 완전히 다른 존재처럼 바꿔놓을 수 있다.
이 책은 자아와 정체성이 뇌 기능에 얼마나 의존적인지, 그 뇌가 변했을 때 삶과 관계, 소속감이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환자들의 실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7명의 환자가 겪은 뇌 손상과 그로 인해 일어난 인지·행동의 변화는 의학적 정보 이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기억을 잃고 타인을 의심하게 되거나, 손발의 위치를 인지하지 못해 일상을 망가뜨리는 사람들, 혹은 환시 때문에 사회로부터 고립되는 사례 등은 인간의 ‘나다움’ 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자아란 견고한 게 아니라, 끊임없이 사회와 감각과 기억으로 재구성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곱씹게 한다.
💬서평
💡나를 ‘나’ 라고 여기는 기준
기억은 정체성의 핵심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기억이 온전히 보존되어 있어도, 자아가 유지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등장하는 한 환자는 자신이 남편과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고 믿는다.
사실은 기억 장애 때문에 남편을 알아보지 못한 것일 뿐이다.
자아의 인식은 단순한 정보 보관이 아니라, 그 정보를 현재의 맥락에 맞게 재해석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또 다른 환자는 자신의 손과 발 위치를 인식하지 못하면서 평범한 일상 동작이 무너진다.
뇌가 우리 몸의 상태를 추적하고 조율하지 못하면, 나라는 사람은 행동 하나조차 책임질 수 없는 상태가 된다.
나는 나의 몸, 기억, 감각, 주변과의 관계 등으로 구성된 복잡한 종합체이고, 그중 어느 하나만 어긋나도 자아의 감각은 쉽게 흔들린다.
뇌는 단지 장기가 아니라, ‘나’ 를 가능하게 하는 무대다.
💡사회적 자아와 배제의 두려움
많은 환자들이 고통받은 건 단지 인지 장애 자체 때문이 아니었다.
질환이 그들을 사회에서 밀어낸 순간부터 더 큰 고통이 시작된다.
어떤 환자는 환시로 인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끊기고, 자신이 ‘기피 대상’ 이 되었다는 자각에 괴로워한다.
그는 더 이상 이전의 자리를 유지할 수 없다.
인간은 누구나 집단에 속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그런데 뇌가 오작동하면서 규범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게 되면, 집단은 그 사람을 아웃사이더로 밀어낸다.
고립은 질환의 결과이자 동시에 원인이기도 하다.
정체성이란 것은 사회 속 역할, 기대, 소통으로 이루어진다.
뇌가 무너지면, 정체성도 무너지고, 정체성이 무너지면 사회적 자리도 위태로워진다.
이 악순환은 결국 정체성의 상당 부분이 타자와의 관계 속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정체성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우리는 흔히 자아를 견고하고 고유한 것으로 상정한다.
하지만 환자들의 사례는 그 자아가 뇌 기능에 따라 얼마나 유동적인지를 보여준다.
뇌의 특정 부위에 손상이 생기자, 같은 사람이 완전히 다른 행동을 보인다.
충동을 제어하지 못하거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부적절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의 뇌가 그렇게 반응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문제는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저 사람은 이상해졌어” 라고 단순화해 버리면, 우리는 자아의 복잡성을 놓치게 된다.
오히려 자아란 뇌의 다양한 기능들이 일정하게 작동할 때만 유지되는 섬세한 균형 위에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나조차도 상황이 달라지면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아는 흐르는 개념이다.
💡경계선에 선 이들, 그리고 우리
환자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들이 ‘남’ 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사고, 병, 노화로 인해 그 경계선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뇌 기능 저하를 겪는다.
자아는 나만의 것이지만, 동시에 환경과 사회적 피드백을 통해 강화된다.
그런 점에서 경계선에 선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은 나 자신을 더 깊이 들여다보는 일이기도 하다.
뇌의 구조와 기능은 과학의 영역이지만, 그로 인해 바뀌는 삶과 관계는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자아는 뇌의 작동 방식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존재이며, 그 자아를 우리가 얼마나 잘 이해하느냐는 결국 타인과의 관계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경계선에 선 이들을 대하는 태도는 우리 모두가 어떤 존재로 살고 싶은지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