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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해외 입양인입니다
미샤 블록 지음, 유동익 옮김, 차용 감수 / 이더레인 / 2025년 6월
평점 :
🌟 이 책은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chae_seongmo 를 통해 이더레인 @iedereen20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는 해외 입양인입니다> - 사라진 이름을 찾아서
📌 책 소개
한국에서 태어나 네덜란드로 입양된 저자는 어린 시절의 기억 없이 다른 이름과 다른 언어로 인생을 다시 시작해야 했다.
어릴 적 고아원 앞에서 찍힌 흑백사진 한 장 외에는 자신의 과거를 설명해줄 수 있는 단서가 없다.
성인이 된 후 그는 친어머니를 찾기 위해 한국을 오가며 긴 여정을 시작한다.
그러나 그를 맞이한 것은 입양기관의 조작된 서류와 연락을 거부하는 생부, 그리고 자신에게조차 감춰졌던 과거였다.
그는 점차 입양의 구조적 문제와 마주하고, 개인의 삶이 어떻게 기록되고 지워지는지를 추적해간다.
💬서평
💡출발선 없는 삶
인생의 시작을 누가 기록하느냐에 따라 기억은 완전히 달라진다.
세 살 이전의 사진 한 장, 그것이 누군가의 유년을 대신하는 유일한 자료라면, 출발선조차 애매한 인생이 시작되는 셈이다.
저자는 자신의 이름, 출생지, 보호자 정보를 모두 타인의 손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것도 정확하지 않은 정보들로 구성된, 왜곡된 기록들이다.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고자 하지만, 출발점이 명확하지 않기에 자꾸만 길을 잃는다.
누군가는 입양을 새로운 시작이라 포장하지만, 그 ‘새로움’ 은 너무 많은 것을 생략한 결과다.
시작점을 모르는 삶은 결국 자기 자신을 계속해서 의심하게 만든다.
💡버려졌다는 감각
누군가에게 버려졌다는 감정은 막연하지 않다.
오히려 아주 구체적인 방식으로 일상에 스며든다.
저자는 항상 누군가에게 인정받고자 했다.
더 열심히 일하고, 더 잘하려고 애쓰고, 관계에서 손해 보더라도 그 자리를 지키려 한다.
이러한 삶의 태도는 단순한 성격이 아니라, ‘버려질 수도 있다’ 는 전제를 품은 삶에서 비롯된다.
아이가 한 번 외면당하면, 이후의 관계에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까 봐 두려워진다.
그래서 항상 누군가를 먼저 배려하고, 불편함을 참고, 이탈보다는 잔류를 선택하게 된다.
버려졌다는 경험은 관계의 기준을 변화시킨다.
타인에게 맞춰 살아가는 것이 습관이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존재의 조작
입양기관은 저자를 ‘부모 미상의 유기아동’ 으로 기록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부모 중 한 명이 직접 아이를 입양기관에 데려갔고, 서류에는 거짓 정보가 담겨 있었다.
이 조작은 한 인간의 정체성과 과거를 근거 없이 왜곡하고 지워버린, 구조적 침묵이다.
저자는 친어머니의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채로 수십 년을 살아야 했고, 그 정보 하나를 얻기 위해 여러 번 한국을 방문하고 라디오 방송까지 나서야 했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만든 틀 안에서 살아온 시간은, 정체성을 구성할 기본적인 정보조차 없는 불완전한 기록에 불과했다.
한 인간의 삶이 행정 편의를 위해 조작될 수 있다는 사실이, 현실이라는 게 문제다.
💡재회는 끝이 아니다
기적처럼 친모를 찾는다.
TV 속 재회 장면처럼 뜨겁게 껴안고 눈물을 흘리지만,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서로를 찾기까지의 과정은 극적이지만, 이후엔 낯섦과 시간이 쌓인다.
어머니는 자신의 삶을 살아왔고, 저자 역시 새로운 문화권에서 자라왔다.
재회는 단절된 과거를 되돌려주는 게 아니라, 그 사이의 공백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저자는 재회를 통해 감정을 정리하고 싶었지만, 그 감정은 단숨에 정리되지 않는다.
회복은 만남으로 완성되지 않고, 이후의 관계에서 천천히 조율된다.
애초에 재회가 해답이라고 믿었던 생각 자체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기대를 품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단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