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살인
카라 헌터 지음, 장선하 옮김 / 청미래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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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청미래 @cheongmirae 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가족 살인> - 진실은 누가 조작하고, 누가 소비하는가

📌 책 소개

20년 전 일어난 미제 가족 살인 사건을 소재로, 전 세계로 방영되는 리얼크라임 쇼의 제작 현장이 펼쳐진다.
방송 연출자는 피해자의 의붓아들.
전문가 패널로 참여한 인물들은 ‘강력 용의자’ 라는 꼬리표를 단 인물들이다.
시청률 경쟁에 따라 점점 자극적으로 흐르는 연출, 제작진 내부의 긴장, 감춰진 가족사, 그리고 결정적인 진실을 둘러싼 충돌까지.
방송이 추구하는 것이 진실인지, 아니면 가면을 쓴 복수인지 묻는 이야기가 촘촘하게 구성된다.
사건은 과거의 것이지만, 그에 접근하는 방식은 현재의 미디어 논리 위에 있다.
방송 대본, 기사, 댓글, 인터뷰 등으로 서술이 구성되어 독자는 쇼의 시청자이자 사건의 관찰자이자, 때로는 배심원이 되기도 한다.

💬서평

💡진실을 좇는다는 명목 아래

누군가의 죽음을 파헤치는 쇼는 정의보다 흥밋거리를 추구한다.
사건의 중심은 20년 전 살인사건, 그러나 쇼의 포맷은 그것을 미스터리 퀴즈처럼 만든다.
각본과 연출이 있고, 출연자는 자신이 피해자든 전문가든 '콘텐츠' 로 편집된다.
의붓아들은 피해자의 가족이자 연출자다.
복잡한 감정 속에서 그는 자신의 진심이 조작되지 않도록 노력하지만, 카메라의 앵글은 그마저 흡수한다.
과거의 진실보다 지금의 화면 구성이 더 우선이 되는 순간들.
그렇게 진실은 말해지기보다 소비된다.
쇼는 점점 진행되지만, 누구도 온전히 안전하지 않다.
타인의 과거를 다룬다는 건 누군가의 아픔을 무대 위로 올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라는 이름 아래 펼쳐지는 쇼

쇼에는 심리학자, 전직 경찰, 법의학자까지 출연한다.
그들은 이 사건의 전문가라는 타이틀로 불린다.
그러나 방송의 목적은 수사라기보다 '서사' 다.
전문가가 해야 할 일은 사실 분석이 아니라 시청자의 궁금증을 유지하는 설명자 역할이다.
그래서 분석보다는 반응이 중요하다.
긴장하는 표정, 확신에 찬 말투, 추측이 포함된 발언.
그들이 앉아 있는 자리는 법정이 아닌 세트장이다.
수사처럼 보이지만, 어디까지나 드라마다.
전문가가 말하는 순간, 그 말은 진실처럼 기능한다.
그러나 아무도 그 진실을 검증하지 않는다.
그저 다음 회차를 위한 복선처럼 활용된다.
타인의 권위를 빌려 무게감을 주지만, 실제로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감당하는 일

쇼의 연출자인 남성은 사건 피해자의 의붓아들이다.
그는 20년 전의 죽음을 현재의 콘텐츠로 바꾸는 역할을 자처한다.
진실을 밝히고자 한다는 명분은 있지만, 그 과정은 모호하다.
그는 복수를 꿈꾸는 것일까, 아니면 화해를 원하는 것일까.
가족이라는 연결고리는 그를 피해자이자 기획자로 만든다.
그러나 쇼가 진행되며 그의 역할은 점점 분열된다.
그는 연출자이면서도 누군가의 아들이고, 동시에 시청자의 궁금증을 자극하는 인물이 된다.
그는 중립적이지 않다.
동시에 객관적이지도 않다.
감정은 편집되고, 행동은 연출된다.
가족이라는 감정적 진실은 쇼의 논리 속에 침식된다.
그리고 결국 그는 스스로 선택한 무대 위에서 자신마저 의심하게 된다.

💡종결이 아닌 폭로로 끝나는 결말

사건은 해결된다.
하지만 그 해결은 재판이 아니라 쇼의 마지막 회차에서 일어난다.
누군가가 폭로하고, 모두가 침묵하고, 진범이 밝혀진다.
시청자는 그것을 '해결' 이라고 받아들인다.
그러나 그 순간을 만든 건 수사가 아니라 대본 없는 클라이맥스다.
긴장과 몰입은 충분했지만, 결론의 무게는 의외로 가볍다.
진범은 드라마적으로 납득되지만, 법적으로는 어떠한 절차도 없다.
누군가가 말했기 때문에 그 말이 진실이 된다.
그리고 아무도 그 말의 진위를 되묻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야기가 끝났기 때문이다.
모두가 다음 에피소드를 기대할 뿐, 그 말이 맞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진실이 아니라 '종결감' 이 이 쇼의 마지막 장면을 결정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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