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생각을 선택하라 그것이 될 것이다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욱 옮김 / 더좋은책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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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chae_seongmo 를 통해 북스토리 @ebookstory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너의 생각을 선택하라 그것이 될 것이다> - 나를 움직이는 문장은 언제나 질문에서 시작된다
 
 
 
🫧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나답게 산다' 는 말.
막상 '나다움' 이 뭔지 물으면
선뜻 대답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럴 때 스치듯 머리를 치고
지나가는 이름, 니체.

세상이 말하는 기준에서 벗어나
스스로 선택한 생각을
기준으로 삼으라고 말했던 사람.
그 생각 하나만으로
누군가는 무너졌고
누군가는 처음으로
자기 안의 목소리를 듣게 됐다.
 
 
🫧
“가장 아름다운 사랑도 약간은 쓰다.”
사랑이든, 믿음이든, 진심이든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어온 것들이
항상 부드럽고 평화롭지만은 않다는 걸
니체는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만든다.

지독하리만치 솔직하고,
때로는 잔인하리만치 직선적인 문장들.
그 안에 깃든 무게는
얼마나 오래 혼자 견뎌왔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
평소에 아무렇지 않게 내뱉던 말들이
사실은 오래된 철학에서 나왔다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다.
‘내 삶의 주인은 나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살고 싶다’
그런 생각들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짧고 단단한 문장을 따라가며
자연스레 마주하게 된다.

그가 말한 ‘초인’ 은
누군가를 뛰어넘는 강한 존재가 아니라
지금의 자기 자신을
넘어서고자 노력하는 사람.
 
 
🫧
사람들이 진짜 원하는 건
조언이 아니라 확신이라는 말처럼
여기엔 정답보다는
결심에 가까운 문장들이 있다.

무언가를 바꾸고 싶다는 감정은
언제나 질문에서 시작된다.
‘왜 나는 이 삶을 살고 있지?’
‘왜 이 관계 안에 계속 머무는 거지?’
그 질문이 사라지면,
생각도 감정도 그 자리에 멈춰버린다.
 
 
🫧
“변화는 언제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작된다.”
그 말이 지금의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한다.
당장 눈앞에 드러나는 건 없지만
어쩌면 지금의 이 혼란, 이 의심이
진짜 시작인지도 모른다는 예감.

삶을 바꾸는 건
대단한 철학이나 깊은 사유가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던지는
단 하나의 질문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질문을
어떻게 붙잡고 가는지에 따라
삶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니체는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
세상이 바뀌지 않아도
내가 바뀌면
그게 곧 세계의 변화라고 믿었던 사람.

그의 말이 오늘도 어떤 이의 내면을
조금씩 건드리고 있다는 게
이 시대의 또 다른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지금 가장 중요하게 붙들고 있는 생각이
과연 내가 선택한 것인지
그 질문 하나면,
이미 충분히
니체의 문 앞에 다가선 셈이다.
 
 
 
📍
무언가를 바꾸고 싶다는 마음은
대단한 계기가 아니라
지극히 사소한 한 문장에서
시작될 때가 있다.

지금 마음속을 가장 많이 차지하는 생각,
그게 정말 내가 선택한 것인지
잠시 멈춰 묻고 싶어진다.

지금 이 자리에서,
조금 더 나에게 가까운 방향으로
생각을 고르고 싶을 때
이런 문장들이 곁에 있으면
흔들리더라도

다시 나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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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서광들 - 책을 욕망하는 책에 미친 사람들
옥타브 위잔 지음, 알베르 로비다 그림, 강주헌 옮김 / 북스토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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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서광들> - 사랑은 과해도 괜찮아, 책이라면 더더욱
 
 
 
🫧
가끔은 책을 읽기보다
그냥 바라보는 시간이
더 길어질 때가 있다.
책등을 천천히 훑으며
언제 샀는지도 모를 책을 꺼내드는 순간,
읽지도 않은 문장들이
왠지 오래된 친구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손에 닿는 종이의 감촉,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
표지에 얇게 낀 먼지마저도
그날의 내 기분과 어울릴 때가 있다.

책을 좋아한다는 건
독서를 즐기는 걸 넘어서,
그 존재 자체를
아끼는 감정에 가까운 것 같다.
 
 
🫧
<애서광들> 을 읽으면서
딱 그런 감정이 밀려왔다.
종이에 인쇄된 활자와
페이지 사이에 끼어 있는
오래된 농담들,
책이라는 존재에 대해
지나치게 진지하거나
혹은 지나치게 유쾌한 사람들의 이야기.

한 사람의 성격을 알려면
그가 어떤 책을 읽는지 보면
된다는 말처럼,
이 이야기들은 책을 어떻게 대하는지가
그 사람을 어떻게도 보이게 만든다.

책장을 사랑하는 사람들,
책장을 망치처럼 휘두르는 사람들,
책을 욕망의 대상으로 삼는 사람들까지.

등장인물들은 전부 조금씩 과하고,
그 과함이 귀엽고,
그 귀여움에선 어떤 진심이 느껴진다.
 
 
🫧
때론 웃기고,
때론 유치하고,
어쩔 땐 다소 우스꽝스러운 과장도 있지만,
그 안엔 분명 무언가가 있다.

왜 그렇게까지
책에 집착하느냐는 질문에
명확한 답은 못 하더라도,
그 감정만큼은 어쩐지 납득이 된다.
책이 폭발하면 안 된다고
광분하는 장면조차
너무 공감이 가서 웃음이 났다.

사람은 자신의 세계를
어디에 담아두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누군가는 서랍 속,
누군가는 사진첩,
누군가는 말 한마디에 쌓아두겠지만
책 안에 차곡차곡 쌓아두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어쩐지 서로를 알아보는 법이다.
 
 
🫧
19세기에 쓰였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지금과 닿아 있는 농담들,
앞서가던 상상력,
책이라는 존재에 대한 끝없는 수다.

그 수다가 반가웠다.
가끔은 누가 내 얘길 먼저 꺼내준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하니까.

책을 너무 사랑해서
사랑이 좀 어긋나버린 사람들의 이야기.
그래서 더 사랑스럽고,
그래서 더 가까이 두고 싶어지는 이야기들.
 
 
 
📍
누군가는 책을 정보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책을 도구라고 부른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 책은
그냥 ‘좋아서 갖고 싶은 것’ 이다.

읽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곁에 두기 위해 사는 책들,
언젠가 읽을 거라는 말로
합리화된 소장욕,
책장 한 칸을 채우는 데 담긴 작은 자부심.

그 감정을 안다는 것만으로도
<애서광들> 속 인물들과
조금쯤은 친구가 된 기분이었다.

책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조금 웃기고, 조금 과하고,
조금 서툰 사람들.
그래서 더 애정이 간다.

가끔은,
아무 이유 없이 좋아하게 되는 것도

삶엔 꽤 필요한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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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살아도 괜찮을까? - 게으른 완벽주의자를 위한 아들러 심리학의 정수 5가지
고이즈미 겐이치 지음, 오정화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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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살아도 괜찮을까?> - 남의 기대에서 빠져나와 내 삶을 고르는 법
 
 
 
🫧
“내가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 걸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정확히 뭐가 문제인지는 모르겠는데
자꾸만 마음이 뒤로 젖혀지는 날들.

누가 시킨 건 아닌데도,
어쩐지 남들 눈치를 보게 되고
하고 싶은 것보단
해야 할 것들에 하루가 밀려버릴 때
‘그냥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싶은 거다.
 
 
🫧
어릴 땐, 어른이 되면
뭔가 달라질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은 내 하루가
내가 선택한 게 아니라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된 것처럼
느껴질 때가 더 많다.

‘다들 이렇게 살아’ 라는 말에 기대며
애써 괜찮은 척하면서
불편한 감정을 꾹 눌러 담고 지내는 거.
나만 그런 건 아닐 텐데도
혼자 뒤처진 기분이 자꾸 든다.
 
 
🫧
그럴 때 필요한 건
정답이나 위로가 아니라
내 쪽으로 중심을 옮겨오는 일.

과거를 분석하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쓰는 대신
지금 당장 바꿀 수 있는
한 가지를 실천하는 일.
그 작은 실천이
다음 행동의 방향을 조금씩 바꿔 놓는다.
 
 
🫧
‘게으른 완벽주의자’ 라는 말에
괜히 웃음이 났다.
나도 종종 그런 것 같다.
제대로 하지 않으면 시작도 못 하는 성격,
잘하고 싶어서 계속 미루는 태도.

그런데 진짜 무서운 건
그 완벽함을 내가 아니라
타인의 기대에 맞춰 세우고 있다는 거다.
그래서 자꾸 흔들리고,
한 발짝 나아가기도 벅차게 느껴진다.
 
 
🫧
책 속엔 서툴고 흔들리면서도
조금씩 중심을 되찾아가는
한 사람의 기록이 있다.

매일 조금씩 나아가 보겠다는 다짐,
남의 시선에 휘청거리는 날엔
“지금 이 선택이 내 거 맞는가” 라는
질문 하나로 스스로를 다잡는 법.
그게 아들러가 말한 ‘용기’ 였다.
 
 
🫧
누구보다 게으르고,
자기비판에 익숙한 사람일수록
이런 실천이 낯설고 어렵게 느껴진다.
그래서 더 필요하다.

완벽하진 않아도,
남보다 잘하지 않아도
내가 직접 선택한 방향으로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

그거 하나만 있어도
사는 맛이 꽤 달라진다.
 
 
🫧
삶을 바꾸는 건
극적인 사건이나 거창한 결심보다
지금 할 수 있는 아주 사소한 행동이다.

그리고 그 행동은
어떤 책의 문장 하나에서
시작될지도 모른다.

오늘 하루도
내 선택으로 만든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마음이 덜 흔들릴지도 모르겠다.
 
 
 
📍
누군가의 기준을 따라가느라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잊고 있었던 날들,
잘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던 순간들,
그럴 때 필요한 건 누군가의 조언보다
지금 이 자리에서 스스로에게 묻는
한 문장일지도 모른다.

“지금 이 선택이, 나의 것인가?”

그 질문 하나가 작은 실천을 만들고,
그 작은 실천이 모여
내 삶의 방향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한다.

크게 바꾸지 않아도 괜찮다.
빠르지 않아도 충분하다.
중요한 건 어제의 내가 아니라
오늘 내가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가는가.

조금 더 나답게,
조금 더 가볍게,
조금 더 지금에 집중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요즘.

그 마음에 다가와 말을 건네는
문장들을 만나고 싶다면,
한동안 천천히 곱씹게 될 페이지들이

여기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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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로피아
김필산 지음 / 허블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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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로피아> - 시간을 거꾸로 걷는 자의 기록
 
 
 
🫧
시간을 거꾸로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
이 설정만 듣고도 머릿속이
붕 뜨는 기분이었다.
보통의 SF가 미래를 향해 내달린다면,
이 소설은 반대로 과거를 향해 휘몰아친다.
그것도 아주 깊고 낯선 과거들로.
 
 
🫧
거란, 중세 동로마, 코르도바,
그리고 미래 서울.
모든 장소가 허공에 뜬 채
흘러가는 게 아니라
무게감 있는 시공간으로
다가오는 데엔 이유가 있다.
등장인물의 말투, 사상, 믿음,
대화 하나하나가
진짜 그 시대에 숨 쉬는 것처럼
살아 있기 때문이다.

어디서부터 어떤 방식으로
리서치를 했을까 싶을 만큼
이야기의 결이 다층적이다.
고대 자연철학에서 양자컴퓨터까지
하나의 축으로 연결되면서도
어긋남 없이 흐른다.
그 자체가 이미
구조적 아름다움으로 느껴질 정도.
 
 
🫧
인상 깊었던 건,
시간이라는 개념 자체를
'이야기의 장치' 가 아니라
'이야기의 주체' 로
끌고 왔다는 점이다.

보통의 시간여행물처럼
이유를 설명하거나
목적을 뚜렷이 부여하지 않는다.
대신 시간 그 자체가
어떤 존재처럼 움직이고,
결정과 선택, 실수와 회한들이 그
흐름을 타고 떠내려간다.
그래서일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점점 인물보다는 시간에 더 집중하게 된다.
 
 
🫧
시간은 한 방향으로만 흐른다는 통념 위에
우리 모두가 살아간다.
그런데 그 흐름이 뒤집혔을 때,
우리가 아는 원칙들은 순식간에 무너진다.

어떤 사건이 아직 일어나지 않았지만
이미 알고 있고,
지금 겪고 있는 일이
실은 누군가에겐 과거라면.
그 세계에서 '기억' 은
어떤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을까.
'후회' 는 어떻게 작동할까.
'사랑' 은 어떤 결말을 향해 나아가게 될까.
 
 
🫧
이야기 속 인물은 2천 년을 거슬러 산다.
그 시간은
세계관의 수직적 밀도이기도 하다.

단편적인 사건이 쌓여
긴 역사가 만들어진다는
선형적 사고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완전히 다른 프레임을 제시한다.

수많은 역사선 위에서,
어떤 사건은 서로 충돌하고
어떤 순간은 거울처럼 닮아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걸 지켜보는
이야기 바깥의 독자만이
전체의 구조를 볼 수 있게 된다.
 
 
🫧
지식이 이야기를 이끄는 방식이 아니라
이야기가 지식을 흡수하고 스며드는 방식.
그래서 읽는 동안
과잉도 부족도 느껴지지 않았다.
누군가는 이걸 ‘설정 과다’ 라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야기 자체가
‘과잉’ 과 ‘무질서’ 를 품고 있는 주제라
오히려 그 과잉이 미학처럼 느껴진다.
 
 
🫧
기억, 죽음, 영생,
그리고 기원의 질문들까지.
소설 속 시공간을 따라가다 보면
정신이 한두 번쯤 붕 뜨는 기분이 든다.
그때마다 다시 잡아주는 건
생각보다 단순한 문장 하나,
인물의 짧은 대사 하나다.

그 작은 문장들이,
복잡하게 얽힌 시간의 실타래에서
지금 내가 어디쯤 와 있는지를
가늠하게 해준다.
 
 
 
📍
시간이라는 건
정확한 계산보다
더 본능적인
감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감각이 문장을 따라 흘러가면서
어떤 형태로든 독자에게 남는다는 건
상상 이상으로 희귀한 경험이다.
🫧
어느 방향에서든 시간은 흐르고,
우리는 그 안을 어떻게든 헤엄친다.
그걸 소설 한 권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건,
근사한 일이다.

시간은 반드시
앞을 향해 흐를 필요가 없다.
때로는 그 반대편에서
훨씬 더 크고 놀라운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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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 온 더 트레인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앤드)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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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 온 더 트레인> - 아무 일도 없던 풍경에 스며든 진실의 조각
 
 
 
🫧
물끄러미 창밖을 바라보다 보면
어느 집의 거실 불빛에
눈이 머무는 날이 있다.
누가 살고 있을까, 오늘 하루 어땠을까,
알지 못하는 사람인데도 마음이 끌린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그저 평범한 모습인데도.
 
 
🫧
레이첼은 매일 같은 시간,
같은 기차를 탄다.
매일 보는 창밖 풍경엔
이름도 모르는 부부가 있다.
그녀는 그들을 ‘제스’ 와 ‘제이슨’ 이라 부르며
그들만의 드라마를 상상한다.
그건 레이첼이 끊임없이
마주치는 현실에서 잠깐이나마
도망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그녀가 마주한 그 장면,
그 작은 어긋남 하나가
그동안 쌓아왔던 허상들을
무너뜨리기 시작한다.
 
 
🫧
한때 누군가의 아내였고,
누군가의 친구였고,
하나의 일상이었던 레이첼은 지금 혼자다.
그 혼자는 그냥 ‘고독’ 같은 단어로
뭉뚱그릴 수 없는 상태다.
시간의 감각도 흐릿해지고,
밤마다 술에 기대어 버티고,
자기 자신조차 믿을 수 없게 된 마음.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녀 안엔 아직도 뭔가 살아 있다.
그게 집착인지, 죄책감인지,
아니면 단순히 견딜 힘을 어디선가
짜내야 한다는 본능인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는다.
 
 
🫧
누군가를 안다는 건
그 사람의 이름이나 직업을 아는 게 아니라,
그가 어디서부터 무너졌는지를
아는 거라고 들은 적 있다.

이 소설 속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부서져 있다.
레이첼도, 메건도, 안나도.

겉으로 보기엔 모두 제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들인데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 안이
얼마나 복잡하게 얽혀 있는지
숨기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정상적인 척’ 한다는 게 더 놀랍다.
 
 
🫧
이야기는 끊임없이 뒤집힌다.
방금까지는 확신했던 것이,
다음 페이지에서 다시 흔들린다.
누가 어떤 말을 했고,
누가 어디 있었는지를 따라가는 일이
어느 순간부터는 의미가 없어질 정도로
기억과 감정이 조각난 채 흩뿌려져 있다.

그럼에도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사건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 때문이다.
자기 안의 균열을 들키지 않기 위해
버텨내는 인물들의
말투, 행동, 시선들이
어쩐지 꽤 익숙해서.
 
 
🫧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꾸만 그런 질문이 생긴다.
내가 기억하는 감정은 정말 내 것일까?
어느 정도까지가 상상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어느 날 갑자기,
완전히 다른 얼굴의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일은
사실 그렇게 드문 일이 아닐지도.

그렇게 무너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관계가
예상치 못한 한마디로
전부 바뀌기도 하니까.
 
 
🫧
기차가 지나는 선로 옆,
누군가의 흔적이 묻혀 있는 그 장소는
늘 스쳐 지나갈 뿐이지만
어쩌면 가장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 곳일지도 모른다.

그 자리에 쌓여 있는 돌무더기,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잠든 사람.
그걸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어쩌면 그게 이 이야기의
가장 큰 목소리인지도 모른다.
 
 
🫧
다 읽고 나면
누가 범인인지, 진실이 뭔지보다
그 사람들은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
왜 그 말은 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사건은 끝났지만, 감정은 아직 거기 있다.
읽은 사람이 스스로 꺼내어 정리해야만
마무리되는 이야기.
 
 
 
📍
오늘도 누군가는 창밖을 바라보며
자기만의 작은 세계를
그려내고 있을지도.
그게 현실인지 상상인지,
누구도 확신할 수 없지만.

너무 많은 걸 알고 있다고 착각할 때
우리는 얼마나 쉽게 진실을 놓쳐버리는지
그걸 보여주는 이야기.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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