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서광들 - 책을 욕망하는 책에 미친 사람들
옥타브 위잔 지음, 알베르 로비다 그림, 강주헌 옮김 / 북스토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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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chae_seongmo 를 통해 북스토리 @ebookstory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애서광들> - 사랑은 과해도 괜찮아, 책이라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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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책을 읽기보다
그냥 바라보는 시간이
더 길어질 때가 있다.
책등을 천천히 훑으며
언제 샀는지도 모를 책을 꺼내드는 순간,
읽지도 않은 문장들이
왠지 오래된 친구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손에 닿는 종이의 감촉,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
표지에 얇게 낀 먼지마저도
그날의 내 기분과 어울릴 때가 있다.

책을 좋아한다는 건
독서를 즐기는 걸 넘어서,
그 존재 자체를
아끼는 감정에 가까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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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서광들> 을 읽으면서
딱 그런 감정이 밀려왔다.
종이에 인쇄된 활자와
페이지 사이에 끼어 있는
오래된 농담들,
책이라는 존재에 대해
지나치게 진지하거나
혹은 지나치게 유쾌한 사람들의 이야기.

한 사람의 성격을 알려면
그가 어떤 책을 읽는지 보면
된다는 말처럼,
이 이야기들은 책을 어떻게 대하는지가
그 사람을 어떻게도 보이게 만든다.

책장을 사랑하는 사람들,
책장을 망치처럼 휘두르는 사람들,
책을 욕망의 대상으로 삼는 사람들까지.

등장인물들은 전부 조금씩 과하고,
그 과함이 귀엽고,
그 귀여움에선 어떤 진심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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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웃기고,
때론 유치하고,
어쩔 땐 다소 우스꽝스러운 과장도 있지만,
그 안엔 분명 무언가가 있다.

왜 그렇게까지
책에 집착하느냐는 질문에
명확한 답은 못 하더라도,
그 감정만큼은 어쩐지 납득이 된다.
책이 폭발하면 안 된다고
광분하는 장면조차
너무 공감이 가서 웃음이 났다.

사람은 자신의 세계를
어디에 담아두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누군가는 서랍 속,
누군가는 사진첩,
누군가는 말 한마디에 쌓아두겠지만
책 안에 차곡차곡 쌓아두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어쩐지 서로를 알아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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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에 쓰였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지금과 닿아 있는 농담들,
앞서가던 상상력,
책이라는 존재에 대한 끝없는 수다.

그 수다가 반가웠다.
가끔은 누가 내 얘길 먼저 꺼내준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하니까.

책을 너무 사랑해서
사랑이 좀 어긋나버린 사람들의 이야기.
그래서 더 사랑스럽고,
그래서 더 가까이 두고 싶어지는 이야기들.
 
 
 
📍
누군가는 책을 정보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책을 도구라고 부른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 책은
그냥 ‘좋아서 갖고 싶은 것’ 이다.

읽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곁에 두기 위해 사는 책들,
언젠가 읽을 거라는 말로
합리화된 소장욕,
책장 한 칸을 채우는 데 담긴 작은 자부심.

그 감정을 안다는 것만으로도
<애서광들> 속 인물들과
조금쯤은 친구가 된 기분이었다.

책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조금 웃기고, 조금 과하고,
조금 서툰 사람들.
그래서 더 애정이 간다.

가끔은,
아무 이유 없이 좋아하게 되는 것도

삶엔 꽤 필요한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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