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 온 더 트레인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앤드)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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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앤드 @nexus_and 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걸 온 더 트레인> - 아무 일도 없던 풍경에 스며든 진실의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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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끄러미 창밖을 바라보다 보면
어느 집의 거실 불빛에
눈이 머무는 날이 있다.
누가 살고 있을까, 오늘 하루 어땠을까,
알지 못하는 사람인데도 마음이 끌린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그저 평범한 모습인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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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은 매일 같은 시간,
같은 기차를 탄다.
매일 보는 창밖 풍경엔
이름도 모르는 부부가 있다.
그녀는 그들을 ‘제스’ 와 ‘제이슨’ 이라 부르며
그들만의 드라마를 상상한다.
그건 레이첼이 끊임없이
마주치는 현실에서 잠깐이나마
도망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그녀가 마주한 그 장면,
그 작은 어긋남 하나가
그동안 쌓아왔던 허상들을
무너뜨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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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누군가의 아내였고,
누군가의 친구였고,
하나의 일상이었던 레이첼은 지금 혼자다.
그 혼자는 그냥 ‘고독’ 같은 단어로
뭉뚱그릴 수 없는 상태다.
시간의 감각도 흐릿해지고,
밤마다 술에 기대어 버티고,
자기 자신조차 믿을 수 없게 된 마음.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녀 안엔 아직도 뭔가 살아 있다.
그게 집착인지, 죄책감인지,
아니면 단순히 견딜 힘을 어디선가
짜내야 한다는 본능인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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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안다는 건
그 사람의 이름이나 직업을 아는 게 아니라,
그가 어디서부터 무너졌는지를
아는 거라고 들은 적 있다.

이 소설 속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부서져 있다.
레이첼도, 메건도, 안나도.

겉으로 보기엔 모두 제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들인데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 안이
얼마나 복잡하게 얽혀 있는지
숨기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정상적인 척’ 한다는 게 더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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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끊임없이 뒤집힌다.
방금까지는 확신했던 것이,
다음 페이지에서 다시 흔들린다.
누가 어떤 말을 했고,
누가 어디 있었는지를 따라가는 일이
어느 순간부터는 의미가 없어질 정도로
기억과 감정이 조각난 채 흩뿌려져 있다.

그럼에도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사건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 때문이다.
자기 안의 균열을 들키지 않기 위해
버텨내는 인물들의
말투, 행동, 시선들이
어쩐지 꽤 익숙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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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꾸만 그런 질문이 생긴다.
내가 기억하는 감정은 정말 내 것일까?
어느 정도까지가 상상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어느 날 갑자기,
완전히 다른 얼굴의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일은
사실 그렇게 드문 일이 아닐지도.

그렇게 무너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관계가
예상치 못한 한마디로
전부 바뀌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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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가 지나는 선로 옆,
누군가의 흔적이 묻혀 있는 그 장소는
늘 스쳐 지나갈 뿐이지만
어쩌면 가장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 곳일지도 모른다.

그 자리에 쌓여 있는 돌무더기,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잠든 사람.
그걸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어쩌면 그게 이 이야기의
가장 큰 목소리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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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고 나면
누가 범인인지, 진실이 뭔지보다
그 사람들은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
왜 그 말은 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사건은 끝났지만, 감정은 아직 거기 있다.
읽은 사람이 스스로 꺼내어 정리해야만
마무리되는 이야기.
 
 
 
📍
오늘도 누군가는 창밖을 바라보며
자기만의 작은 세계를
그려내고 있을지도.
그게 현실인지 상상인지,
누구도 확신할 수 없지만.

너무 많은 걸 알고 있다고 착각할 때
우리는 얼마나 쉽게 진실을 놓쳐버리는지
그걸 보여주는 이야기.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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