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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O
매슈 블레이크 지음, 유소영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7월
평점 :
🌟 이 책은 책과콩나무 를 통해 문학수첩 @moonhaksoochup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안나 O> - 아무 말 없는 사람을 둘러싼 모든 말들
🫧
두 사람이 죽었다.
한 사람은 칼을 쥔 채로 발견됐다.
그리고 그대로 잠들었다.
눈도 뜨지 않고, 말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 모든 사람의 말이
그 사람 하나를 중심으로 쏟아진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에 대해 말했다.
어떤 삶을 살았는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죄책감을 느끼는지 아닌지.
아무도 들은 적 없는 이야기를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떠들었다.
🫧
그녀는 잠들어 있는 채로
뉴스가 되었고,
해시태그가 되었고,
세상의 토론거리가 되었다.
그녀가 말이 없다는 이유로
누구든 어떤 말이든
할 수 있게 된 것 같았다.
그리고 누군가는 말한다.
이제 그만 깨워야 하지 않겠느냐고.
🫧
누군가는 그녀를 위해
깨어나야 한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세상이 정의를
잊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 목소리들이 점점 겹쳐질수록
이상하게 느껴졌다.
정말로 그녀를 위하는 건지
아니면 각자 믿고 싶은 진실을
입 밖으로 내고 싶은 것뿐인지.
🫧
분명히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누가 죽었는지보다
누가 진심인지가 더 중요해 보였다.
주변 사람들의 감정은
전부 진심 같지만
그 감정이 가리키는 방향은
전부 다르다.
분노하는 사람,
불안해하는 사람,
무덤덤한 척하면서 선을 긋는 사람.
정작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
모두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믿는다.
🫧
사람의 말이라는 게
이렇게 불안정하다는 걸
계속 마주하게 된다.
누구 하나의 목소리를 믿는 순간
다른 누군가가 거기에 균열을 낸다.
그리고 균열이 생길수록
사람들은 더욱 강하게 주장한다.
나는 알고 있다고,
나는 기억한다고,
나는 직접 봤다고.
🫧
하지만
결국 끝까지 말이 없던 사람을
가장 많이 해석하고,
가장 많이 단정 짓고,
가장 많이 말한 건
깨어 있는 사람들 쪽이었다.
🫧
눈을 감은 사람 하나를 중심으로
세상이 이렇게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걸
이야기 곳곳에서 확인하게 된다.
그녀는 깨어나지 않았지만
그녀를 중심으로 수많은 사람이
자신의 믿음과 해석을 내세운다.
📍
페이지를 다 따라가고 나면
정답은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
머릿속이 조용해질 틈 없이
질문 하나가 자꾸 떠오른다.
그녀는 정말 유죄였을까.
아니면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 침묵 위에
각자의 진실을 덧칠하고 있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