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어보지 말 것 - 미니어처 왕국 훔쳐보기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 그늘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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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그늘 @geuneul_book 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열어보지 말 것> - 손바닥 위의 왕국, 눈을 뗄 수 없는 이야기
 
 
 
🫧
폭우가 지나간 날이었다.
소년은 흙탕물 사이에 떠밀려온
상자 하나를 발견했다.
물기 가득한 거리 한복판에서
그 상자는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어느 누구도 손대지 않았지만
소년은 망설이다가
그것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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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은 천천히 열렸다.
상자 안에는 이야기가 들어 있었다.
작고 촘촘한 세계,
무언가 오래전부터 준비되어 있던 구조.

말을 하는 로봇이 있었고,
멈춰버린 시간과
자신의 기억을 지우고 싶어 한 인물,
보이지 않는
대륙 너머로 향하는 여정까지.

이야기들은 따로 흘러가는 듯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서로의 그림자 끝이 가만히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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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하지 않지만
무언가를 오래 바라보는 인물이 있다.
모든 걸 알고 있었던 것 같은 표정이
짧은 장면 안에서 지나간다.

누군가는 뛰어들고,
누군가는 서서히 멀어진다.
어떤 선택이 옳았는지는 남겨두지 않는다.
 
 
🫧
감자칩 얘기가 나온다.
누구는 어떤 맛을 좋아할지
궁금하다는 말.
아무렇지 않은 대화 같았지만
이 세계 전체를 붙잡고 있었다.

상대의 기호를 궁금해하는 마음,
무언가를 아끼는 마음,
그리고 잃지 않으려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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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안에는 그런 마음들이 반복된다.
한 번도 드러나지 않은 채
조금씩 흘러간다.

누가 무얼 지키려 했는지,
왜 그걸 끝까지 붙잡았는지,
다 말하지 않아도 어렴풋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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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
기억 조작,
죽지 않는 존재.
어쩌면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소재인데
과장 없이 흐른다.

등장인물의 말과 행동은 조용한 편이다.
하지만 그 속엔 분명 감정이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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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앞에서 서성이는 사람,
옆에 있는 이의 등을 살짝 떠미는 사람,
무너지는 세계를 지켜보는 사람.

다 다른 얼굴이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결은 이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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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 한 편 넘길 때마다
사건보다 분위기가 먼저 스며들었다.

어떤 이야기는
금방 끝나는 듯했고,
어떤 이야기는
계속 이어지는 느낌이었다.
그 경계도 정해져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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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는 결국 다시 닫혔다.
하지만 완전히 닫힌 건 아니다.
남겨진 감정이 조금씩 새어 나왔다.

그 세계를 다시 열어볼지 말지는
이야기를 읽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

누군가는 끝까지 들여다보고,
누군가는 상자를 덮는다.

그 어느 쪽도 틀린 선택은 아니다.
 
 
 
📍
상자는 잠깐 열렸다.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하나씩 꺼내다 보니
무언가 자꾸 흘러나왔다.

그 안엔
설명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있었고,
말을 아낀 인물들이 있었다.
그 말 없는 사람들 덕분에
더 많은 걸 생각하게 됐다.

닫힌 상자는 지금도 책장 한쪽에 있다.
다시 열지 말라는 법도,
다시 안 열겠다는 약속도

아무도 한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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