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가족 - 각자의 알고리즘에 갇힌 가족을 다시 연결하는 법
이은경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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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흐름출판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도파민 가족>


거실에 모여 앉은 가족들이 각자의 화면을 바라본다
웃음도, 대화도, 시선도 따로 흩어진 채로.
빛나는 화면 속에서 도파민은 끊임없이 뇌를 자극하고
이제 사람 사이의 언어보다 더 빠르게 반응한다.
<도파민 가족>은 그런 세상의 단면을 들여다본다.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의 리듬이 무너진 시대.
사랑을 주고받는 일보다
연결을 유지하는 일이 더 어려워진 세대.
뇌과학과 심리
그리고 교육의 언어로 가족의 관계를 다시 묻는다.
우리가 잃은 것은 집중력도 의지도 아니다.
함께 있던 시간, 말 한마디의 온기
그리고 식탁에 남아 있던 사람들의 온도다.
도파민의 세상 속에서도 여전히 가족은
서로를 구할 수 있다는 희미한 믿음.
그 믿음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


📖 책을 읽고 나서


거실마다 다른 빛이 있다.
누군가의 얼굴을 비추는 TV의 잔광
누군가의 손끝에서 깜박이는 휴대폰의 화면
서로 다른 세상의 조각들이 한집 안에서 엇갈린다.
가족이 한 공간에 모여 있어도
마음은 각자의 어둠 속으로 흩어지고 있다.
대화 대신 화면이 있고 시선 대신 알림이 있고
마주 앉아 있으면서도 서로의 하루를 모른다.

언젠가부터 말보다 빠른 것이 생겼다.
손가락의 움직임은 감정보다 민첩해지고
표정 대신 이모티콘이 마음의 형태를 대신한다.
‘오늘 어땠어?’라는 질문은 짧아졌고
‘괜찮아’라는 대답은 의미를 잃었다.
가족은 여전히 함께 밥을 먹지만
그 밥상 위엔 밥보다 침묵이 많아졌다.
식사는 행동으로 남고
정서는 그릇을 채우지 못한 채 흩어진다.
식구라는 말의 본래 뜻이
‘밥을 함께 먹는 사람들’이었다는 걸
우리는 잊은 채 살아간다.

아이들의 눈동자는 게임 속 세상을 따라가고
부모의 시선은 불안의 방향을 향한다.
아이의 산만함을 탓하지만
사실 산만해진 건 어른의 마음이다.
뇌는 점점 즉각적인 자극에만 반응하고
기다림은 오래지 않아 피로로 변한다.
멈추는 법을 잃은 세대는
집 안에서도 늘 달리는 중이다.
가정은 피난처여야 하지만
이제는 또 다른 속도의 경기장이 되어버렸다.

사랑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 표현은 낯설어진다.
부모가 건네는 “나는 너 잘되라고 그러는 거야”는
사랑의 말처럼 들리지만
아이의 귀에는 불안의 소리로 남는다.
사랑의 방향이 어긋날 때
뇌는 그것을 가장 먼저 감지한다.
말로는 속일 수 있어도 마음은 속지 않는다.
그리고 그 마음의 틈이 가족의 거리다.

서로를 향한 말이 줄어들수록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상상력도 사라진다.
감정이 무시되는 일은 소리를 내지 않지만
그 침묵은 관계를 부식시킨다.
보이지 않는 단절이 가장 오래 남고
그 단절 위에 일상이 쌓인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살지만
서로의 안부를 묻지 않는다.

하지만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작은 틈 사이에서 사랑은 숨을 쉰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괜찮은 순간이 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아니라
그 옆에 있는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가족은 완벽한 이해가 아니라
불완전한 공존의 다른 이름이다.
서툴지만 계속 이어지는 그 시간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연결되고 있다.
그것만으로 충분한 시대를
다시 배워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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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혁명을 다시 쓰다 - 여성들의 희망과 투쟁의 기억
이인숙 지음 / 파라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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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책과콩나무 를 통해 파라북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프랑스 혁명을 다시 쓰다>


혁명은 늘 예고 없이 시작된다.

배고픔이 문을 두드릴 때

먼저 움직이는 건 사람의 몸이다.

그날 거리엔 아무 깃발도 없었다.

서로를 향한 걸음만이 있었다.

비를 맞으며 베르사유로 향하던 여성들

빵을 들고 아이를 품은 사람들.

그들의 이름은 기록되지 않았지만

세상의 무게는 그들 쪽으로 기울었다.


불빛 하나가 도시를 덮고

목소리 하나가 거리를 채운다.

그 장면은 멀리 있는

역사 속 풍경이 아니라 지금의 이야기다.

1789년의 파리에서 시작된 물결이

2024년의 서울에 닿는다.

손에 든 불빛이 응원봉으로

외침이 노래로 바뀌었을 뿐

세상을 향한 마음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다.


한 권의 책이 오래된 혁명과

오늘의 광장을 나란히 세운다.

이름 없는 얼굴들이 다시 불리고

지워진 문장들이 제 목소리를 되찾는다.


📖 책을 읽고 나서


비가 내렸다.

하늘은 낮게 깔려 있었고

공기는 눅눅하게 내려앉았다.

거리마다 젖은 돌이 반짝였고

사람들은 그 위를 걸었다.

누가 먼저였는지 알 수 없었다.

아마 한 사람의 발자국이

다른 사람을 불러냈을 것이다.

누군가는 빗속에서 어깨를 숙였고

누군가는 발걸음을 늦추지 않았다.

그날의 공기에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사람들은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았다.

깃발도 팻말도 없었다.

그저 걷고 있었다.

걷는 일로 서로를 이어붙이는 사람들.

배고픔과 추위 그리고 막막한 내일이

그들을 하나로 묶었다.

아이를 업은 사람, 빵을 감싼 사람.

그 모두가 살기 위한 이유 하나로

그 자리에 있었다.

비는 그치지 않았지만

그들의 움직임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그날의 걸음은 기록이 되었다.

오래된 종이 냄새 속에

젖어 있던 문장들이 깨어났다.

흙 묻은 옷자락, 빗방울이 스며든 천

그 모든 것이 하나의 장면으로 살아났다.

잊힌 이름들이 다시 불렸고

말을 잃은 사람들의 얼굴이

문장 속에서 고개를 들었다.

아무도 기억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세상의 가장자리를 지탱하고 있었다.

프랑스의 거리에서 시작된 그 장면은

시간을 건너 다른 하늘로 흘러왔다.

서울의 겨울에도 빛이 켜졌고

사람들은 또다시 모였다.

누가 앞에 서 있고

누가 뒤에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서로의 어깨가 닿았고

그 닿음이 새로운 불씨가 되었다.

그날의 발자국은 그렇게 다시 이어졌다.

혁명이라 부르는 건

아주 작은 일상 속에서

저녁의 식탁과 지친 하루의 끝에서

조용히 생겨나는 숨결 같은 것이다.

누군가는 빵을 굽고 누군가는 불을 밝히며

그렇게 조금씩 세상의 무게를 옮겨 놓는다.

한 사람의 걸음이 또 다른 걸음을 낳고

그 길 위에서 사람들은

다시 서로를 알아본다.

비가 내린 그날 이후로

세상은 몇 번이고 바뀌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여전히 같은 곳을 향하고 있다.

살기 위해 함께 있기 위해

그리고 언젠가

더 나은 날이 올 거라는 믿음으로.

혁명은 그런 마음에서 시작되어

지금도 어디선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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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책 속 한 줄의 힘 - 삶의 순간에 반짝이는 한 문장 책 속 한 줄의 힘
자기경영노트 성장연구소 지음 / 북스타(Bookstar)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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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책과콩나무 를 통해 북스타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다시, 책 속 한 줄의 힘>


삶은 누구에게나 고요하지 않은 강물 같다.

때로는 너무 빠르게 흘러가서

스스로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때로는 느리게 고여 마음이 흐릿해진다.

그럴 때 우리를 붙잡아주는 건

아주 짧은 문장 하나일지도 모른다.

아무렇지 않게 넘기던 페이지에서

문득 멈추게 되는 순간

우리는 그 문장 안에서 자신을 본다.

이 책은 그런 순간들로 이루어져 있다.

누군가는 교사로, 누군가는 부모로

누군가는 여전히 ‘나’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각자의 삶 속에서

건져 올린 문장과 이야기를 담았다.

그 문장들은 화려한 이론도

철학적인 언어도 아니다.

하루를 살아내며 마음을 붙잡은

작고 단단한 온기의 기록이다.

책이 전하는 위로를 나누는 일.

서로의 삶에 닿아 작은 불빛을 건네는 일.

그렇게 엮여 만들어진 이 한 권의 책은

우리가 다시 살아갈 힘을 찾아가는

길 위의 따뜻한 등불 같다.


📖 책을 읽고 나서


페이지의 끝에서

문장은 늘 멈춘 듯하지만 멈춘 적이 없다.

글은 다음으로 넘어가기 전의

고요에 머물 뿐이다.

사람의 눈길이 닿지 않아도

문장은 계속 자란다.

잉크의 잔향 속에서

종이의 결 속에서

말로 다 닿지 않은 마음의 자리에서.


책은 한없이 이어지는

과정의 형태를 닮았다.

한 문장이 끝나면

그 자리에 또 다른 문장이 싹을 틔운다.

언어의 끝에서 태어나는 언어

말이 닿지 못한 곳에서 피어나는 말.

그 순환 속에서 글은 사라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매일 다른 얼굴로 하루를 산다.

한 사람의 마음 속에도

수많은 언어가 서로를 비껴간다.

그 언어들은 머물 곳을

찾지 못한 채 부유하다가

어느 날 한 문장의 틈에 스며든다.

그 순간 글은 사람의 것이 되고

사람은 다시 글의 일부가 된다.

읽는다는 건 그 사이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는 일이다.


어떤 문장은 빛이 되지 않는다.

그저 어둠 속에서

조용히 눈을 뜨는 감각으로 남는다.

누군가의 하루를 바꾸지 않아도

그 하루의 모서리를

조금 부드럽게 만드는 힘.

그 정도의 온기로 글은 존재한다.

그 힘이야말로 세상을 붙잡는

가장 느린 속도의 사랑이다.


한 사람의 손끝에서 태어난 문장이

또 다른 사람의 눈앞에 닿기까지

수많은 공기와 시간과 마음이 지나간다.

그 길 위에서 문장은

서서히 다른 모양을 입는다.

읽는 사람의 온도에 따라 달라지고

이해의 결에 따라 빛을 달리한다.

읽히는 순간마다 새로 태어나고

닫히는 순간마다 또 다른 생명을 얻는다.


책의 표지는 한 세상의 문이고

그 안의 문장들은

수많은 방향을 가진 길이다.

그 길에는 이정표가 없다.

길을 걷는 사람마다 다른 풍경을 본다.

누구의 길도 틀리지 않는다.

각자의 눈에 다른 빛이 비추고

각자의 마음에 다른 바람이 머문다.

그 차이가 삶을 만든다.


모든 책은 사람의 얼굴을 닮는다.

글의 결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모양이 남는다.

그 모양이 너무 다정해서

때로는 아프고

너무 담백해서 오래 기억된다.

사람이 책을 쓰는 건

살아 있음을

세상에 한 번 더 새기려는 일이다.


그래서 글은 끝나지 않는다.

책의 마지막 장에도

여전히 다음 문장이 숨어 있다.

그 문장은 누군가의 마음에서 깨어날지도

또 다른 손끝에서

새로운 시작이 될지도 모른다.

세상은 그런 식으로 끊임없이 이어지고

사람들은 그 안에서

자신만의 문장을 만들어간다.


모든 문장은 한 자리에 닿는다.

읽는 사람의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이 품은 세상.

거기에 도착하면

글은 제 역할을 다한다.

그저 누군가의 하루 속에

스쳐간 문장으로 남으면 된다.


그리고 그렇게 남은 문장 하나가

다시 누군가의 마음을 건드린다.

세상은 그렇게 이어진다.

말과 말 사이, 문장과 마음 사이

그 사이의 틈에서

세상은 매일 새로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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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황제
셀마 라겔뢰프 지음, 안종현 옮김 / 다반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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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를 통해 다반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포르투갈 황제>


사람은 믿는 대상을 닮아간다.
얀은 현실보다 마음을 믿었다.
그 믿음은 제국이 되었고 딸은 그 안에서 여왕이 되었다.
세상은 그를 미쳤다 말했지만 가장 이성적인 건 그였을지도 모른다.
그는 상실을 견디지 않았다.
그저 그것을 다른 형태로 살았다.
라겔뢰프는 그 남자의 세계를 멀리서 바라보지 않는다.
그녀는 그의 망상 속으로 조용히 걸어 들어가
그가 꾸는 꿈의 가장자리에서 인간의 마음을 다시 그린다.

사랑이 부서질 때 어떤 사람은 울고
어떤 사람은 세상을 다시 쓴다.
얀은 후자였다.
그는 제국을 세워 잃은 것을 되찾으려 했고
그 믿음은 인간의 또 다른 형태였다.


📖 책을 읽고 나서


세상에는 이해되지 않아도
계속 살아 움직이는 마음들이 있다.
사람들은 그걸 광기라 부르고
어떤 이는 그것을 사랑이라 부른다.
그 두 단어 사이에서 흔들리는 마음이 얀의 삶이었다.
그는 어느 날부터 현실보다
기억 속의 시간을 더 믿게 되었고
그 속에서만 자신이 무너지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딸이 떠난 날
세상의 빛깔이 아주 조금 바뀌었다.
그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었지만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졌다.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잊힌다고 말하지만
잊히는 건 기억이지 감정은 아니었다.
그는 그것을 버릴 수도 치유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대신 만들어냈다.
새로운 세계, 새로운 신화, 새로운 이름.
포르투갈이라는 허구 속에서 그는 조금씩 살아갔다.

그 세계에서는 가난하지 않았고
그 세계에서는 잃어버린 것이 없었다.
딸은 언제나 웃고 있었고
그 웃음이 세상을 환하게 만들었다.
현실이 사라지는 대신 상상이 피어올랐다.
그는 그 상상을 통해 버텼고
그 상상이 그를 다시 사람으로 만들었다.

사람들은 종종 말한다.
현실을 직시하라고 망상에 빠지지 말라고.
하지만 누가 감히 타인의 세계를 정의할 수 있을까.
사람은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는 언어를 만든다.
그 언어가 현실이든 환상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에게는 그것이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그의 세계에서 사랑은
한 사람을 지탱하는 신화였다.
그 신화 속에서 그는 패배하지 않았고
누구에게도 무너지지 않았다.
사랑을 잃은 자의 마지막 본능처럼.

나는 그가 만든 세계를 떠올리며 생각했다.
우리 모두에게는
그런 포르투갈이 있지 않을까.
아무도 닿을 수 없지만
그 안에서는 모든 게 살아 있는 세계.
이성으로는 부정하면서도
마음은 여전히 그곳을 찾는 곳.
누군가를 잃은 자가 다시 살아가기 위해 만들어낸
가장 인간적인 환상.

그는 미친 게 아니었다.
그저 너무 사랑했던 사람의
이름을 잊지 않으려 했을 뿐이다.
그 이름을 부를 수 없게 되었을 때
그는 그것을 다른 이름으로 바꿔 불렀다.
그 이름이 포르투갈이었다.
그가 지은 세계는 허구였지만
그 허구 속에서만 진심이 숨 쉴 수 있었다.

그의 이야기는 슬프지 않다.
애써 견디는 마음보다
끝까지 놓지 않는 마음 쪽에
더 많은 진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그 진실이 조금은 부럽다.
세상이 냉정할수록
그의 망상은 더 따뜻한 현실이 되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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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리플레이서블: 경험의 시대가 온다 - AI 시대,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것
송인혁.이은영 지음 / 휴먼큐브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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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휴먼큐브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언리플레이서블>


오늘 뭐 하지?라는 짧은 질문은
이 시대가 던진 가장 긴 문장인지 모른다.
기술이 모든 답을 대신해주는 세상에서
여전히 사람들은 하루의 빈칸 앞에 멈춰 선다.
배달앱이 메뉴를 정해주고
OTT가 영화를 골라주지만
그 어떤 인공지능도 ‘무엇을 경험할지’는 알려주지 못한다.
삶이 선택의 연속이라면
경험은 그 선택에 온도를 부여하는 일이다.
“함께 뭐 할까?”라는 물음 속엔 관계가 있고
감정이 있고, 세계가 있다.
변화의 속도보다 중요한 건
지금 무엇을 함께 느낄 것인가 라는 질문이다.


📖 책을 읽고 나서


가끔은 세상이 너무 잘 짜여 있다는 생각이 든다.
손끝 하나 움직이지 않아도 먹을 것이 오고
말 한마디 하지 않아도 대화가 완성된다.
그렇게 편해질수록 사람들은 더 자주 묻는다.
“오늘 뭐 하지?”
그 질문은 할 일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아직 ‘살고 있음’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더 가깝다.
우리는 여전히 직접 걸어보고 만져보고 부딪치며
살아 있다는 감각을 찾는다.

사람들은 그걸 경험이라 부른다.
화면 속의 세상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내 몸이 느끼는 바람과
내 눈앞에서 웃는 사람의 진짜 모습은
여전히 대체되지 않는다.
인간이 만든 기술이 아무리 빨라도
마음이 따라잡지 못하는 어떤 부분들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도시 한복판에서
혹은 먼 여행지에서 다시 몸을 움직인다.
누군가와 눈을 마주치고
함께 시간을 쌓으며 기억을 만든다.

‘경험의 시대’라는 말이 낯설지 않게 된 건
우리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감정이 남지 않는 일은 금세 사라지고
마음이 움직인 순간만이 기억으로 남는다는 걸.
삶은 거대한 아카이브가 아니라
그날의 공기와 냄새, 웃음소리로 이루어진
작은 무대들의 연속이다.
그리고 그 무대마다 내가 주인공이 된다.

도시는 그 무대를 품고 있다.
누구나 오갈 수 있는 공간
그러나 각자 다르게 기억되는 장소.
그 안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서사를 쓰며 산다.
길 위에서 마주친 낯선 사람의 말 한마디
익숙한 거리의 불빛 하나가
누군가의 하루를 완전히 바꿔 놓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도시가 거대한 놀이처럼 느껴진다.
서로의 서사가 엮이며 만들어지는
한편의 살아 있는 공연 같다.

기술은 점점 사람의 생각을 예측하려 들지만
감정은 여전히 불규칙하게 움직인다.
그게 인간의 영역이고
우리가 여전히 ‘새로운 경험’을 찾아 나서는 이유다.
몸이 먼저 알고 마음이 따라가는 그 순간들 속에서
비로소 삶이 숨을 쉰다.
“오늘 뭐 하지?”라는 질문은
가장 오래된 기도문 같은 말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에도
여전히 무언가를 느끼고 싶다는 신호.

나는 그 질문을 좋아한다.
그 안에는 가능성이 있고 아직 살아 있다는 고백이 있다.
그 질문이 있는 한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오늘도 무언가를 ‘겪고 싶은 사람들’로서
여전히 세상과 부딪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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