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혁명을 다시 쓰다 - 여성들의 희망과 투쟁의 기억
이인숙 지음 / 파라북스 / 2025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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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책과콩나무 를 통해 파라북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프랑스 혁명을 다시 쓰다>


혁명은 늘 예고 없이 시작된다.

배고픔이 문을 두드릴 때

먼저 움직이는 건 사람의 몸이다.

그날 거리엔 아무 깃발도 없었다.

서로를 향한 걸음만이 있었다.

비를 맞으며 베르사유로 향하던 여성들

빵을 들고 아이를 품은 사람들.

그들의 이름은 기록되지 않았지만

세상의 무게는 그들 쪽으로 기울었다.


불빛 하나가 도시를 덮고

목소리 하나가 거리를 채운다.

그 장면은 멀리 있는

역사 속 풍경이 아니라 지금의 이야기다.

1789년의 파리에서 시작된 물결이

2024년의 서울에 닿는다.

손에 든 불빛이 응원봉으로

외침이 노래로 바뀌었을 뿐

세상을 향한 마음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다.


한 권의 책이 오래된 혁명과

오늘의 광장을 나란히 세운다.

이름 없는 얼굴들이 다시 불리고

지워진 문장들이 제 목소리를 되찾는다.


📖 책을 읽고 나서


비가 내렸다.

하늘은 낮게 깔려 있었고

공기는 눅눅하게 내려앉았다.

거리마다 젖은 돌이 반짝였고

사람들은 그 위를 걸었다.

누가 먼저였는지 알 수 없었다.

아마 한 사람의 발자국이

다른 사람을 불러냈을 것이다.

누군가는 빗속에서 어깨를 숙였고

누군가는 발걸음을 늦추지 않았다.

그날의 공기에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사람들은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았다.

깃발도 팻말도 없었다.

그저 걷고 있었다.

걷는 일로 서로를 이어붙이는 사람들.

배고픔과 추위 그리고 막막한 내일이

그들을 하나로 묶었다.

아이를 업은 사람, 빵을 감싼 사람.

그 모두가 살기 위한 이유 하나로

그 자리에 있었다.

비는 그치지 않았지만

그들의 움직임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그날의 걸음은 기록이 되었다.

오래된 종이 냄새 속에

젖어 있던 문장들이 깨어났다.

흙 묻은 옷자락, 빗방울이 스며든 천

그 모든 것이 하나의 장면으로 살아났다.

잊힌 이름들이 다시 불렸고

말을 잃은 사람들의 얼굴이

문장 속에서 고개를 들었다.

아무도 기억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세상의 가장자리를 지탱하고 있었다.

프랑스의 거리에서 시작된 그 장면은

시간을 건너 다른 하늘로 흘러왔다.

서울의 겨울에도 빛이 켜졌고

사람들은 또다시 모였다.

누가 앞에 서 있고

누가 뒤에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서로의 어깨가 닿았고

그 닿음이 새로운 불씨가 되었다.

그날의 발자국은 그렇게 다시 이어졌다.

혁명이라 부르는 건

아주 작은 일상 속에서

저녁의 식탁과 지친 하루의 끝에서

조용히 생겨나는 숨결 같은 것이다.

누군가는 빵을 굽고 누군가는 불을 밝히며

그렇게 조금씩 세상의 무게를 옮겨 놓는다.

한 사람의 걸음이 또 다른 걸음을 낳고

그 길 위에서 사람들은

다시 서로를 알아본다.

비가 내린 그날 이후로

세상은 몇 번이고 바뀌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여전히 같은 곳을 향하고 있다.

살기 위해 함께 있기 위해

그리고 언젠가

더 나은 날이 올 거라는 믿음으로.

혁명은 그런 마음에서 시작되어

지금도 어디선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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