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씨앗이다 - 저마다의 속도로 숲을 향해 피어나는
남효창 지음, 조현하 그림 / 책이라는신화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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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를 통해 책이라는신화 출판사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우리는 모두 씨앗이다>


🌳 “보이지 않는 뿌리가 숲을 지탱하듯
보이지 않는 관계가 세상을 지탱해요.”

★★ 최재천 교수 강력 추천!
소로의 <월든>이래 가장 정겹고 지적인 숲의 철학 ★★

저는 <우리는 모두 씨앗이더>를 읽고 나서
제 삶의 속도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어요.
40년 숲 철학자가 상수리 씨앗 한 알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씨앗의 성장 과정 속에 담긴 삶의 의미와 가능성을
발견하는 여정은 정말 따뜻하고 지적이었어요.
우리는 너무 빨리 '나무'가 되려 했지만
이 책은 '작은 씨앗 한 알에 담긴 무한한 가능성'이야말로
얼마나 완전하고 경이로운지 깨닫게 해줘요.

📔 느림의 미학: 씨앗은 '같은 속도'로 깨어나는 법이 없었어요.

우리는 항상 '경쟁'과 '속도'를 강조하며
남들보다 빨리 피어나야 한다고 압박을 받죠.
하지만 숲의 철학은 달랐어요.

📖 “모든 씨앗이 같은 날, 같은 속도로 깨어나는 법은 없어요.
어떤 씨앗은 이른 봄의 햇살을 먼저 붙잡고,
또 다른 씨앗은 몇 해를 더 묵히다가 세상으로 나오죠.
이 차이들이 겹쳐 숲의 풍경을 무너뜨리지 않고,
오히려 더 단단하게 세웁니다.”

저는 이 구절에서 큰 위로를 받았어요.
나의 느림이 숲을 무너뜨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숲을 더 단단하게 세우는
다양성의 축복이라는 점을 말해주고 있잖아요.
저는 저 스스로에게 '왜 나는 저 씨앗보다 늦게 깨어날까'라고
자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씨앗처럼 저에게도 세상으로 나갈
가장 적절한 때가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어요.

📔 피어남의 정의: 논리보다 먼저 몸으로 응답하는 과정

우리는 '의지'와 '계획'으로 삶을 개척해야 한다고 배웠지만
씨앗의 성장은 '세상의 신호에 몸으로 대답하는 과정'이었어요.

📖 “피어남은 자기 의지를 외치는 행위라기보다,
세상이 건네는 신호를 몸으로 대답하는 과정입니다.
씨앗은 흙의 무게에, 줄기는 빛의 방향에,
꽃은 계절의 조건에 응답해요.”

저는 이 '몸의 응답'이라는 표현이 정말 좋았어요.
우리가 살면서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지만
어떤 손길이나 목소리에 이끌려 길을 바꾸고
마음을 열었던 경험들이 바로
'감각에 대한 몸의 응답'이었다는 해석이 마음에 와닿았죠.
씨앗처럼 저도 때로는 머리의 논리보다
주변 환경과 감각의 신호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배웠어요.

📔 '흩어짐'과 '공동체': 오소리의 뜻밖의 고백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오소리와 상수리 씨앗이
연결되는 이야기였어요.

📖 “저는 오소리지만, 동시에 하나의 씨앗입니다.
제 발자국이 숲의 문장이 되고,
제 배설이 새로운 시작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걷습니다.”

저는 오소리의 편지를 읽고
'나의 무의미해 보이는 하루가
숲 전체를 살리는 거대한 껍질이 될 수 있다'는
산할아버지의 답장에 감동했어요.
씨앗은 자기 생존을 넘어
'숲과 공동체 전체를 위해 흩어지는 법을 아는 존재'라는 거죠.
'떠나는 법을 배운 생명만이
다른 생명의 시작을 도울 수 있다'는 메시지는
저에게 숲의 공존 철학을 가장 깊이 이해하게 해주었어요.

<우리는 모두 씨앗이다>는 느림, 성장
그리고 관계에 대한 사유를 담고 있어요.
우리의 삶이 보이지 않는 뿌리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고
저마다의 속도로 완전하게 피어날 수 있다는
용기를 얻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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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림 2025-11-22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꼼꼼히 읽고 리뷰 달아주셨네요. #우리는모두씨앗이다 오소리 부분 저도 좋아합니다^^
 
카르마 플레이
김종윤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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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아프로스미디어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카르마 플레이>


🔪 "복수를 위해 칼을 쥐었지만
문을 여는 순간 제가 마주한 건 광기의 악몽이었어요."

★★ 복수, 광기, 환각이 뒤엉킨
웰메이드 한국형 사이코 스릴러! ★★

시나리오 작가 인혜의 7년 피와 땀이 담긴 작품
[카르마 플레이]가 파렴치한 감독의 이름으로 세상에 나왔을 때
저는 인혜의 분노에 깊이 공감했어요.
'내가 김영헌의 집에서 그를 고통스럽게 죽이고 나도 목숨을 끊으면...'
복수와 함께 자신을 증명하려 했던 그녀의 계획은
처절하게 계산된 유서와 인터넷 예약 글로 완성되었죠.
하지만 이 소설 <카르마 플레이>는
인혜가 감독의 별장 문을 여는 순간
독자를 완전히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끌고가요.
그녀를 기다린 건 복수의 대상이 아니라
'섬뜩하도록 차가운 눈빛과 기묘한 미소를 띤 낯선 남자'였어요.
저는 이 지점에서 인혜의 복수극이 통제 불가능한
악몽의 롤러코스터로 바뀌는 짜릿한 전율을 느꼈어요!

📔 현실과 환각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을 따라가봤어요.

이 책의 매력은 인혜의 시선을 따라
현실과 환각의 경계가 무너지는 과정을
경험하게 해준다는 점이었어요.
인혜가 복수를 위해 별장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이야기는 '진실'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의문을 던져요.

📖 "눈을 비비고 일어나면 또다시 그 장소에 도착해 있다.
안개가 자욱한 아침, 멀리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벌레 소리."

이 반복되는 악몽 같은 첫 줄처럼
인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와의 실랑이
베일로 얼굴을 가린 검은 형체들에게 쫓기는 환각
심지어 가방 안에 구겨져 자신에게 손을 뻗는
'살아있는 사람'을 발로 걷어차는
극도의 충격적인 장면까지 마주하게 되죠.
저는 인혜가 '혼자였고,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었다'고
느꼈던 그 고립감과 눈앞의 현실이 진짜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없는 그 광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숨 막히는 긴장감을 경험했어요.
소설이 후반부로 갈수록 인혜의 복수 동기보다
'이 장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훨씬 커졌어요.

📔 '카르마 플레이'의 진짜 의미는 복수가 아니었어요.

소설의 제목이 개인의 복수를 의미하는
'카르마'가 아니라 '카르마 플레이'인 이유가중반부 이후 드러나요!
바로 진화라는 소년과 그의 '종교의 도구인 엄마'를 둘러싼
충격적인 서사가 인혜의 이야기와 겹쳐지기 때문이에요.

📖 "엄마가 처음으로 자신이 저지르는 범죄에
직접적으로 동참하라고 강요한 순간,
그 손을 뿌리친 진화가 도망을 치고 그대로 엄마를 피해 달려간다."

📖 "고문이 점점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진화의 환영과 환상도 커진다."

인혜가 '도둑맞은 작품'이라는 외부적 카르마를 해결하려다
자신도 모르는 '종교와 광기'라는 거대한 내부적 카르마의
게임판에 던져진 느낌이었어요.
저는 이 부분이 정말 신선했는데
복수가 목적이 아니라 '복수를 시도한 행위' 자체가
또 다른 악몽을 불러오는 시작점이라는 설정이 소름 돋았어요.
특히 후반부에 무지막지한 힘으로 문을 부수고
거대한 드라이버를 들이미는 낯선 존재(인유)와의 사투는
도망치려는 인혜에게 숨 쉴 틈조차 주지 않는
압도적인 공포를 선사했어요.
진실을 찾으려는 인혜의 절박함과
곁에 있는 낯선 여자의 비밀까지
이 모든 것이 한 순간에 터져 나오며
마지막 페이지까지 심장을 조여왔습니다.

당신이 믿었던 현실이 모두 환각이라면?
그리고 당신의 복수가 더 큰 광기를 불러왔다면?
예측 불가능한 서스펜스를 즐기는 독자라면
이 책을 절대 놓치지 마세요!
스크린에서 볼 법한 극강의 공포와 서사가 책장에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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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보낼 용기 - 딸을 잃은 자살 사별자 엄마의 기록
송지영 지음 / 푸른숲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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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푸른숲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널 보낼 용기>


🕯️ “내 사랑으로도 막을 수 없었던 이별 앞에서
내가 누구였는지 한 문장씩 다시 조정해야 했어요.”

★★ 브런치 조회수 11만!
서울아산병원 김효원 교수, 엄지혜 작가 강력 추천 ★★

<널 보낼 용기>를 읽기 전부터 저는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했어요.
열일곱 딸을 자살로 떠나보낸 엄마의 기록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저릿했는데 막상 글을 마주하니
'남겨진 자의 삶'이 얼마나 복잡하고 지난한 투쟁인지
아주 생생하게 느껴졌어요.
이 기록은 상실 이후에도 아이가 앓던 병을 이해하려 애쓰며
슬픔을 피해가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는 용기를 보여줘요.

📔 무너진 '사랑의 신화' 앞에서 느낀 절망감

제가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부모의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긴다'는
사회적 믿음이 깨지는 순간이었어요.

📖 “부모의 사랑이 자식을 감싸안아,
어떤 어려움도 반드시 견디게 해줄 거라 했다.
이 말은 거짓이었다. 사랑으로 키워도, 아이는 떠났다.”

저는 이 문장에서 작가님이 겪었을
절망과 무력감의 크기를 짐작했어요.
우리는 흔히 부모의 사랑이 모든 고통에서
자녀를 지켜줄 것이라고 믿지만
작가님은 그 믿음이 허망하게 무너진 현실을 목격했죠.
저는 여기서 남겨진 부모가 짊어져야 할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사랑의 무력함'이
얼마나 무서운 족쇄가 될지 깊이 생각하게 되었어요.
이 기록은 모든 부모에게 완벽함을 요구하는 세상에 대한
가장 솔직하고 용감한 항변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서진이의 입시 전선과 사회의 잔인한 잣대

딸 서진이가 싸워야 했던 고통의 근원을 되짚어보는 부분에서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가 너무나 선명하게 드러났어요.

📖 “시험은 아이에게 단순한 평가가 아니었다.
숨이 턱턱 막히는 경쟁의 장,
밀려나면 존재가 부정당하는 생존 게임이었다.”

저는 이 구절을 읽으며 서진이에게 대학 입시가
'미래를 위한 길이 아닌, 오늘의 존재를 소모하는 생존 게임'
이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어요.
그리고 비극 후 세상이 보인 반응은 더 가혹했죠.

📖 "비극이 드러나는 순간, 사람들은 먼저 이유부터 찾았다."

라고 작가는 씁니다.
설명되지 않은 고통의 원인을 남겨진 사람에게 덮어씌우려는
세상의 잔인한 잣대 앞에서
저는 작가님의 묵묵한 기록만이
가장 강력한 진실이 될 수 있음을 느꼈어요.

📔 '닿지 않아야 닿을 수 있다'는 새로운 사랑의 자세

이 책이 저에게 준 가장 귀한 배움은
타인의 마음 곁에 서는 방법에 대한 것이었어요.

📖 “한 사람의 마음 곁에 선다는 건,
사랑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
침묵을 견디는 태도, 다가서지 않을 용기,
말 대신 기다리는 기술 같은 것들.
닿지 않아야 닿을 수 있다는 걸, 아이에게서 나는 배웠어요.”

저는 그동안 '사랑'하면 상대를 도와주려 조급해하거나
말을 건네려 했어요.
하지만 작가님은 상대의 고통을 존중하며 거리를 지켜주는
'다가서지 않을 용기'를 사랑보다 더 어려운 기술이라고 말해요.
진정한 공감이란 상대를 내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의 고통을 그의 영역에서 지켜봐 주는 것임을 깨달았어요.
이 역설적인 배움은 모든 관계에서 필요한
가장 성숙한 배려의 자세라고 저는 생각해요.

📔 '가족의 언어'를 다시 쓰는 고독한 투쟁

가장 먹먹했던 장면은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언어를
바꿔야 하는 고통을 서술한 부분이였어요.

📖 “20년 가까이 입에 밴 '아이 둘 있어요'를
'하나예요'로 바꾸는 일은 쉽지 않았다.
나는 내가 누구였는지, 우리가 어떤 가족이었는지를
한 문장씩 다시 조정해야 했다.”

이건 자신의 정체성과 가족의 역사를
통째로 다시 쓰는 일이었어요.
작가님은 고통을 지우려 행복까지 덮지 않기로 결단하며
추억은 기쁨과 슬픔이 얽힌 섬세한 실타래임을 인정하고
그 모든 감정을 끌어안아요.

<널 보낼 용기>는 슬픔을 미화하지 않고
고통 속에서 '남겨진 자'가 어떻게 다시 삶을 살아낼 수 있는지
그 간절한 생존의 언어를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소중한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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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 제172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스즈키 유이 지음, 이지수 옮김 / 리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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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포레스트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
→ 이 명언, 진짜 괴테가 한 말일까요?

★★ 2000년대생 최초 아쿠타가와상 수상!
23세 작가가 던진 지적 유희의 폭탄! ★★

저는 이 책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를 읽고 나서
한동안 티백 꼬리표를 버리지 못했어요.
상상해 보세요. 평생 괴테만 연구한 대가가 홍차 티백에서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라는
낯선 명언을 발견하는 순간을요.
이게 진짜 괴테의 말일까요?
아니면 괴테의 이름을 빌린 가짜일까요?
일본 언론이 23세의 신인 스즈키 유이 작가를
움베르토 에코, 보르헤스에 견준다는 극찬은 과장이 아니에요.
이 작품은 방대한 인문학 지식을
한 가족의 어딘가 어리숙하고 사랑스러운 일상에 녹여내면서
21세기의 새로운 고전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어요.

📔 제가 이 소설에서 발견한 '진실과 언어'에 대한 3가지 질문

이 소설은 단지 괴테 전문가의 코믹한 해프닝이 아니에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믿어왔던 지식의 권위
언어의 효용, 그리고 사랑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을 끊임없이 던지게 되었어요.

✔️ 진실은 '출처'가 아닌 '효용'에서 오는가?

도이치 교수가 발견한 명언은 출처를 알 수 없지만
그의 평생 이론을 완벽하게 요약해요.
그렇다면 출처가 없는 이 문장은 거짓일까요
아니면 나의 삶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새로운 진실일까요?
이것은 곧 우리가 사는 '가짜 뉴스'와 '정보의 홍수' 시대에 대한
가장 중요한 질문과 통해요.
누군가 "괴테가 말하기를,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라고 던져버리면
우리는 그 문장이 실제로 괴테의 입에서 나왔는지보다
그 문장이 우리에게 주는 지적 안정감에 먼저 안주하게 되잖아요.
도이치 교수의 이 끈질긴 탐구는 진짜 지혜는 권위자가 아닌
나만의 검증 과정에서 온다는 것을 깨우쳐 줬어요.

✔️ '말은 붓에 닿는 순간 죽어버린다'는 고독의 무게

소설 속에는 “Das Wort erstirbt schon in der Feder
(말은 붓에 닿는 순간 죽어버린다)”라는 구절이 등장해요.
이 문장을 읽는데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제가 아무리 내면의 복잡한 감정이나 생생한 생각을
말로 표현하거나 글로 쓰려 해도
언어화하는 순간 그것은 핀으로 꽂힌 나비처럼
생기를 잃고 박제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말은 끝까지 불편한 도구라는 교수님의 고백처럼
소통을 시도하는 모든 인간의 숙명적인 고독이 느껴졌어요.
하지만 이 책은 그 고통스러운 언어의 탁류 속에서도
'정지된 점'을 향해 몰아치는 단 하나의 진실을
아리아드네의 실처럼 움켜쥐고 뽑아낼 수 있다고 독려해요.
언어의 불완전함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그 진실을 찾아 헤매는 학자적 태도가
바로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용기가 아닐까 싶었어요.

✔️ 사랑은 '잼'이 아닌 '샐러드'처럼 뒤섞는 것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해석은 명언 속
'mixes(혼연일체로 만든다)'를 둘러싼 고민입니다.
도이치 교수는 이 단어를 '잼적 해석(Confuse)'과
'샐러드적 해석(Mix)'으로 구분해요.

📍잼
모든 것이 섞여 원형을 잃고 끈적하게 하나가 되는 상태 (혼동)

📍샐러드
각 재료(인물)가 자신의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상태 (뒤섞임)

저는 이 '샐러드적 사랑' 정의에 정말 크게 감동받았어요.
진정한 사랑이나 관계란
상대를 나에게 맞추거나 동화시켜서 (잼처럼)
끈적한 하나로 만드는 것이 아니에요.
상대방의 고유한 색깔(재료)을 인정하고
그 위에 따뜻한 소스(사랑의 온기)를 뿌려
함께 더 풍성하고 다채로운 맛을 내는 것이라는 정의가
너무나 신선하고 설득력이 있어요.
저는 이 책을 읽은 후로 제 인간관계를
'샐러드'처럼 풍성하게 만들고 싶어졌어요.

괴테, 니체, 보르헤스 등 방대한 인문학 지식을
이렇게 어리숙하고 사랑스러운 가족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작가라니!

차세대 일본 문학이 던지는
가장 뜨거운 '사랑과 언어'의 질문을 지금 바로 경험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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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 카프카 단편선 소담 클래식 7
프란츠 카프카 지음, 배인섭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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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를 통해 소담출판사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변신>


🐛 “어느 날 아침, 나는 흉측한 벌레로 변해 있었다.”

★★ 모더니즘과 실존주의를 아우른 문학의 거장
프란츠 카프카 단편선! ★★

20세기 문학에서 프란츠 카프카의 이름은 작가 이상이에요.
그의 이름에서 파생된 '카프카적(kafkaesque)'이라는
단어 자체가 부조리한 세계와
인간 존재의 불안을 상징하는 고유명사가 될 정도죠.
저는 카뮈, 사르트르, 무라카미 하루키 등
수많은 거장들에게 영감을 준
카프카의 이 초기 대표 단편 3선을 읽고 나서
왜 그의 작품이 시대를 넘어 계속 읽히는지 온몸으로 느꼈어요.
이 책은 우리가 사는 이 시대의 소외와 불안에 대한
가장 정확한 진단서인 것 같아요.

📔 세상의 억압 vs 자아의 붕괴 세 가지 지옥도를 걷다.

이 단편선은 카프카 문학의 정수를 담고 있는 세 편
「화부」, 「선고」, 「변신」을 묶었어요.
각각의 작품이 던지는 충격이 너무 강력해서
책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멍하니 있을 정도였죠.

✔️ 「화부」: 낯선 신대륙에서 느낀 표류감

낯선 신대륙에 도착한 이민자 청년 카를 로스만의 이야기예요.
그는 가정부의 유혹으로 아이를 낳고
부모에게 버려져 미국으로 보내지죠.
저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정의를 위해 싸우려 하지만
세상의 거대함 앞에 소외되는
한 인간의 혼란에 공감되더라구요.

📖 “만일 그의 부모가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
낯선 나라에서 명망 있는 사람들을 앞에 두고
정의를 위해 싸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그러면 부모는 그에 대한 생각을 달리하지 않을까?”

이 구절을 읽는데 카를이 원하는 건
단 한 번의 인정과 이해라는 걸 알 수 있었어요.
부모에게 버려지고 낯선 곳에서 고독하게
정의를 찾으려 발버둥 치는 카를의 모습은
어딘가에 소속되지 못하고 떠도는 현대인의 표류감과
정확히 겹쳐 보이더라고요.

✔️ 「선고」: 아버지라는 거대한 억압의 무게

이 작품은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억압과 순응이라는 주제를
너무나 독창적이고 강렬하게 풀어내요.
아들에게 '선고'를 내리는 아버지의 모습은
사회적 권위와 낡은 질서가
개인의 실존을 어떻게 붕괴시키는지를 보여줍니다.

📖 “어머니는 죽을 수밖에 없었어.
어머니는 이런 환희의 날을 체험할 수 없었지.
친구는 그의 러시아에서 몰락하고 있다.
벌써 삼 년 전에 누런색이 되어 내버려진 꼴이지.
그리고 나는, 잘 보고 있겠지. 내가 어떤 모습인지.”

아버지는 아들을 향해
"나는 잘 보고 있겠지. 내가 어떤 모습인지"라고 외치죠.
이 말 속에는 '너는 내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무시무시한 통제가 담겨 있어요.
아들이 뛰어난 체조 선수다운 멋진 모습으로
난간을 넘어 강으로 뛰어드는 마지막 장면은
억압에서 벗어나려는
유일하고도 비극적인 해방처럼 느껴져서 숨 막혔어요..

✔️ 「변신」: 인간성의 붕괴와 실존적 고립

카프카의 가장 유명한 걸작이죠.
어느 날 아침 흉측한 벌레로 변해버린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의 이야기예요.
저는 이 작품이 그냥 '벌레로 변한 사람' 이야기가 아니라
가족을 위해 돈 벌던 한 개인이 노동력과 쓸모를 잃었을 때
얼마나 쉽게 '인간'이라는 지위를 박탈당하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잔혹한 사회 비평이라고 생각해요.

📖 “어머니가 소스라쳐 벌떡 뛰어오르더니
팔을 길게 뻗고 손가락을 넓게 벌리고는 소리쳤다.
'사람 살려. 아이고머니나, 사람 살려!'”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를 보고 어머니가 비명을 지르는 이 장면은
사랑하는 가족조차 그의 외형이 아닌 그의 '쓸모 없음'을 보고
공포에 질린다는 것을 보여줘요.
겉모습이 벌레로 변한 게 아니라
이미 사회와 가족에게 '인간이 아닌 존재'로
취급당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그레고르의 고독함
그게 바로 카프카적인 불안의 핵심 같아요.

카프카의 단편들은 우리가 겪는 불안, 소외 그리고 세상의 부조리가
결코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줘요.
문학의 거장이 남긴 이 세 편의 걸작을 통해
우리의 '벌레' 같은 실존을
정면으로 마주할 용기를 얻으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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