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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보낼 용기 - 딸을 잃은 자살 사별자 엄마의 기록
송지영 지음 / 푸른숲 / 2025년 11월
평점 :
🌟 이 책은 푸른숲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널 보낼 용기>
🕯️ “내 사랑으로도 막을 수 없었던 이별 앞에서
내가 누구였는지 한 문장씩 다시 조정해야 했어요.”
★★ 브런치 조회수 11만!
서울아산병원 김효원 교수, 엄지혜 작가 강력 추천 ★★
<널 보낼 용기>를 읽기 전부터 저는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했어요.
열일곱 딸을 자살로 떠나보낸 엄마의 기록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저릿했는데 막상 글을 마주하니
'남겨진 자의 삶'이 얼마나 복잡하고 지난한 투쟁인지
아주 생생하게 느껴졌어요.
이 기록은 상실 이후에도 아이가 앓던 병을 이해하려 애쓰며
슬픔을 피해가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는 용기를 보여줘요.
📔 무너진 '사랑의 신화' 앞에서 느낀 절망감
제가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부모의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긴다'는
사회적 믿음이 깨지는 순간이었어요.
📖 “부모의 사랑이 자식을 감싸안아,
어떤 어려움도 반드시 견디게 해줄 거라 했다.
이 말은 거짓이었다. 사랑으로 키워도, 아이는 떠났다.”
저는 이 문장에서 작가님이 겪었을
절망과 무력감의 크기를 짐작했어요.
우리는 흔히 부모의 사랑이 모든 고통에서
자녀를 지켜줄 것이라고 믿지만
작가님은 그 믿음이 허망하게 무너진 현실을 목격했죠.
저는 여기서 남겨진 부모가 짊어져야 할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사랑의 무력함'이
얼마나 무서운 족쇄가 될지 깊이 생각하게 되었어요.
이 기록은 모든 부모에게 완벽함을 요구하는 세상에 대한
가장 솔직하고 용감한 항변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서진이의 입시 전선과 사회의 잔인한 잣대
딸 서진이가 싸워야 했던 고통의 근원을 되짚어보는 부분에서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가 너무나 선명하게 드러났어요.
📖 “시험은 아이에게 단순한 평가가 아니었다.
숨이 턱턱 막히는 경쟁의 장,
밀려나면 존재가 부정당하는 생존 게임이었다.”
저는 이 구절을 읽으며 서진이에게 대학 입시가
'미래를 위한 길이 아닌, 오늘의 존재를 소모하는 생존 게임'
이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어요.
그리고 비극 후 세상이 보인 반응은 더 가혹했죠.
📖 "비극이 드러나는 순간, 사람들은 먼저 이유부터 찾았다."
라고 작가는 씁니다.
설명되지 않은 고통의 원인을 남겨진 사람에게 덮어씌우려는
세상의 잔인한 잣대 앞에서
저는 작가님의 묵묵한 기록만이
가장 강력한 진실이 될 수 있음을 느꼈어요.
📔 '닿지 않아야 닿을 수 있다'는 새로운 사랑의 자세
이 책이 저에게 준 가장 귀한 배움은
타인의 마음 곁에 서는 방법에 대한 것이었어요.
📖 “한 사람의 마음 곁에 선다는 건,
사랑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
침묵을 견디는 태도, 다가서지 않을 용기,
말 대신 기다리는 기술 같은 것들.
닿지 않아야 닿을 수 있다는 걸, 아이에게서 나는 배웠어요.”
저는 그동안 '사랑'하면 상대를 도와주려 조급해하거나
말을 건네려 했어요.
하지만 작가님은 상대의 고통을 존중하며 거리를 지켜주는
'다가서지 않을 용기'를 사랑보다 더 어려운 기술이라고 말해요.
진정한 공감이란 상대를 내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의 고통을 그의 영역에서 지켜봐 주는 것임을 깨달았어요.
이 역설적인 배움은 모든 관계에서 필요한
가장 성숙한 배려의 자세라고 저는 생각해요.
📔 '가족의 언어'를 다시 쓰는 고독한 투쟁
가장 먹먹했던 장면은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언어를
바꿔야 하는 고통을 서술한 부분이였어요.
📖 “20년 가까이 입에 밴 '아이 둘 있어요'를
'하나예요'로 바꾸는 일은 쉽지 않았다.
나는 내가 누구였는지, 우리가 어떤 가족이었는지를
한 문장씩 다시 조정해야 했다.”
이건 자신의 정체성과 가족의 역사를
통째로 다시 쓰는 일이었어요.
작가님은 고통을 지우려 행복까지 덮지 않기로 결단하며
추억은 기쁨과 슬픔이 얽힌 섬세한 실타래임을 인정하고
그 모든 감정을 끌어안아요.
<널 보낼 용기>는 슬픔을 미화하지 않고
고통 속에서 '남겨진 자'가 어떻게 다시 삶을 살아낼 수 있는지
그 간절한 생존의 언어를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소중한 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