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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365일 - 하루 한 수
이병한 엮음 / 궁리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消暑 (소서 : 더위를 삭이며)
白居易(백거이. 772 ~ 846)
何以消煩暑 (하이소번서) 무엇으로 짜증스런 더위를 삭일까
端居一院中 (단거일원중) 집안에 단정히 앉아 있으면 될 일.
眼前無長物 (안전무장물) 눈앞에 거추장스러운 것들 없고
窓下有淸風 (창하유청풍) 창 아래서 시원한 바람이 이네.
熱散由心靜 (열산유심정) 마음이 고요하니 열기 흩어지고
涼生爲室空 (양생위실공) 방안이 텅 비어 서늘함이 감도네.
此時身自得 (차시신자득) 이러한 것 나 스스로 느끼긴 하지만
難更與人同 (난갱여인동) 남과 함께하기는 어렵다네.
여름날 뜨거운 음식을 섭취하며 땀을 흘리면서도 시원하다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땡볕아래서 오싹 한기를 느끼는 사람도 있다. 조급한 마음을 지닌 사람은 한겨울 추운 방 안에서도 땀을 흘리지만, 조용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선정(禪定)에 들면 더위나 추위가 스며들 틈이 없다.
한여름 땡볕 더위는 대부분 견디기가 어렵고, 열대야(熱帶夜) 더위는 밤에도 낮처럼 덥다. 사람들이 더위를 피해 서늘함을 찾아 나서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하지만 더위는 피한다고 피해지는 것은 아니다. 영리한 사람은 더위 한가운데서 그 더위를 이겨내는 방안을 찾고 더운 철을 오히려 즐기면서 살 줄도 안다. 달빛 아래 대숲 저 안쪽에서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사르르 더위가 사라지기도 한다.
p.1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