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진보 전집 - 제2판 을유세계사상고전
황견 엮음, 이장우.우재호.장세후 옮김 / 을유문화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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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長恨歌 (장한가 : 긴 한탄)

 

                                               백거이(白居易. 772~846)

 

 

漢皇重色思傾國 (한황중색사경국)  한나라 황제 여색 중히 여겨 나라를 기울일 만한 미인 생각하며,

 

御宇多年求不得 (어우다년구부득)  천하를 다스리며 오래도록 구하여도 얻을 수가 없었네.

 

楊家有女初長成 (양가유녀초장성)  양씨 집안에 갓 장성한 딸이 있었는데,

 

養在深閨人未識 (양재심규인미식)  깊은 규방에 자라 남들은 아무도 몰랐네.

 

 

天生麗質難自棄 (천생여질난자기)  하늘이 낸 아름다운 바탕 그냥 버리기 어려운 법이니

 

一朝選在君王側 (일조선재군왕측)  하루아침에 뽑혀 군왕의 곁에 있게 되었네.

 

回頭一笑百媚生 (회두일소백미생)  머리 돌려 한 번 웃으면 백 가지 아름다움 생겨나,

 

六宮粉黛無顔色 (육궁분대무안색)  육궁의 화장한 미녀들 낯빛 잃고 말았네.

 

 

春寒賜浴華淸池 (춘한사욕화청지)  봄추위 때 화청지에서 목욕하게 하니,

 

溫泉水滑洗凝脂 (온천수활세응지)  온천 물 매끄럽게 엉긴 기름 때 씻어내네.

 

侍兒扶起嬌無力 (시아부기교무력)  시녀들 부축하여 일으키니 아리따워 설 힘도 없는 듯한데,

 

始是新承恩澤時 (시시신승은택시)  이때부터 새로이 황제 사랑 받기 시작하였네.

 

 

雲鬢花顔金步搖 (운빈화안금보요)  구름 같은 머리, 꽃 같은 얼굴, 금 보요 머리 장식

 

芙蓉帳暖度春宵 (부용장난도춘소)  연꽃 수놓은 휘장 따뜻하여 봄 깊은 밤 헤아리네.

 

春宵苦短日高起 (춘소고단일고기)  짧은 밤을 한탄하며 해 높이 떠 일어나셨으니

 

從此君王不早朝 (종차군왕부조조)  이로부터 군왕께선 이른 조회 보지 않았고

 

 

承歡侍宴無閑暇 (승환시연무한가)  총애 받아 연회에 모시느라 한가할 겨를 없었네.

 

春從春游夜專夜 (춘종춘유야전야)  봄을 좇는 춘정을 즐겨 온밤을 지새우니

 

後宮佳麗三千人 (후궁가려삼천인)  후궁에 아리땁고 고운 미녀 삼천 명이나 있었지만,

 

三千寵愛在一身 (삼천총애재일신)  삼천 명에 쏟을 총애 이 한 몸에 쏠렸네.

 

 

金屋粧成嬌侍夜 (금옥장성교시야)   금 같은 방에 단장하고 교태로 밤 시중들어

 

玉樓宴罷醉和春 (옥루연파취화춘)   옥루 잔치 끝나면 춘정을 이루었네.

 

姉妹弟兄皆列土 (자매제형개열토)  그녀의 자매 형제들 그녀 덕에 봉지(封地)를 나눠 받아

 

可憐光彩生門戶 (가련광채생문호)   부럽도다. 광채가 집 문에서 생겨났네.

 

 

遂令天下父母心 (수령천하부모심)  이로 하여금 세상 모든 부모들 마음이

 

不重生男重生女 (부중생남중생녀)   아들보다 딸 낳기를 중히 여기게 되었네.

 

驪宮高處入靑雲 (여궁고처입청운)  화청궁 높이 솟아 구름 속에 들어 있고

 

仙樂風飄處處聞 (선악풍표처처문)  신선의 풍악은 바람 타고 어디서나 들려오네.

 

 

緩歌慢舞凝絲竹 (완가만무응사죽)  느린 노래와 고요한 춤이 비단결과 피리에 맺히니

 

盡日君王看不足 (진일군왕간부족)  종일토록 군왕께서 구경하며 싫증내지 않으셨네.

 

漁陽瞽鼓動地來 (어양비고동지래)  어양에서 북소리 땅을 흔들며 들려오니,

 

驚破霓裳羽衣曲 (경파예상우의곡)  예상우의곡에 깜짝 놀라도다.

 

 

九重城闕煙塵生 (구중성궐연진생)  구중궁궐에 연기 먼지 솟아오르고

 

千乘萬騎西南行 (천승만기서남행)  수천수만 관군들은 서남으로 가네.

 

翠華搖搖行復止 (취화요요행부지)  천자의 기 흔들리며 가다가 서곤 하며

 

西出都門百餘里 (서출도문백여리)  도성문 서쪽 백 여리 마외역에는

  

 

六軍不發無奈何 (육군불발무내하)  6군의 병사들 발걸음 떼지 않아 어쩔 수 없이

 

宛轉蛾眉馬前死 (완전아미마전사)  누에 같은 눈썹 미인 병사들 말 앞에서 죽었네.

 

花鈿委地無人收 (화전위지무인수)  꽃 비녀 땅에 버려져도 줍는 사람 없었고

 

翠翹金雀玉搔頭 (취교금작옥소두)  물총새 꼬리 깃이며, 금 빛 참새, 옥 머리 장식 널렸네.

 

 

君王掩面救不得 (군왕엄면구부득)  군왕께선 얼굴 가린 채 구할 수 없어

 

回首血淚相和流 (회수혈루상화류)  차마 돌린 두 눈에 피눈물이 줄줄 흐르네.

 

黃埃散漫風蕭索 (황애산만풍소삭)  누런 흙먼지 일고 바람 쓸쓸히 부는데

 

雲棧縈紆登劍閣 (운잔영우등검각)  구름 걸린 굽은 잔도로 검각산을 오르네.

 

 

峨嵋山下少人行 (아미산하소인행)  아미산 아래엔 오가는 이도 드물어

 

旌旗無光日色薄 (정기무광일색박)   천자 깃발 빛을 잃고 해마저 저물었네.

 

蜀江水碧蜀山靑 (촉강수벽촉산청)  촉강 맑게 흐르고 촉산은 푸르건만

 

聖主朝朝暮暮情 (성주조조모모정)  황제는 아침저녁 양귀비 생각에 잠겨

 

 

行宮見月傷心色 (행궁견월상심색)   행궁에서 보는 달은 마음을 아프게 하고

 

夜雨聞鈴斷腸聲 (야우문령단장성)  밤비에 들리는 방울소리는 애간장 끊어지게 하네.

 

天旋地轉回龍馭 (천선지전회룡어)  천하 정세 변하여 황제 돌아오는 길에

 

到此躊躇不能去 (도차주저불능거)  마외역에 이르러서는 걸음 뗄 수 없었네.

 

 

馬嵬坡下泥土中 (마외파하이토중)  마외역 언덕 아래 진흙더미 속에는

 

不見玉顔空死處 (불견옥안공사처)  고운 얼굴 어디 가고 죽은 자리만 남아

 

君臣相顧盡沾衣 (군신상고진첨의)   임금 신하 서로 보며 눈물이 옷깃 적시네.

 

東望都門信馬歸 (동망도문신마귀)   동쪽 도성문 향해 말에 길을 맡겨 가니

 

 

歸來池苑皆依舊 (귀래지원개의구)  돌아와 본 황궁의 정원은 변함없어

 

太液芙蓉未央柳 (태액부용미앙류)  태액지의 부용도 미양궁의 버들도

 

芙蓉如面柳如眉 (부용여면유여미)  부용은 양귀비 얼굴, 버들은 눈썹 같으니

 

對此如何不淚垂 (대차여하불루수)  이것을 대하고도 어찌 눈물 흘리지 않으리.

 

 

春風桃李花開夜 (춘풍도리화개야)  봄바람에 복숭아며 살구꽃 핀 밤이요

 

秋雨梧桐葉落時 (추우오동엽락시)  가을비에 오동잎 떨어질 때라네.

 

西宮南苑多秋草 (서궁남원다추초)  서궁과 남원에 가을 풀 우거지고

 

宮葉滿階紅不掃 (궁엽만계홍불소)  궁전 낙엽이 섬돌을 덮어도 쓸지 않으니

 

 

梨園弟子白發新 (이원제자백발신)  이원의 자제들은 백발이 성성하고

 

椒房阿監靑娥老 (초방아감청아로)  양귀비 시중들던 시녀들도 늙었네.

 

夕殿螢飛思悄然 (석전형비사초연)  반딧불 나는 저녁 궁궐 더욱 처량하여

 

孤燈挑盡未成眠 (고등도진미성면)  등불 심지 다 타도록 외로이 잠 못 드니

 

 

遲遲更鼓初長夜 (지지경고초장야)  느릿한 시각을 알리는 북소리에 밤이 길다는 것 알았네.

 

耿耿星河欲曙天 (경경성하욕서천)  은하수 반짝이며 새벽은 다가오고

 

鴛鴦瓦冷霜華重 (원앙와랭상화중)  원앙같이 금슬 좋은 기와는 차고 서리꽃이 심해지니

 

翡翠衾寒誰與共 (비취금한수여공)  함께 덮을 이 없는 싸늘한 비취금침

 

 

悠悠生死別經年 (유유생사별경년)  생사를 달리한 지 아득하니 몇 년인가.

 

魂魄不曾來入夢 (혼백부증내입몽)  꿈속에 혼백마저 만나볼 수 없네.

 

臨邛道士鴻都客 (임공도사홍도객)  임공의 도인이 도성에서 머무는데

 

能以精誠致魂魄 (능이정성치혼백)  정성으로 혼백을 불러올 수 있다 하니

 

 

爲感君王輾轉思 (위감군왕전전사)  양귀비 그리워 잠 못 드는 군왕을 위해

 

遂敎方士殷勤覓 (수교방사은근멱)  방사시켜 양귀비 혼백 찾게 하였네.

 

排風馭氣奔如電 (배풍어기분여전)  바람타고 구름 몰고 번개처럼 내달아

 

升天入地求之遍 (승천입지구지편)  하늘 끝에서 땅 속까지 두루 찾아

 

 

上窮碧落下黃泉 (상궁벽락하황천)  위로는 벽락 아래로는 황천까지

 

兩處茫茫皆不見 (양처망망개불견)   두 곳 모두 망망할 뿐 찾을 길이 없는데

 

忽聞海上有仙山 (홀문해상유선산)  홀연 들리는 소문 바다 위에 선산 있어

 

山在虛無縹緲間 (산재허무표묘간)  그 산은 아득한 허공 먼 곳에 있고,

 

 

樓閣玲瓏五雲起 (누각영롱오운기)  누각은 영롱하고 오색구름 일어

 

其中綽約多仙子 (기중작약다선자)  그 곳에 아름다운 선녀들이 사는데,

 

中有一人字玉眞 (중유일인자옥진)  그 중 옥진이라 하는 선녀 하나 있으니

 

雪膚花貌參差是 (설부화모참차시)  눈 같은 피부와 고운 얼굴 그인 것 같다 하네.

 

 

金闕西廂叩玉扃 (김궐서상고옥경)  황금 대궐 서쪽 방의 옥문을 두드리고

 

轉敎小玉報雙成 (전교소옥보쌍성)  소옥 시켜 쌍성에게 알리도록 말 전하니  

 

聞道漢家天子使 (문도한가천자사)  한황제의 사자가 왔다는 말 전해 듣고

 

九華帳里夢魂驚 (구화장리몽혼경)  구화전 장막 안에서 꿈꾸던 혼 놀라 깨었네.

 

 

攬衣推枕起徘徊 (남의추침기배회)  옷을 들고 베개 밀고 일어나 서성이더니

 

珠箔銀屛迤邐開 (주박은병리이개)  길게 이어진 구슬발과 은 병풍 열리니

 

雲髻半偏新睡覺 (운빈반편신수교)  구름 같은 머리 한쪽으로 드리우고 막 잠에 깬 듯

 

花冠不整下堂來 (화관부정하당래)  머리장식 안 고친 채 당에서 내려오네.

 

 

風吹仙袂飄飄擧 (풍취선몌표표거)  바람 부는 대로 소맷자락 나부끼니

 

猶似霓裳羽衣舞 (유사예상우의무)  예상우의무를 추던 그 모습인 듯

 

玉容寂寞淚欄干 (옥용적막루난간)  옥 같은 얼굴 수심 젖어 눈물이 난간에 흐르니

 

梨花一枝春帶雨 (이화일지춘대우)  활짝 핀 배꽃 한 가지 봄비에 젖은 듯하구나.

 

 

含情凝睇謝君王 (함정응제사군왕)  정어린 눈길 돌려 군왕에게 사뢰니

 

一別音容兩渺茫 (일별음용양묘망)  헤어진 뒤 옥음, 용안 듣고 뵙지 못하여

 

昭陽殿里恩愛絶 (소양전리은애절)  소양전에서 받던 은총도 끊어지고

 

蓬萊宮中日月長 (봉래궁중일월장)  봉래궁에서 보낸 세월이 오래건만

 

 

回頭下望人寰處 (회두하망인환처)  머리 돌려 저 아래 인간세상 보아도

 

不見長安見塵霧 (불견장안견진무)  장안은 보이지 않고 짙은 안개와 먼지 뿐  

 

唯將舊物表深情 (유장구물표심정)  장차 오래 지닐 물건으로 깊은 정을 표하려니

 

鈿合金釵寄將去 (전합금차기장거)  자개 상자와 금비녀를 가져다 드리시길.

 

 

釵留一股合一扇 (차류일고합일선)  비녀 반쪽 상자 한 짝 남겼으니

 

釵擘黃金合分鈿 (채벽황김합분전)  황금 비녀 가르고 자개 상자 나눴네.

 

但令心似金鈿堅 (단령심사금전견)   두 마음 이처럼 굳고 변치 않는다면

 

天上人間會相見 (천상인간회상견)  천상이든 인간 세상이든 다시 보게 되리니.

 

 

臨別殷勤重寄詞 (임별은근중기사)  헤어질 즈음 간곡히 다시 하는 말이

 

詞中有誓兩心知 (사중유서양심지)  그 말에는 두 마음 만이 아는 맹세의 말 있었네.

 

七月七日長生殿 (칠월칠일장생전)  칠월 칠석 날 장생전에서

 

夜半無人私語時 (야반무인사어시)  인적 없는 깊은 밤 속삭이던 말

 

 

在天願作比翼鳥 (재천원작비익조)  하늘에서는 원컨대 비익조가 되고

 

在地願爲連理枝 (재지원위연리지)  땅에서는 원컨대 연리지가 되자고

 

天長地久有時盡 (천장지구유시진)  천지가 영원하다 해도 다할 때가 있겠지만

 

此恨綿綿無絶期 (차한면면무절기)  이 슬픈 사랑의 한은 끊일 때가 없으리.

 

 

 *雲髻半偏新睡覺 (운빈반편신수교) : 覺 ⇒ 깨닫다는 뜻일 때는 각/ 깨다의 뜻일 때는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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