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3 : 학문이 끝나는 곳에 도가 있다 노자, 도덕경 시리즈 3
차경남 지음 / 글라이더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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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도는 마치 활을 당기는 것과 같구나.

높은 쪽은 누르고 낮은 쪽은 올리며,

남으면 덜고 부족하면 보태준다.

 

하늘의 도는 남는 데서 덜어서 부족한 데 보태주나,

사람의 도는 그렇지 않다.

부족한 데서 덜어서 남는 쪽에 갖다 바치나니,

남도록 가지고 있으면서 천하를 위해 내주는 자는 누구인가.

오직 도 있는 이만이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성인은

일을 하고도 자랑하지 않고,

공을 이루고도 내세우지 않으며,

현명함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도 앞에 평등하다. 도는 일체만물의 어버이이며, 삼라만상을 품에 안아 기르는 어머니이다. 어머니가 자식 모두를 평등한 사랑으로 대하는 것처럼, 도는 우주 만물에 대하여 공평하게 대한다. 도는 어느 누구를 특별히 더 사랑하지도, 더 미워하지도 않는다. 이것이 노자가 제 5장에서 이야기했던 ‘천지불인(天地不仁 : 천지는 편애하지 않는다.)’ 사상이다. 노자는 ‘천지불인’을 이야기하기 위해 신도 버리고, 상제도 버리고, 하느님도 버렸다. 왜냐하면 인간의 모습을 한 신이나 하느님 등은 아무래도 인간적인 관념을 불러일으켜 우주의 참 모습을 왜곡시키기 때문이다. 도는 신도 아니고, 상제도 아니며, 하느님도 아니다. 우리는 결코 도(道)와 통성명을 할 수도 없고, 거래를 틀 수도 없으며, 전화를 걸 수도, 편지를 보낼 수도 없다. 우리는 결코 도에게 ‘뇌물’을 쓸 수가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도는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도는 우주 만물에 대하여 절대평등을 베푼다. 도는 우주 안에서 인간을 다른 동물들보다 특별히 귀한 존재로 대하지도 않으며, 동물을 풀이나 초목보다 더 귀한 존재로 대하지도 않고, 또한 풀이나 초목을 돌멩이나 바위보다 더 귀한 존재로 대하지도 않는다. 도 안에서는 천지만물이 다 평등하다. 도 안에서는 어떤 것도 다른 것의 위에 있거나 아래 있거나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사람 위에 사람 있거나 사람 아래 사람 있거나 하는 일은 도 안에서는 용납될 수 없다.

 

우리가 우리 인간의 작은 눈으로 세상을 보면 미추가 따로 있고 선악이 따로 있으며, 잘난 자가 따로 있고 못난 자가 따로 있으며, 부자가 따로 있고 가난한 자가 따로 있으며, 현자가 따로 있고 어리석은 자가 따로 있지만, 문득 도(道)의 큰 눈으로 세상을 보면 미추도 분별이요 선악도 분별이며 잘난 자와 못 난자, 부자와 가난뱅이, 현자와 어리석은 자, 모든 것도 다 분별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 분별의 막을 한 꺼풀 걷어내면,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도 앞에서 평등한 존재이고, 존귀한 존재이며, 순수한 존재이다. 거기에 어떤 우열이 있을 수 없고, 차별이 있을 수 없다. 이것이 노자의 ‘천지불인’에서 나오는 만물평등사상이다.

 

그런데 인간사회의 현실은 어떠한가. 도처에 불평등이 있고, 차별이 있으며, 반칙이 있고, 편법이 있다. 언제부터인가 인간사회에는 보이지 않는 금이 그어지게 되었으며, 보이지 않는 장벽이 생겨났으며, 보이지 않는 계급이 생겨났다. 천지 대자연의 평등원리가 인간사회에 와서 변형되고 왜곡되어 버렸다. 인간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평등원리가 아니라 힘의 논리이고 약탈의 논리이다.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짓누르고, 부자가 가난한 자를 착취하며, 사악한 자가 정직한 자를 괴롭힌다. 인간사회는 노자가 볼 때 도(道)로부터 너무 멀리 벗어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노자는 그대에게 혁명에 나서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노자는 그대가 이 인간사회의 모순을 모르는 체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천지자연의 도(道)를 흠모하는 자가 불의(不義)를 보고도 못 본 체하고 그냥 넘어가면 되겠는가! 노자는 도(道)와 무도(無道)를, 평등과 불평등을, 무위와 유위를 병치시켜 그대 눈앞에 보여주면서 그대를 이 상황에서 그냥 못 넘어가게 붙든다. 하늘의 도는 마치 활을 당기는 것처럼 불평등과 불균형을 해소하는 쪽으로 움직이는데, 왜 인간의 도는 이와는 반대로 불평등과 차별을 심화시키는 쪽으로 작동되는가! p.21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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