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 - 조심하라, 마음을 놓친 허깨비 인생!
정민 지음 / 김영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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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사회에서 갑과 을의 논란이 전에 없이 뜨겁다. 늘 있어온 일인데 갑들의 잇단 안하무인격 폭력과 횡포가 드러나면서 이번 참에 제대로 공론화가 될 모양이다. 힘센 갑이 약한 을 위에 군림하며 함부로 굴어온 관행이 빚은 결과다. 함께 건너가는 공생의 파트너를 천한 아랫것 다루듯 하니 돈 버는 문제 이전에 인간적 모멸을 견딜 수가 없다. 천민자본주의의 탄식이 절로 나온다. 명나라 때 설선(薛瑄)은 <종정명언(從政名言)>에서 이렇게 말했다.

 

“낮은 백성이 억울한데도 그 억울함이 풀리지 않는 것은 윗사람이 제대로 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위를 지닌 자는 절대로 번거롭고 싫은 일을 마다하면 안 된다. 진실로 백성의 억울함을 살피고도 일체 다스리지 않으면서 ‘나는 일을 덜기에 힘쓴다.’고만 하면 백성이 그 죽을 곳을 얻지 못하는 자가 많아질 것이다. 어찌 경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회사가 영업사원을 다그치니 그는 만만한 을을 족쳐서 경영자의 기대에 맞춘다. 문제가 생기면 꿈에도 그런 줄 몰랐다며 다시는 그런 일이 없게 하겠다는 시늉만으로 대충 여론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린다. 그간의 부조리한 관행은 한 문제적 개인의 돌출행동으로 슬쩍 덮어버린다. 이제껏 그는 실적 높은 모범사원으로 칭찬을 받아왔을 확률이 높다. 잘한다고 부추겨 놓고 그럴 줄 몰랐다는 것은 무책임하다. 일이 그렇게 되게 만든 모순의 구조는 외면한 채 한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은 보기가 딱하다. 영업 사원의 몹쓸 말보다 경영진의 비뚤어진 심성 탓이 크다. 우리 덕에 먹고 사니 족치면 된다. 어느 땐데 이런 못된 심보를 못 고치는가.

 

한강백(韓康伯)은 <주역>의 해설서 재계(齋戒)의 뜻을 이렇게 풀이했다.

 "마음을 씻는 것을 재(齋)라 하고, 근심을 막는 것을 계(戒)라 한다.“

 

목욕재계하고 기도라도 해야 할 판이다. 당면한 근심을 막고 싶은가? 먼저 마음을 씻어라. 그저 구차미봉(苟且彌縫)으로 난국만 넘겨놓고, 뒤에 가서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을 손볼 작정이라면 마음은 더럽혀지고 근심만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다. p.185~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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