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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선물 -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개정판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 : 은희경
이 책을 다시 읽어 보게 되었다. 20살무렵 군대 시절에 우연히 읽기 시작한 이 소설은 나름의 흡입력으로 빠져 들게 되었고 이후 은희경의 책은 모두 사서 읽어 버리게 만들었다. 그 만큼 매력있고 20살의 내 감수성에 영향을 준 책이었다. 그녀의 냉소적이고 삐딱한 시선이 멋있었고 세상을 통달한 것 처럼 보였다.
10년 넘게 흐른 이 시간에 다시 읽어본 이 책은 여전히 매력적이고 현실적인 시선을 보여주고 있다. 69년무렵의 한 마을에서 부모없이 할머니와 이모와 함께 자라는 소녀 진희는 아이이기를 거부하고 현실을 직시하고자 노력한다.
대학생 오빠를 짝사랑하고 이모를 연적으로 경계하는 모습에서 소녀의 모습을 지우기는 힘들지만 그녀가 소위 말하는 보여지는 나와 바라보는 나를 구분하는 행위에서 페르소나를 볼 수 있었다. 왜 진희는 자아를 분리하였을까?
은희경은 이 책을 통해서 관계의 상투성을 말하고 싶었고 사랑에 가장 큰 병폐는 사랑이 가진 환상이라고 말한다. 관계는 뻔하게 보이는 관계의 목적으로 움직이게 되고 사랑은 그렇게 낭만적이고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닐 것인지 모른다. 그녀의 말에 부정을 단언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난 은희경의 단언을 부정하고 싶다. 관계는 그렇게 상투적이지 않을 것이며 사랑의 병폐는 환상에서 기인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관계의 동물이다. 관계를 통한 서로의 유대감을 통해 결속하고 살아가는 유기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우리의 관계는 현재 상투적일 수 있다. 하지만 상투적인 이 관계를 부정하고 싶지 않다. 피하고 싶지 않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데는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인간을 만나서 좋아하고 사랑하는 데 이유가 있으면 사랑이 아니라 계약이 될 것이다. 조건이 맞고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확인하고 그 관계의 효력이 다하면 끝나는 관계 나는 이것을 계약이라고 부른다. 사람의 관계는 그렇지 않다
우리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서로에게 의지가 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공존의 가치를 믿고 사람을 긍정하고 있다. 환상이 비록 환상일지라도 그 관계를 통해 얻어지는 유대감으로도 긍정하고 싶다.
하지만 우리는 상처를 받는다. 아파하고 슬퍼하며 스스로를 옭아맨다. 소설의 영옥이도 아파하며 상처를 쓰다듬지만 그렇게 우리는 성장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프다는 것이 피하고 싶고 슬픈 현상이지만 이 또한 나를 성장하고 우리를 성장시킬 것이라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