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매스 미디어라는 것이 자기 머리로 무엇을 생각하지 않아도 좋도록 장치되어 있다는 것이다. 현대의 두뇌는 그 정수(精粹)를 모아, 정보나 의견의 지적 패키지를 만드는 대발명을 이룩하였다. 이 지적패키지를 우리는 텔레비전 · 라디오·잡지에서 받아들이고 있다. 거기에는 재치 있는 말솜씨나 선발된 통계·자료 따위가 모두 정리되어 있어, 우리는 꼼짝하지 않고도 ‘자기의 판단을 내릴 수가 있다. 그러나, 이 지적 패키지가 너무 지나치게 잘 되어 있어서, 자기의 판단을 내리는 수고조차도 덜어주기 때문에, 독자나시청자가 전혀 머리를 쓰지 않고도 해결되고 만다. 카세트를 플레이어에 끼우는 요령으로 지적 패키지를 자기 머리에 탁 던져넣고 나면 그 다음은 필요에 따라 단추를 눌러 재생시키기만 하면 된다. 생각할 필요가 없어지고 만 것이다. - P12
‘읽는 행위에는 언제 어떠한 경우에나 어느 정도로 적극성이필요하다. 완전히 수동적인 독서란 있을 수 없다. - P13
적극성이높은 독서일수록 좋은 독서라는 것을 특히 지적하고 싶다. 독서활동은 복잡 다단하여, 독서에 바치는 노력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독자다. 자기 자신과 책에 대해서 의욕적일수록 좋은 독자라고 할 수 있다. - P13
독서의 목적ㅡ 지식을 위한 독서와 이해를 위한 독서 - P15
자기의 이해를 초월하는 책을 읽을 때야말로, 읽는 이는 일체외부로부터의 도움에 의지하지 말고 씌어진 글자만을 실마리로하여 그 색과 맞붙지 않으면 안 된다. 읽는 이가 적극적으로 책에 작용하여 얕은 이해에서 보다 깊은 이해로 읽는 이 자신을 끌어올려가는 것이다. 이것은 아주 고도로 숙련된 독서법이다. 읽는 이의 이해력이 시험당할 만한 책에 알맞는 독서법이다. - P15
또 하나는, 전에 읽고서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던 것에 다시 한 번 도전하는 경우다. 즉, 자기의 이해를 웃도는 책을 다시 읽음으로써 독자는 이해를 깊게 하는 것이다. - P16
지식을 얻기 위해서라면 단순히 사실을 알기만 하면 된다. 가르침을 받는다는 것은 어째서 그렇게 되는가 그리고 다른 사실과의 관계나 공통점이나 상위점에 대하여 더욱 상세하게 아는 것을 말한다. - P17
눈앞에 있는 교사라면 질문에 대답해주기도 하고 대답을 납득할 수 없으면 다시 물을 수도 있다. 일부러 자기의 머리로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책이 상대가 될 경우에는 그와는 달리 독자 자신이 물음에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한 의미에서 책이란 것이 자연이나 외계와 비슷하다. 책을 향하여 아무리 물어보아도 독자가 생각하고 분석한 한도밖에는 대답이 돌아오지않는 것이다.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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