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델 불완전성 정리]는 수학 전공자만 대상으로 한 책이 아니다. 괴델은 이 책을 소설처럼 읽어달라고 말했다. 실제로 내게 기억에 남는 이과 계열의 책들은 대체로 꽤 문학적이었는데 그런 면에서 이번에도 재밌게 읽어나가고 있다. 괴델이 수학의 혁명을 이루기까지 과정은 평탄하지 않았다. 스승 크로네커의 '괴롭힘' 은 집요했다. 괴델이 불완전성의 정리로 가는 과정에서 칸토어의 집합론과 힐베르트의 프로그램(후술)이 꼭 필요했는데 그 첫걸음인 집합론에 대한 논문을 괴델이 완성했을 때 크로네커의 반발이 거셌다. 그런 크로네커는 [수의 개념에 대해서]를 출간하는데 신기하게도 이는 괴델의 불완전성의 원리를 산술화하는데 궁극적인 기여를 하게된다. 이 부분 너무 재미난데 S의 말이 자꾸만 떠올랐다. 결국 모든 게 어떤 길을 만든다는 것. 그냥 자기 성질대로 살면서 할일을 하면 될 것 같다.
그래...가진 사람들이 더하지. 소유하면 쪼잔해진다.
물건도 권력도 사랑도....
그래서 예수도 석가모니도. 테레사 수녀와 간디도 그렇게 '대단'한거겠지.
사랑에 관한한 나의 주기도문은 이거였다.
주먹을 쥐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주먹을 펴면 모든 것을 얻는다. - 영화 '와호장룡'의 대사
사랑이 깊어질수록
그와는 멀어지도록 노력하라.
조그만 새장으로는 새를 사랑할 수 없다.
새가 어디를 날아가더라도 당신 안에서 날 수 있도록
당신은 점점 더 점점 더 넓어지도록 하라
내가 그대에게 차마 하지 못한 말들
그 안타까운 마음들이 모두 모여
북쪽 밤하늘의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별이 되었다는 사실
-이정하,별의 고백
첫 번째도 두 번째도 거부감이 드는 대목이 있기는 했다. 첫번째는 모든 걸 얻는다는 대목. 본래 취지와 어긋나는 거 같아서. 두 번째는 내가 꼭 새장이 되어야 하나? 나도 새가 되고 싶구먼. 애초에 새장이 되지 않으면 나도 훨훨 날며 그 새와 함께 비행할 수 있잖아? 쿠바든 핀란드든 모로코 어디든.
어쨌거나 본래 하고자 했던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런 주기도문의 도움으로 나름 사랑의 얽매임에서 자유로운 인간이 되었다고 자부했다. 모든 어리석은 자들이 그렇듯이 말이지. 안다고 생각했다. 집착하지 않는 방법을. 적어도 이론으로는. 적어도 오늘 아침까지는. 몰랐다. 권력 뿐 아니라 사랑도 소유하면 굉장히 쪼잔해진다는 사실을.
어제도 사랑한다는 말을 분명 들었는데 나를 보는 그 뜨겁다 못해 나를 소멸 시킬 것 같은 짐승 같은 눈빛을 마주했는데. 나는 어떤 이유로....
내가 속는 거면 어쩌지? 불안했다. 나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으면 어쩌지? 애가 탔다. 그런 생각 속에서 근력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미세하게-너무 미세한 게 탈이라면 탈이지만-솟아 오르는 근육이들의 신선한 힘이었을까 이런 소리가 어디선가 내 안에서 들렸다. ' 불안해 하지마. 결국엔 그를 못 믿는 게 아니라 너 자신을 못 믿고 있는 거야. 흔들리는 건 나무가 아니라 니 마음이야.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해. (너의 튼 살을 외면하고 싶은 거 아냐? 징글징글한 뱃살을. 탓할 사람을 멍하니 바라 보면서? 읽을 책을, 공부할 것들을 미루고 싶은거 아니야? 탓할 사람을 찾았으니 그에게만 몰입하면서? 실은 뭔가 바꾸어야 한다는 걸 알면서 시간을 또 질질 끌 빌미를 잡은 거지? 사랑이야 그게?) 빈 종이를 채워, 읽고 싶던 글을 읽어. 군살을 덜어내. 내게 힘을 더해줄 근육을 모아. 탄탄한 육체만 남지는 않을 거야. 의심하다가 실망하는 것 보다 믿다가 실망하는 게 나아. 적어도 나를 잃어버리진 않을 테니. 궁지에 몰렸다고 생각해? 네가 파낸 구덩이라는 사실을 눈을 뜨고 바라봐. 자 거길 봐. 독을 품은 도마뱀이나 살기를 띤 전갈 혹은 보석이 (인생 책이어도 돼) 너를 기다리고 있어. 네 앞의 구덩이는 네 무덤이 될 수도 있고 네 게 다른 삶을 살 기회가 될 수도 있어. 사실은....이미 알잖아. 가장 위험한 건 언제나.... 나야.
현재의 과제는 과거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교정하는 것이다. 이 과제는 과거를 교정할 수 없을 때 더 긴요하다. -줄리언 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