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인신매매는 없어졌다‘는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안다면...






바다를 규율하는 법은 부족하지 않다. 진짜 문제는 느슨한 집행이다. 육지와는 확연히 다른 바다 위 영역 싸움을 이어가는 일은 냉정한 계산의 문제다. 어떤 나라는 국경 양쪽의 땅 몇 토막을놓고 싸우지만, 바다의 경계는 그보다 덜 명확해서 침범하는 자를 추적하는 일이 무용해 보인다.
이것이 우리 저녁식사 접시에 올라오는 생선 5마리 중 1마리가불법 어획물인 이유이자 전세계 수산물 암시장의 규모가 200억달러를 웃도는 이유다. 세계의 수산 자원 대부분은 남획으로 위기를 맞았다. 2050년에 이르면 중량 기준으로 바다에 물고기보다플라스틱 폐기물이 더 많아지리라 예측하는 연구도 여럿 있다.
바다를 보호하려는 의지도 자원도 없는 대다수 정부 탓에 바다는훼손되고 고갈되었다. 고온 현상과 해수면 상승, 강력해진 폭풍등 그 영향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지구 온난화의 위험성에도 대중의 관심은 잘 모이지 않는다. 하물며 수산 자원 감소 문제는? 어지간해서는 눈에도 안 띈다. - P91

다이버들을 팔라우로 이끄는 인기 요인 중 하나는 이곳의 상어개체군이다. 신지취33호의 어창에서 상어 지느러미 수백 개가발견된 일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레멩게사우는 곧장 상어 살육의 경제적 영향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살아있는 상어 개체 한마리는 관광 수입으로 1년에 17만 달러 이상, 일생 전체로 보면200만 달러에 달하는 가치를 낸다고 한다. 반면 죽은 상어는 마리당 100달러에 팔리고 그 돈은 보통 외국 밀렵꾼 손으로 들어간다.
수치가 좀 과장되었다는 느낌은 들었으나 상어 살육이 팔라우에경제적인 피해를 입히는 것만은 확실했다. - P98

대개 갑판원들은 공간 낭비와 다른 값비싼 어획물이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느러미를 절단하고 남은 상어 몸통을도로 물속에 던진다. 몸통 고기보다 지느러미가 백 배는 더 비싸게 팔리기 때문이다. 죽음은 느리게 진행된다. 살아는 있으나 지느러미가 없어 헤엄을 칠 수 없는 상어는 바다 밑바닥으로 가라앉아 굶거나 질식해서, 또는 다른 물고기에게 뜯어 먹혀 죽는다.
과학계는 해마다 지느러미 때문에 학살당하는 상어가 9,000만 마리 이상이라고 추정한다. 2017년 기준 전체 상어 어종 중 약 3분의 1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 - P100

상어는 핵심종이다. 이 종의 개체 수가 감소하면 산호초에 서식하는 종까지 내려가는 먹이그물 전체가 무너진다. 최상위 포식자가 사라지면 작은 어류가 너무 많이 살아남아 산호초를 부양하는 미생물을 지나치게 많이 먹어치운다. 상어 밀렵을 규제하는일은 상어만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산호초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 - P100

팔라우만큼 해양 보호에 적극적인 나라는 없었다. 팔라우는2006년 저인망 어업이라는 파괴적 행태를 발 빠르게 금지한 국가중 하나였다. 저인망 어업이란 무게 추를 단 거대 어망으로 바다 밑바닥을 긁어 심해의 물고기를 포획하는 방식이다. 이런 어망은 경로에 들어오는 생물 전부를 무차별적으로 죽여버린다. 팔라우는 2009년 세계 최초로 상어 보호 구역을 조성해 자국 수역내 상업적 상어 포획을 금지했다. 2015년에는 수역 내에서 조업 허가를 받은 모든 참치 연승 어선에 옵서버를 두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 P100

앞으로 수십 년 안에 바다는 세계 전역의 작고 외딴 섬나라들을 집어삼킬 것이다." 이미 키리바시와 몰디브, 피지, 나우루, 투발루 일부 지역은 높아지는 조류 아래로 밀려 내려가고 있다.  - P109

어망의 규모와 강도가 늘어나면서 의도치 않게 죽거나 도로 버려지는 부수 어획물의 양도 늘어났다. 현재 전세계 어획물의 절반 이상은 사체가 되어 배 밖으로 던져지거나 잘게 갈린 뒤 알갱이로 뭉쳐져 돼지와 가금류, 양식 어류를 먹이는 사료가 된다. 예컨대 ‘양식‘ 참치 1마리를 먹이려면 그 참치 무게의 30배가 넘는물고기를 바다에서 잡아올려 사료 알갱이로 만들어야 한다. 기술발전은 어업의 산업화와 더불어 공해에서 잡힌 어획물이 지난 반세기 동안 700퍼센트 증가한 주요 원인이다." 또한 세계 여러 지역의 수산 자원이 붕괴 직전까지 내몰린 이유이기도 하다. - P111

어선, 특히 개발도상국의 어선은 위생과는 거리가 멀다. 눅눅하고 갑갑한 공간에 몇 달씩 쑤셔넣어진 수십 명이 죽었거나 썩어가는 생물 수천 마리를 하루가 멀다고 만져야 한다면 감염은당연지사였다. 팔라우에 갔을 때 나는 이미 어선 수십 척에서 생활해본 경험이 있었고 안전을 위해 몇 가지 습관을 조정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제 손톱 물어뜯기는 금지였다. 손은 입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아야 했다. 작은 상처라 해도 순식간에, 그리고 심하게 감염되었다. 콘택트렌즈 착용도 관뒀는데 세균이 득시글거리는 환경에서 불안하게 렌즈를 넣고 빼다 보면 자꾸 다래끼가 나기 때문이었다. 귀 감염 문제는 끈질긴 습기와 쉬지 않고 벌이는 싸움이었다. - P123

무법의 바다를 탐사하면 할수록 포식자와 먹잇감을 구별하는것이 어려워졌다. 내가 팔라우에 온 것은 어류를 비롯한 이곳의해양 생물이 처한 위태롭고 암울한 상황에 초점을 맞춰 전세계바다에서 벌어지는 약탈 행위의 일선에 있는 외국 밀렵선의 행태를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이런 차이는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뚜렷하지도 단순하지도 않다는 것이 금방 드러났다. 어류를노리는 사람들에게 팔라우 수역의 자원을 고갈시키는 책임이 있는 것은 맞지만, 이 사람들은 그 자원보다 더하지는 않을지언정비슷한 정도로 취약해 보였다. - P124

인간은 다양한 이유로 세계의 공동으로 나아간다.어떤 이는 단지 모험을 사랑해서 움직이고,
어떤 이는 과학 지식에 통렬한 갈증을 느끼고,
또 어떤 이는 ‘작은 목소리의 유혹‘에,
그 미지의 신비로운 매력에 끌려 닦인 길을 벗어나게 된다.

- 어니스트 섀클턴, "남극의 심장" - P129

시랜드

북쪽 탑에는 손님방과 구금실과 회의실이 있었고 배링턴도 이탑에서 생활했다. 여기 난방기로 겨울에 따뜻하게 지낼 수 있냐고 묻자 배링턴은 "사실 나는 쌀쌀한 게 좋아요"라고 했다. 아래로 내려가던 중 배링턴이 모든 종교를 아우르는 단출한 예배실로꾸며진 방에 멈춰 섰다. 화려한 천으로 장식된 탁자 위에 성경 한권이 펼쳐져 있었다. 선반에는 쿠란 한 권이 소크라테스, 셰익스피어의 작품과 나란히 놓여 있었다. 잠수함 안의 서재처럼 폐소공포증을 유발하는 초현실적인 골방이었다. - P154

"바다 위의 생명은 저렴합니다." 국제인권감시기구 Human RightsWatch 아시아 지부 부국장 필 로버트슨Phil Robertson 의 말이다. 로버트슨의 말에 따르면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해상노동법은 느슨하고, 남획으로 수산 자원이 고갈되는 와중에도 전세계의해산물 수요는 줄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이뤄진 탁월한 보도 덕분에 나도 해상 노예 문제에 대해조금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마주한 부패의 정도는, 내 눈으로 직접 본 잔악무도함과 그것이 내가 인터뷰한 이들에게 남긴지워지지 않을 영향은 취재를 끝낸 후로도 줄곧 뇌리에 박혀 있다. 무법의 바다에서 희생자는 (파도 위와 아래에) 수두룩하지만,
우리 식탁에 먹거리를 올려주는 사람들이 당하는 착취는 내게 충격이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이제 휴대전화는 생활의 거의 모든국면에서 발생하는 착취에 대응할 수 있게 하는 일종의 경찰 역할을 하고 있는 듯하다. 나쁜일이 일어나면 아마 영상으로 찍혀유튜브에 올라올 것이다. 그러나 바다에서는 그런 일이 거의 없다. 바다에서는 계약 노역이 여전히 표준 사업 관행이다. - P380

개발도상국에서, 특히 건설업과 농업, 제조업과 성 산업에서흔히 나타나는 채무 노동은 노동자가 이토록 고립된 바다에서 유독 만연하고 또 극렬했다. 태국에서는 예로부터 선장이 갑판원에게 상당한 액수를 선지급해 노동자가 가족 곁을 비우는 긴 시간 동안 가족을 부양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갑판원 중 이주노동자가 늘어나자 선장은 선지급하는 돈을 선원에게 직접 주지 않게되었다. 대신 이 나라로 노동자를 몰래 들여온 인신매매업자에게돈을 줬다. - P402

태국의 노동 착취와 인권 침해는 환경 문제와도 연결된다. 태국 선박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양망 규모도 덩달아 늘어나 어류자원이 급감했다. 어업계와 보전생물학에서 CPUE라고 하는 단위 노력당 어획량catch per unit effort은 대상이 풍부한지 희소한지를간접적으로 나타내는 척도다. 태국만과 태국 서쪽 안다만해 양쪽모두에서 어선의 단위 노력당 어획량은 1960년대 중반부터 21세기 초까지 86퍼센트 이상 떨어졌고, 태국 수역은 남획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심각한 곳이 되었다. 태국 배들은 잡을 물고기가 줄어든 상황에서도 더 먼 바다로 나가는 등의 방법으로 어획량을늘렸다. 이렇게 경제와 환경의 더 거대한 힘이 모두 공모해 채무노동은 남중국해의 어업이라는 직물에 더 단단히 짜여 들어갔다. - P403

갑판에 나갈 때는 헤드램프를 착용하고 밝은색 옷을 입어라. 물에 빠졌을 때 물이 차가우면 턱을 꽉 다물고, 보통 숨을 마시다 익사하니 처음 빠진 순간당황해서 숨을 들이쉬지 않도록 버텨야 한다. 무릎을 가슴 쪽으로 끌어당겨 열 손실을 줄여라. 조류를 거스르는 수영은 절대 하면 안 된다. 무거운 장화나 신발은 벗어버려라. 너무 춥지 않다면바지나 상의를 벗고 끝을 묶어 공기를 가둔 다음 몸을 띄우는 도구로 써라. ‘익사 방지‘ 기술, 즉 긴장을 푼 상태로 몸을 곧게 유지하며 최소한의 힘만 들여 머리를 수면 위에 내놓는 식으로 폐에 공기를 잡아두는 데 집중해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수영법을익혀둬라. - P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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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9 15: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0-19 15: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3-10-19 23: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나도 마구 필사를 하고 싶어지는 페이퍼입니다.

청아 2023-10-19 23:53   좋아요 2 | URL
재독, 필사 늘 하고싶지만 미루게 되는 것들입니다. 페크님 말씀에 힘을 얻어 내일 다시 써봐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