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슨 웰스가 일러 주었듯 해피 엔딩인지 아닌지는 어디서 이야기를 끊느냐에 달려 있다. - P8
여자가 꺼낸 이야기는 강렬하고 기묘해 관심을 붙들었다. - P8
바닷속을 누비다 고개를 내밀었더니 날씨가 급변해 있더라는 요지의 이야기였고, 밝히지 않은 자기의상처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는 몇 가지 단서를 흘리며(자기를 구조하러 와야 할 사람이 보트에 타고 있었다) 남자에게 이 사실을 암시했고, 자신이 폭풍을 연막삼아 정작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걸 상대가 알아차리는지 곁눈질로 재차 확인했다. - P9
그런 그에게이 세상이 남자인 그뿐 아니라 여자인 그의 세상이기도하다는 사실을 온전히 전달하기란 만만찮은 일이었다. 합석을 제안함으로써 남자는 모험을 감수한 셈이었다. - P9
남자는 미처 깨닫지 못한 거다. 여자가 스스로를 조연으로 치부해 가면서까지 남자인 그를 주연으로 간주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 P9
그런 점에서 여자인 그는 안정돼 보이던 경계를 뒤흔들고 사회적 위계 질서를 와해시키며 통상적인 관습에 등을 돌린 셈이었다. - P10
여자는 미소로 답했고, 그 순간 나는 그가 실제보다 용감해지려 애쓰고 있음을 깨달았다. 혼자서 자유로이 여행할 줄 알고 늦은 저녁에 홀로 바에 앉아책을 읽으며 맥주를 마시는 사람, 모르는 이와 지나치게복잡한 대화를 시도하거나 그럴 엄두를 내는 사람이 되어 보려 노력하고 있다는 걸. - P10
여자는 다시 미소를 지었지만 진심은 아녔다. 멕시코에서부터 콜롬비아까지 짊어지고 온 자기 내면의 소용돌이를 진정시켜야만 한다는 걸 본인도 알고있었을 터. 그는 방금 한 말을 취소하기로 마음먹었다. - P11
여자는 감사해하지도 그렇다고 무례하게 굴지도 않았다. "고마워요"라고 짧게 말했을 뿐이다. - P11
나는 오스카 와일드가 한 말을 떠올렸다. "그만 자기 자신을 받아들여요. 다른 사람은 이미 다 임자가 있으니까." - P12
이이는 빅 실버가 당연하게 여기는자유를 동등하게 누리기는커녕, 자유를 누릴 ‘자기‘부터확보하려 고군분투해야 하는 처지였으니까. - P12
느끼는 대로 삶을 말하고 표현하는 것도 하나의 자유인데 우리는 대개 이 자유를 택하려 들지 않는다. 그러나그날 내가 엿본 여자의 내면은 하고 싶은 말들, 다른 사람은 물론이고 자기 자신에게도 불가사의하게 다가오는말들로 살아 생동하고 있었다. - P12
깊고 잔잔한 바닷속에서 목격한 경이로움을 묘사하는 것으로 그칠 수 있었다. - P12
대신 빅 실버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질문을 던졌다. - P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