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두 눈을 뜬다, 여자가 말한다. 
정말 행복해요.
당신은 여자가 말을 하지 못하도록 손을 들어 
여자의입을 막는다, 당신은 여자에게 그런 건 말하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여자가 두 눈을 감는다.
여자는 이제 그런 건 더는 말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여자는 그들은, 그들이라면 그런 걸 말하는지 묻는다.
당신은 그러지 않는다고 말한다.
여자는 그들은 무엇에 대해 말하냐고 묻는다. 
당신은나머지 모든 것에 대해 그들이 말한다고, 그것만 제외한,
모든 것에 대해 그들이 말한다고 말한다.
여자는 웃는다, 여자는 다시 잠이 든다. - P18

당신은 여자에게 묻는다. 죽음의 병이 어떤 점에서 치명적이지요? 여자가 대답한다. 이 병이 죽음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병에 걸린 사람은 알지 못한다는 점에서요. 또한 죽기 전에 삶을 가져보지 못한 채, 어떤 삶도 없이 죽는다는 걸 전혀 알지 못한 채, 그 사람이 죽으리라는 점에서요. - P28

당신은 다시 바라본다. 얼굴은 잠에 빠져 있다, 얼굴은말을 잃었다, 얼굴은 두 손처럼 잠을 잔다. 하지만 정신은여전히 몸의 표면 위로 나타난다, 정신은 몸을 샅샅이 뒤지며 돌아다니고, 그 결과 몸의 부분들 각각은, 두 눈과 같은 저 손을, 얼굴과 같은 볼록한 저 복부를, 성기와 같은저 젖가슴을 양팔과 같은 두 다리를, 호흡을, 심장을, 관자놀이를, 시간과 같은 관자놀이를, 자신의 총체를 홀로증명해낸다. - P31

당신은 차오르기 시작하는 파도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이 낯선 여인은 침대의 거기, 자기 자리에, 하얀 시트의 하얀 웅덩이 속에 있다. 이 백색이 여자의 형체를 더 어둡게,
삶에서 느닷없이 버림받은 동물의 명백함보다 더욱 명백하게, 죽음의 그것보다 더욱 명백하게 만든다.
당신은 이 형체를 바라본다, 거기서 당신은 가공할 만한 힘을 가증스러운 가냘픔을 연약함을, 비할 바 없는 연약함이 지닌 불굴의 힘을 동시에 발견한다. - P36

당신은 심장이 있는 곳을 바라본다. 당신은 박동 소리가 다르다고, 좀더 아득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단어가 당신을 찾아온다 좀더 낯설다고 그것은 규칙적이다. 그것은 단 한 번도 멈추지 않을 것처럼 보이리라. 당신은 여자의 몸이라는 대상에 당신의 몸을 밀착시킨다. 여자의 몸은 미지근하다, 여자의 몸은 싱싱하다. 여자는 늘 살아있다. 여자가 살아 있는 동안 여자는 살인을 불러일으킨다. - P44

당신은 여자에게 당신이 사랑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지 묻는다.
여자는 어떤 경우에도 그럴 수 없을 거라고 말한다. 당신은 여자에게 묻는다 : 죽음 때문에요? 여자가 말한다그래요, 당신의 감정이 무미건조하기 때문에, 꿈쩍하지도하지 않기 때문에, 바다가 검다고 말하는 그 거짓말 때문에요. - P57

여자가 말한다 : 당신이 질문을 하는 한 당신은 이해할 수 없어요. 여자는 그런 식으로 죽음으로부터, 마찬가지로 당신으로부터 휴식을 취한다고 말한다. - P62

당신은 사랑하는 감정이 어떻게 불시에 생겨날수 있느냐고 묻는다. 여자가 당신에게 대답한다. 어쩌면우주의 논리에 갑작스레 끼어든 어떤 균열 같은 것에서요. 여자가 말한다. 예를 들어, 어떤 실수 같은 것에서요.
여자가 말한다: 의지 같은 것에서는 절대로 생겨나지 않지요. 당신이 묻는다: 사랑하는 감정이 다른 것에서도 불시에 생겨날 수 있을까요? 당신은 말해달라고 여자에게애원한다. 여자가 말한다 : 모든 것에서요, 저 밤새의 비행에서, 어떤 잠에서, 잠 속의 어떤 꿈에서, 다가오는 죽음에서, 어떤 낱말에서, 어떤 죄악에서, 스스로, 저절로,
어떻게 생겨나는지 모른 채 갑자기. - P63

뒤라스는 이러한 방식으로 자신의 동반자이자 죽을 때까지 함께 한 연인 얀과 사랑을 나누는어려움을 그에게 읽게 만들었다. 바로 이 사랑을 나누는
‘어려움‘에 대해, 쾌락을 위해 "관통하려 하나 결국 사랑을 나눌수 없는, 그 불가능에 대해, 욕망의 지배와 사랑의저 실패에 대해, 성적 섹슈얼리티의 구조 안에서 일어나는 사랑과 욕망의 필연적인 분리에 대해 뒤라스는 『죽음의 병』에 관해 남긴 회고의 글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는
쾌락을 느끼기 위해 여자를 관통한다. 그는 여자와 사랑을 나누지는 않는다. 그는 한 가지만 한다. 그것은 사랑의 패러디이다. - P78

오히려 이 관계는 끊임없는 실패, 소통의 불가능성을 반복적으로 확인할 뿐인 지속적인 실패, 그러니까 사랑의 부재를 대리보충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랑을대신해서 전개되는 무엇으로 나타난다. 육체적 친밀함이의식의 차이를 감출수 없다. - P80

죽음의 병은 우리가 점차 이해하게 되는 사랑의 "무지" "두 눈이 보는 것" "두 손이 만지는 것" "몸이 만지는 것"의 "무지"와 동일시된다. 사랑이 지배로 귀결되는 양식, 즉 남성적 섹슈얼리티의 구조 안에서 죽음의 병은 사랑과 욕망의 분리를 말한다. - P82

거짓 사랑은 쉽게 드러나는 반면,
진실한 사랑은 우연의 교착 속에, 막다른 골목 어딘가에서 생겨나, 필경 실패로 귀결될 실수처럼, 오로지 무지의상태에서만, 그러니까 오로지 사고처럼 당도할 뿐이다.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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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2-07-20 13: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죽음에 이르는 병, 이란 책으로 착각했네요.ㅋㅋ

미미 2022-07-20 13:17   좋아요 0 | URL
네! 키에르 케고르죠. 저도 그랬습니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