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작품이 의미로 가득한 이상적인 작품이 되도록 최선을 다한다. 우리가 진심을 다해 충분히 꼼꼼히 읽는다면, 예술이 한없이 의미로 가득한 것처럼 우리 삶도 아주 잠시나마 의미를 가질 수 있을 테니까. - P233

"분석적인 환자들, 사실 모든 환자들이 우리 모두가 ‘평범한 사람이 될 운명이 아닌가 두려워하지만 그 운명이 실현되면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지고 편안해진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에 대해 말한다. "내면 깊은곳에서 우리는 모두 남들과 똑같다. 그리고 남들도 우리와 똑같다"는 사실에서 위로받는 것이다.  - P240

십자가에 매달려고통받은 그리스도는 우리의 죄를 모두 떠안음으로써 우리가 모두 분리된 개인이라는 사실을 극복한다. 이는 마치 우리가 분리된 존재로 살아가는 것이 원죄에 내려진 형벌이었고, 이제 우리가 그 형벌에서 해방되었다고 말하는 듯하다.  - P242

다른 세계를 상상하면서 브리오니는 자신을 아무런 권능이없는 종이 신, 텅 빈 무대 위에 선 주인공과 연출가로 만들었다.
그 세계를 지휘하는 브리오니는 그녀가 유일한 존재일 가능성과속죄의 가능성을 따로 떼어내서 생각할 수가 없다. 그녀는 유일하고 우리를 읽는 우리도 그렇다. 우리의 경험은 우리만의 것인가, 공유할 수 있는 것인가?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우리의 불확실성에서 서식한다.  - P243

경이, 즐거움, 슬픔, 화, 두려움, 기쁨, 짜증, 절망, 비애, 분노, 사랑.…. 이런 감정은 즉각적이고 순수하다. 그런 감정은 그 자체로곧장 내 안을 파고든다. 그러나 후회와 안도는 그렇지 않다. 후회와 안도의 사촌인 미련, 아쉬움, 애도, 남의 불행함에 대한 고소함이나 쾌감, 연민, 질투, 억울함, 그리고 먼 친척인 자만과 예찬은 그렇지 않다. 이런 감정도 즉각적으로 내 안으로 들어와 퍼진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비교하는 과정을 통해 내가 만들어낸 감정이다. - P250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은 엄연한 직업이다"라고 토머스 나겔Thomas Nagel은 말한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그 직업에 수십 년동안 헌신한다." - P253

우리는 이를 너무나 당연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아무도 이것이 특별하다거나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각자 자신의 삶을 산다. 하루 24시간을 자기 자신으로 살아간다. 그렇지 않으면 달리 무엇을 하겠는가, 다른 사람의 삶을 살겠는가? 그러나 우리 인간은 한 발 물러서서 자신과 자신이 저지른 삶을 탐구하는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있다. 그것도 모래 더미를 오르느라 사투를 벌이는 개미를바라보는 구경꾼처럼 무심한 경이로움으로 자신이 자신의 개별적이고 특수한 입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환상 없이도 말이다. 인간은 이 모든 것을 ‘영원의 관점‘에서 내려다볼 수 있다. 그리고 그 관점에서 본 광경은 엄숙하면서도익살맞다 - P253

 테스는 희망을 품고 쓴 편지를 연인의 문 밑으로 밀어 넣고,
하디는 그 봉투를 카펫 밑으로 밀어 넣고, 나는 냉장고에 뭐 먹을 만한 게 없는지 살피러 간다. - P259

비교는 울프에게 다른 세계를 욕망하게 만들었다. 이 세계가아닌 다른 세계를 원한 것이 아니라, 이 세계에 더해진 다른 세계를 원한 것이다. 이것 대신 저것이 아니라, 이것 저것이다. 나는다른 세계에 대한 그녀의 갈망이 이 세계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 P263

울프는 ‘제이콥의 방 Jacob‘s Room』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남자 아니면 여자다." "우리는 냉철하거나 감상적이다. 우리는 젊거나 늙어가고 있다." 우리는 유형으로 살아가고, 같은 유형의 사람들과 닮았다. 분류하고 비교하기, 추상적인 범주를 오가면서우리는 세상에서 색깔과 재질의 차이를 지운다. 삶은 그림자들의 행렬일 뿐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왜 그 그림자들을 그토록 열렬하게 감싸 안는지, 그 그림자들이 떠나는 것에 그토록 분개하는지는 오직 신만이 알리라. 결국 그림자에 불과하지 않은가." - P263

그렇다. 그러나 그 무엇에는 그 무엇이 아닌 것을 보는 우리의기이한 능력도 포함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자신이 내지 않은 빛으로 빛나는 달을 본다. 이 사실을 시인만큼잘 아는 이도 없다. 그리고 이 기이한 능력이 선물인 동시에 짐이라는 사실을 시인만큼 잘 아는 이도 없다.  - P270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달이 여기 런던의 러셀 광장을 비추듯이 페르시아도 비추고 있다고 페르시아는 그녀의 연인인비타 색빌웨스트Vita Sackville-West가 두 달 전 배를 타고 향한곳이다. 달은 여기에도 있고, 거기에도 있다. 울프를 비추고, 울프가 사랑하는 여자를 비춘다. 두 갈래 길을 모두 걷는 한 명의여행자가 된다.


이것이 아름다움이 아니라고 한다면, 이것은 아름다움 이상이다. 아름다움이자 상심이다. 살지 않은 삶에서 가장 익숙한감정은 후회와 안도인지 모르나 나로서는 이런 가슴 저리는 아름다움이 가장 마음에 와닿는다. 이것이야말로 중년이 느끼는 자유와 고독이기 때문이다. - P272

과거는 되돌릴 수 없다. 당신의 매 순간은 다른 모든 순간을 배제하고, 심지어 이 사람은 저 사람이 아니며, 심지어 이 아이가 마침내 손잡은 엄마는 한때 자신을 품었던 그 엄마가 아니다. - P281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화려한 살을 입힌 현재를 있는 그대로 제대로 보려고 노력하고, 그 현재를 보면서 참여하는 것이다. 이것이 보나르의 환상이었다면 허시필드는 그것을 공유한다.
아무것도 결코 완성되지 않는다. 원래의 밑그림은 물감을 뚫고떠오른다. 물고기는 저녁 호수의 수면위로 떠오른다. 멍은 피부를 물들이며 올라온다. 우리는 의미와 같은 시공간에 머물지만그 의미를 소유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유심히, 깊숙이 들여다본다. 이름 없는 무언가가 우리의 가슴 안에서 열릴 수 있도록. 우리는 잠시 멈춰 서서 그것을 명확하게 그려내려고 노력한다. 단어들을 반복해서 덧칠하며 손본다. "이것, 이것" 우리는 말한다. 이것. - P281

한순간의 선택이 다른 선택을 배제한다는 자각, 그 어떤 순간도다른 순간을 대체할 수 없다는 자각, 한순간의 의미는 그로 인해 포기하는 모든 것이라는 자각만큼 중대한 깨달음의 순간도없다. 그것이 향상의 순간이다. 아름다움과 중요성은, 젊은 시절은 예외지만, 상실에서 탄생한다. 마지막 자각은 그런 상실에 대한 자각 또한 사라질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 세상이 다시 출발점으로 되돌아올 수 있는지 지켜보는 것이다.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관념은 청소년기의 고통이자 위안의 출처다. 어른이 되어서 얻는 유일한 이득은 그런 가능성의 세계를 포기함으로써 얻은 유일한 정의는 실재, 현실을 인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유일한세계의 진실, 그 세계가 존재하며, 내가 그 안에 존재한다는 것이 주는 고통과 위안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스탠리 카벨ㅡ눈에 비치는 세계 - P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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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6-06 0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나르!💗
저의 최애 화가 ^^

미미 2022-06-06 10:37   좋아요 1 | URL
스콧님 최애 화가라고 하셔서 그림 찾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