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놀이의 해방은 더없이 진지한 문제다. 미국 유색인 여성의 시와 이야기들은 글쓰기, 곧의미화의 권력을 쟁취하는 문제와 반복적으로 관련되지만 이때,
의 권력은 남근적이거나 순수해서는 안 된다. 사이보그 글쓰기는 에덴으로부터의 추방, 곧 언어 이전, 글쓰기 이전, (남성)인간의 등장 이전, 옛날 옛적의 총체성을 상상하지 말아야 한다.
사이보그 글쓰기는 본원적 순수함이라는 기반 없이, 그들을 타자로 낙인찍은 세계에 낙인을 찍는 도구를 움켜쥠으로써 획득하는 생존의 힘과 결부된다.
- P72

글쓰기는 무엇보다 사이보그의 기술로, 20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글자판이다. 사이보그 정치는 언어를 향한 투쟁으로, 완벽한 소통에 대항하며, 모든 의미를 완벽하게 번역해내는 하나의 코드, 즉 남근 로고스 중심주의라는 중심 원리에 대항하는투쟁이다. 사이보그 정치학이 소음을 고집하며 오염을 긍정하고 동물과 기계의 불법적 융합을 기뻐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 P75

 지배되지 않는 주체he One이며, 타자의 섬김에 의해 그 사실을 아는 것이 자아다.  - P77

리들리 스콧 Ridley Scot 의 영화 〈블레이드 러너 Blude Runner〉에 나오는,
리플리컨트.replicant 레이철은 사이보그 문화의 공포·사랑·혼란의 이미지를 상징한다.
- P78

페미니즘 SF를 채우는 사이보그들은 남성이나 여성, 인간,
인공물, 인종 구성원, 개체적 실체entity, 몸의 지위를 매우 문제적인 것으로 만든다. 케이티 킹은 이 소설들을 읽을 때 느끼는 쾌감이 정체성과 거의 관련이 없는 까닭을 설명해준다. 제임스 조이스 James Joyce나 버지니아 울프 Virginia Woolf 같은 모더니스트 작가들에 움찔하지 않도록 단련된 학생들이, 조안나 러스를 처음읽을 때면 《알릭스의 모험 Adventures of Alix > 이나 《여성인간 The FemaleMan)과 같은 소설에서 등장인물이 영웅적 탐험이나 넘쳐흐르는에로티시즘, 진지한 정치를 추구하는 데는 만족하면서도 순진무구한 총체성을 찾기를 단호히 거부하는 것에는 당황해한다.
- P80

서구의 상상력에서 괴물들은 늘 공동체의 한계를 정의해왔다. 결혼을 파괴하고 동물성과 여성으로 전사의 경계를 오염시킨 고대 그리스의 켄타우로스와 아마존은, 그리스 시대 남성 인간의 폴리스라는 세계 중심의 한계를 정립했다. 근대 초기의 프랑스에서 혼란스러운 인간 육체였던 샴쌍둥이와 양성 구유자는근대 정체성 정립의 필수 요소였던 자연과 초자연, 의학과 법학, 흉조와 질병에 대한 담론을 정초했다.36 진화론과 행동과학에서는 원숭이와 유인원이 20세기 후반 산업사회 정체성의 다중적 경계를 표시해왔다. 페미니즘 SF에 등장하는 사이보그 괴물들은 남성Man 및 여성Woman이 등장하는 세속적인 소설과는사뭇 다른 정치적 가능성과 한계를 정의한다.
- P83

적이 아닌 모습의 사이보그 이미지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면여러 결과가 생겨난다. 우리의 몸들, 즉 우리 자신인 몸들은 권력과 정체성의 지도다. 사이보그도 예외는 아니다. 사이보그 신체는 순수하지 않다. 에덴에서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이보그 신체는 통합적 정체성을 추구하지 않기에 종말 없는 (또는 세계가 끝날 때까지) 적대적 이원론들을 발생시키며, 아이러니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하나는 너무 적고, 둘은 오직 하나의 가능성에 불과하다. 기계를 다루는 기술에서 느끼는 강한쾌감은 더 이상 죄가 아니고, 체현의 한 양상이 될 뿐이다. 기계는 생명을 불어넣거나 숭배하거나 지배할 대상이 아니다. 기계는 우리이고, 우리의 작동 방식, 체현의 한 양상이다.  - P83

사이보그와 반려종 각각의 형상은 서로정반대라고 할 수 없다. 둘 다 인간과 비인간, 유기체적인 것과기술적인 것, 탄소와 실리콘, 자유와 구조, 역사와 신화, 부자와빈자, 국가와 주체, 다양성과 고갈, 근대와 근대 이후, 자연과 문화를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함께 묶어준다.  - P120

미토콘드리아는 난자, 즉 모계로부터만 물려받는 세포질을 통해 다음 세대로 전해지기 때문에 부계와는 독립적으로 유전된다. 이 때문에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를 분석하면 모계의 진화사를 추적할 수 있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현존하는 인류의 여성 조상은 총 7명인 것으로 추정되며이들을 "미토콘드리아 이브"라고 부른다. 인류가 지구상 어느 지역에서생겨났는지에 대해서 미토콘드리아를 분석하는 사람들은 인류가 아프리카 지역에서 생겨나 이후 전 세계 각처로 퍼져나갔다고 본다.
- P121

샌디에이고에서 보조생식기술을, 그 후에는 케냐에서 생태보전학과 정치를 연구했던 캐리스 톰슨 Charis Thompson은 "존재론적 안무 ontological choreography" 라는 용어를 제시한다. 존재의 춤을안무한다는 표현은 은유를 넘어선다. 인간이든 비인간이든 모든 존재의 몸은 자기 확실성을 만드는 과정에서 분해되었다가다시 조립된다. 또한 인본주의적이거나 유기체주의적인 이념은, 윤리와 정치에는 물론 개인 경험에는 한층 더, 좋은 인도자가 되지 못한다.
- P125

개는 인간 자신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 아니다. 바로 이 점에 개의 매력이 있다. 개들은 투사 대상도,의도를 구현한 물체도, 다른 무언가의 텔로스도 아니다. 개는개다. 즉, 인간과 의무적이고 구성적이며 역사적이고 변화무쌍한 관계를 맺는 종이다.  - P129

"반려종"은 반려동물보다 크고 이질적인 범주다. 인간의 삶을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만들고 반대로 인간의 삶을 통해 구성되기도 한, 쌀이나 꿀벌, 튤립 및 장내 세균총 같은 유기체적 존재자들을 다 포함하는 범주가 되어야 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 P133

동물들과 함께 살고, 그들/우리의 이야기에 거주하면서 관계의 진실을말하려 애쓰는 것, 진행 중인 역사 속에서 공존하는 것. 이게 바로 반려종의 일이며 반려종에게 분석의 최소 단위는 "관계"다.
- P140

수사(그리스어 tropós)는 방향을 틀거나 발을 헛딛는 것을 뜻한다. 모든 언어는 돌아가고 엇나간다 tripping. 직접적인 의미 같은 것은 없다. 수사 없이 소통할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독단론자밖에 없다.  - P140

이 선언은 은연중에 개와 사람 사이의 관계를 넘어선 무엇과도 관련된다. 개와 사람은 하나의 우주를 형상화한다. 분명사이보그는 기계적인 것과 유기적인 것이 정보 코드 속에 역사적으로 응결되어 있고 경계는 피부 표면보다 통계학적으로정의된 신호 및 잡음 밀도와 더 밀접한 관계가 있다 반려종이라는 분류군과 잘 맞는다. 이를테면 사이보그는 개들에 필요한역사, 정치, 윤리에 관련된 온갖 질문들을 제기한다. 보살핌, 번영, 힘의 차이, 시간의 척도, 이 모두가 사이보그의 문제다 - P143

나는 종 안팎에서 맺어진 모든 윤리적 관계는 관계ㅡ속의 타자성에 대한 지속적 관심이라는 가늘고 섬세하며 질긴 실로 뜨개질한 편직물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하나가 아니며, 함께 살아감으로써 존재한다 - P178

개와 개를 다루는 사람은 훈련의 노동 속에서 함께 행복을 발견한다. 이것은 창발한자연문화의 사례다.
- P180

다른 이와 나누는 애정, 헌신, 솜씨에 대한 열망은 제로섬AN게임이 아니다. 비키 헌이 말한 의미에서의 훈련 같은 애정 행위는, 연쇄를 이루며 창발한 다른 세계들을 배려하는 애정 어린 행위를 낳는다. 이것이 내 반려종 선언의 핵심이다. 나는 어질리티를 그 자체로 특정한 선善이자 더 세속적worldly 일 수 있는 방편의 하나로 경험한다. 즉 좀 더 살만한 세계를 만드는, 모든 규모에 속한 소중한 타자성이 요구하는 바에 더 민감해지는것이다. 늘 그렇듯, 문제는 세부에 있다. 연결 고리도 세부에 있다. 

🐶🐶🐶🐶🐶 - P191

 사랑한다는 것은 세속적으로 되는 것이고 소중한 타자성 및 타자를 의미화하는 것에, 다양한 규모로 지역적인 것과 전 지구적인 것의 층위 속에,
점점 더 뻗어나가는 그물을 통해 연결된다는 것을 뜻한다. - P215

(사이보그 선언>은 이 세상에 사는 나 자신이 이처럼 크고,
작고 거대한 사안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어느 순간 깨닫게 되면서 쓴 글입니다. 바꿔 말해, 나라는 사람은, 2차 대전 이후의 미국 헤게모니와 마찬가지로 이해하기에는 너무 거대하지만, 그 속에서 구축된 우정·정치 · 연애사처럼 피부에 와닿는 경험으로 실감하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뜻입니다.  - P253

DH : 사람들은 적대와 경쟁 같은 개념을 다른 생명체들에게 너.
무 쉽게 적용하는 데 익숙해져버렸어요. 마치 특별한 인간형태화anthropomorphisms가 아니라 [바로 써도 문제없는] 전문 용어인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욕망이나 노동, 우정의 문제를 다룰때는 몹시 나쁜 결과를 불러오는 단어들이죠. 그 구절은 욕망에대한 것이지, 우리 자신에 대한 게 아닙니다.
- P279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2-05-09 09: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엇 많이읽으셨네요!!!

미미 2022-05-09 11:47   좋아요 0 | URL
거의다 읽었어요^^* 팟케스트도 훌륭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