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묶기를 맡은 필의 동생 조지는 형의 충고에 얼굴을 붉혔다. 형이 삯일꾼들 앞에서 그런 소리를 해서 더 부끄러웠다. 조지는 퉁퉁한 몸집에 무뚝뚝하고 점잖은 사내였고, 필은 그런 동생을갈구는 것이 즐거웠다. 아무렴, 남을 갈구는 것이야말로 필에게는 사는 낙이 아니던가! - P12
욕구에 초연한 필을 일꾼들은 얼마나 우러러보았던가! - P14
"나 같으면 그렇게 안 웃을 거요, 선생." 화이티가 툭 던지듯말했다. "필은 선생 같은 사람은 한 쉰 번쯤 너끈히 샀다가 팔았다. 가 할 양반이오, 이 협곡 일대에서는 자기 동생 빼고 아무라도 그렇게 할걸. 나는 필이 우리 가게 의자에 앉는 것만으로도 자랑스럽다고, 아주 어깨가 다 으쓱해." 싹둑 싹둑 싹둑. "필하고 그 동생은 짝꿍 같은 사이요." - P15
필은 둘이 함께 알던 친구들에게 자기가 무슨 장난을 쳤는지 떠올리곤 했다. 짓궂은 해코지였다. 필은 머리가 비상한 학생, 조지는 느리지만 꾸준한 학생이었다. - P15
필과 달리 조지는 독서가가 아니었다. 조지에게는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 같은 주간지 정도가 한계였다. 무슨 어린애처럼, 조지는 동물이나 자연을 다룬 이야기에서 감동을 받았다. 필은 아시아》나 《멘토》,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같은 교양 잡지와 동부의 고상한 친척들이 크리스마스에 여남은 권씩 보내주는여행서 및 철학서를 읽었다.
필은 예리하고 예민하고 호기심이 강한 정신 — 명철한 정신 —— 의 소유자였기에 소를 사러 온 상인이나 외판원을 당황케 했다. 그들은 필처럼 옷을 입고 필처럼 말하는 사람, 필 같은 머리와 손을 지닌 사람은 틀림없이 어리석은 까막눈일 거라 지레짐작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필을 잘 모르던 사람들은 그의 습관과 외모 덕분에 귀족에 대한 자신들의 선입견을고쳐 자기 멋대로 사는 귀족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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