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저렇게 진짜로 중병에 걸린 사람만 동정한단다. 저 펄스라는 사람은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제일 많이 동정받아야 할 사람이야."
윌헬름은 아버지가 사지 멀쩡한 자신에게 경고하고 있다.
는 것으로 이해했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자꾸만 먹어 댔다. - P74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다른 충고들이 흘러나왔다. 만약 지금 자신의문제들과 대면하지 않는다면, 그는 문제의식을 잃어버릴위험마저 있다. 그리고 그렇게 되는 것이 더 나쁘다는 사실을 윌헬름은 경험으로 알고 있다.  - P75

"너는 네 문제들을 너무 크게 만드는 경향이 있어." 애들러 박사가 말했다. "문제를 만드는 것을 필생의 사업으로 해서는 안 돼, 사소한 문제 대신 진짜 중요한 문제에신경을 쓰려무나. 예를 들어 죽을병이나 사고 같은 것에말이야." 그렇게 말하는 노인의 태도는 이렇게 항변하고있는 것이다. 윌키야, 네 문제를 나한테 풀어 놓지 마라.
나를 살려 주는 셈치고.
- P79

윌헬름도 자신이 자제심을 발휘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는 징징거리는 자신의 약점을 잘 알기 때문에 그런 약점을 내보이지 않으려고 애썼다. 또한 아버지의 성격도 잘알고 있는 터라 그는 부드럽게 말을 시작했다. "아버지의말씀 중에 죽음과 관계된 이야기도 있었는데, 사실 무덤이편에 있는 사람들은 나이에 관계없이 모두가 죽음으로부터 같은 거리에 떨어져 있는 셈이에요. 정확히 말해서 제어려움은 새로 생긴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 P79

그녀는 대학을 다시 다녀서 학위를 하나 더 따고 싶다더군요. 그렇게 되면 제 부담이 더 늘겠지만, 그녀가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좋은 직업을 얻게 될 테고, 결국에는현명한 일이 되리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여자는 예전과 똑같이 저한테서 돈을 가져가고 있습니다. 다음에 그녀는 박사가 되고 싶다고 할지도 모르죠. 게다가 그녀는 자기 집안은 여자가 오래 사는 편이라 저는 죽을 때까지 그녀에게 돈을 주고 또 줘야 할 거라는 말까지 하더군요."
- P83

"하지만 제가 말씀 드리고자 한 것은 그 여자를 만나던날부터 전 그녀의 노예로 살아왔다는 사실이에요. 노예해방선언은 흑인들에게만 해당하는 거였어요. 저 같은 남편들은 목에 쇠고랑을 차고 사는 진짜 노예랍니다. "... - P84

그는 생각의 저편에서 흘러나오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결국 인생살이란, 즉 인생의 진짜 임무란, 윌헬름처럼 특이한 짐을 짊어지고 수치심과 무력감에사로잡혀 눈물 맛을 보는 것이다. 이 유일하고도 최고로중요한 일을 행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인생을 사는 것이다.
아마도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야말로 그가 사는 목적이며,
이 세상에 살고 있는 그라는 존재의 본질을 보여 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는 지구에서 실수를 저지르고,
그로 인해 고통받도록 예정되어 있는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비록 그가 자신을 돈이나 찬양하는 펄스 씨나 아버지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고 생각할지라도, 그들은 활기차게 살도록 예정되어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활기차게 사는 것이소리 지르고 고함치고 애걸복걸하는 것보다 낫고, 여기저기 쑤셔 대다 큰 실수를 저질러 인생의 가시밭길에 넘어지는 것보다도 낫다. 

그렇게 애쓰다가 마침내 물밑으로 가라앉아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운수 사나운 일일까, 팔자가편해지는 일일까?
- P97

윌헬름이 입고 있던 꾸깃꾸깃해진 투명한 재질의 레인코트에서 빗물이 뚝뚝 떨어졌다. 커다란 체구 때문에 언제나조그맣게 보이던 그의 셔츠 단추는 한쪽이 깨져 있어서 조각난 진주빛 반달 같았고, 튀어나온 배에 난 굵고 누런 털이 그 사이로 삐져나왔다.  - P103

그는윌헬름을 보자마자, 윌헬름이 스무 번씩이나 하지 않겠다고 거절했던 일을 오랜 고민 끝에 다시 하겠노라 결심하고마는 사람임을 틀림없이 알아챘던 것이다. 은발에, 냉정하고 사무적이며 경륜이 있고 무관심하면서도 관찰력이 날카롭고, 면도를 안 했어도 세련된 그는, 심각한 걱정으로 떨고 있는 윌헬름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창백하고 콧날이 길게 선 지점장의 길쭉한 얼굴 전체가 사물을 감지하는하나의 지각 단위로서 움직였다. 그래서 자연히 그의 눈이감당해야 할 몫이 줄었던 것이다.  - P103

"저도 아버지와의 갈등이 끝나지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분과 합의점에 도달해 본 적이 없어요. 아버지는 제가 느끼는 감정들을 못마땅해하세요, 제 감정들이 탐욕스럽다고 생각하시죠. 저는 그분을 화나게 만들고, 그분은 저를 미치게 만든답니다. 그렇지만 아마도 나이 드신분들은 모두 비슷할 거예요."
- P106

"왜냐하면 이 아버지는 자기 아내가 가족이 다 알고 지내는 남자와 이십오 년 동안이나 관계를 가져 왔다는 사실을 알아냈거든."
"이런, 세상에!" 윌헬름이 말했다. 그는 마음속으로 순전히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엉터리 거짓말!

- P108

내 말을 믿게. 나는 가격이 오르내리는 배후에 작용하는 죄의식과 공격성의 순환 작용을 연구해 왔거든. 그러니내가 거기에 대해 뭔가 알고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나.
자네 옷깃이나 똑바로 하게."

- P110

사람들을 ‘바로 지금 으로 데려와야 해.
현실 세계로, 현재 이 순간으로 말이야. 과거는 우리에게아무 소용이 없어. 미래는 불안으로 가득 차 있지. 오직현재만이 실재하는 거야, 바로 지금, 오늘을 잡아야 해."
- P114

"나는 문학, 과학, 심리학에 관련된 최고의 저서들을 읽지." 탬킨 박사가 말했다. 윌헬름은 그의 방에서 텔레비전안테나조차도 수북이 쌓인 책 더미 위에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고집스키*,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이트, W.
H. 셸던, 그리고 모든 위대한 시인들이 쓴 책들 말이야.
자네는 문외한처럼 말하는군. 자네는 이런 데다 정신을 집중해 본 적이 없잖아."
- P123

자네에게 고통과 결혼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 그런 사람들이 좀 있거든. 그들은고통과 결혼해서 꼭 부부처럼 함께 먹고 자고 하지. 그러다가 즐거움을 알게 되면 자기가 간통을 저지르고 있다고생각할 정도가 된다니까."
- P167

"손해가 심한가?" 롤런드 씨가 말했다.
윌헬름은 제법 냉정하게 말했다. "그리 대단치는 않은것 같습니다." 그는 계산한 종이쪽지를 담배꽁초와 약이들어 있는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비록 잠깐 동안은 울음이 터져 나올까 봐 걱정스럽긴 했지만, 그가 한 거짓말이 그 자신에게 도움이 되었다. 그는 독하게 마음먹었다.
- P176

눈물이 앞을 가려 보이지 않는 윌헬름의 눈에는 꽃과 불빛이 황홀하게 뒤섞였다. 파도 소리 같은 무거운 음악이 귓가에 들려왔다. 눈물이 가져다주는 위대하고 행복한 망각으로 인해 군중들 한가운데에 자신의 몸을 숨기고 있던 그에게 음악 소리가 밀려왔다. 그는 그 음악을 듣고, 흐느낌과울음에서 헤쳐 나와 그의 가슴이 궁극적으로 요구하는 극치를 향하여, 슬픔보다도 더 깊은 심연으로 빠져들어 갔다.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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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2-02-07 10: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유대인 가운데서도
솔 벨로 >>>>>> 필립 로스 ㅋㅋㅋㅋㅋ

미미 2022-02-07 10:42   좋아요 3 | URL
헉ㅋㅋㅋㅋㅋ저도 그렇게 될것 같아요! 뼛속까지 재밌어서 지금 계속 놀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