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에게 생리적·문화적 차이가 있다고 해서 이 둘이 이분법적 관계라는 뜻은 아니다. 미국이 소련의 반대가 아닌 것처럼, 기술이 자연의 반대가 아닌 것처럼, 달이 태양의 반대가 아닌 것처럼, 남성은 여성의 반대가 아니다.
이분법은 차이를 제시하고 조직하는 데 가장 단순하고 환원적이며 흥미가 떨어지는 방식이다. 사회적 이원론은 (항상 한쪽 가치가 정해지고, 양쪽 모두 언제나그 구조에 좌지우지된다는 의미에서) 늘 억압적일 뿐만 아니라 지루하다. 어떤 생명체가 능동-수동, 지배- 복종, 공세-수세, 폭력- 평화 따위의 단어로 자신의 복잡성이나 다른 이들과 자신의 관계를 정확히 제시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단순한 역전이나 통합을추구하기보다 잘못 깔린 판에 놓인 반대 항 사이에서 벌어진 전쟁을 피해 떠나야 한다. 그러고 나서 새롭게 변형된 인간과 정치조직의 기반을 찾아야 한다. ⭐⭐⭐⭐⭐ - P350
인간에게는 누구나 적어도 다음 세 가지 활동에 참여할 능력이 있다. 첫 번째는 존재 자체를 가능케 하는 재생산 능력, 두 번째는 존재를 지속하게 하는 생산 능력, 세 번째는 직접적으로 존재의 생명 유지를 위한 생산이나 존재 자체의 재생산과는 무관하지만 개인적이거나 집단적인 지적·예술적·물리적 노력이다.
마르크스는 인간사에서 두 번째 활동의 중요성을 탁월하게 인식했다. 그 의미가 사회 이론에 너무나 크게 받아들여져서, 마르크스 자신과 그의 추종자들이 나머지 두 활동의 중요성과 그것에 신경 써야 할 필요를 잊을 정도였다. - P353
마르크스가 자유를 정식화할 때, 전면적 통제가 개입고 가한다는 것은 논쟁거리도 되지 않는 사실이다. 이러한 통제는 사실 자연과 인간의 필요에 대한 정복에 가깝다.
게다가 적지 않은페미니스트들이 지적한 것처럼, 자유를 정식화하면서 마르크스는 지배하기에는 기술적 문제가 있고 집단이 소유 · 통제하기에. 도 쉽지 않은 재생산 노동을 혹독할 정도로 무시했다. ⭐⭐⭐⭐⭐ 자유가 신체 너머에, 필요 너머에 놓일 때 삶에 대한 염려는 자유에 짐이 된다. ⭐⭐⭐⭐ - P355
자유가 신체에서의 자유를 뜻하면 욕구와 필요는 궁극적으로 불가능할뿐더러 본질적으로 억압적이 된다. 살아 있는 것은 단순히 그 자신을, 즉 그 삶의 사실을초월하거나 극복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식으로 자유를 구축하면삶에 반대하는 정치가 양산되고, 필요에 대한 행위와 사람을 지배하게 되며, 삶을 자유의 명분이 아닌 도구로 만들게 된다.
베버는 자유에 대해 이렇게 접근하는 태도가 아예 파탄에 이르렀음을 드러냈다. 근대의 권력 체계에서 필요의 통제로서 자유를추구하는 행위는 스스로 전복되었고, 인간은 스스로 만든 지배기구의 톱니 사이에 갇혀 지배받는 존재로 등장한다. ⭐⭐⭐⭐⭐ - P356
결국 필요의 반대편에 있는 자유는 다른 이의 식민화를 전제로 하는 자유의 실천이고, 여성은 그 편파성의 가장 심각한 피해자가 된다.
남성이 자기 자유를 찾기 위해 육체와 필요를 극복하느라 바쁜 사이, 실천적인 면은 물론이고 이데올로기적인 면에서도 남성이 스스로 부정하려던 인간 존재의 일면을 무언가가 흡수해야만 했다
여성은 누가 보든 이를 담을 수 있는 확실한 그릇이었다. 사실 서구 문명의 지배 담론 대부분에서 여성과육체가 거의 동의어라는 것은 이제 널리 알려져 있다. ⭐⭐⭐⭐ - P356
예속적이며 더렵혀지기 쉬운 여성의 지위는 여성이 육체와 동일시되는과정과 철저히 얽혀 있고, 이때 여성의 육체는 개인과 사회를 육체와 정신과 가치 평가하는 또 다른 정신으로 가르는 사회 구조물 내부에 자리한다.
남성은 무엇이든 될 수 있지만, 여성은 생리학에 묶인 존재로서 역사적으로 너무 자주 성적인 측면과 재생산 관련 측면으로 환원되었다.여성이 자연과 동일시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여성의 일상 존재가 생명과 생명에 대한 관심, 즉 출산과 돌봄에 묶이게 된 것도 우연이 아니다. 이런 조합이라면 여성을 정치에 투입하기에 가장 부적절하고 불순한 존재로 보는 것은 그다지 놀랍지 않다. ⭐⭐⭐⭐⭐ - P357
프로이트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욕망을 이미 주어진 어떤 강력한것으로 받아들이곤 한다. 하지만 욕망이 그렇게 나타나는 것은우리가 바로 그 욕망을 추방했기 때문이다. ⭐⭐⭐⭐ 우리는 욕망을 두려워하고 거부한다. 예컨대 우리는 생각을 파악한 뒤 이를 바꾸기도 하지만, 욕망에 대해서는 이를 파악하고 나서도 바꿔 보려는꿈을 절대 꾸지 않는다. - P364
욕망처럼 아예 추방된 것이아니라서, 생각은 이런 식으로 경험된다. 생각에 가능성의 여지가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상당히 익숙한데, 이처럼 생각에 우리를 위한 자유가 깃들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생각을 두려워하지않는다. 우리가 무엇을 추방한다면, 우리가 무엇에 무지하다면, 그 무엇이 우리를 지배할 것이다. 🍭🍭🍭🍭🍭🍭🍭 - P364
철학에서 에로스를 피하던 플라톤이 거기에 폭군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에로스를 적극적으로 다루고 탐구한 소크라테스는 이를 현명함이라고 고 생각했을 것이다. 🍭🍭🍭🍭🍭 - P365
깊이 추궁해 본 적 없는 우리의 공포가 우리를 보수적으로 만들고, 따져 물어본 적 없는 우리의 욕구가 우리를 배고프고 잔인하게만든다. 또한 따져 물어본 적 없는 우리의 갈망이 우리를 만족시키지 않는 대상과 관계에 집착하게 한다. 🍭⭐🍭⭐🍭⭐🍭⭐🍭⭐ - P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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