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어로 말한 건 30년도 더 되었고 글을 쓴 건 20년도 더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이 언어를 모른다. 나는 프랑스어로 말할때 계속 실수를 하고, 사전들의 도움이 있어야 프랑스어로 쓸 수가 있다. 그래서 나는 프랑스어 또한 적의 언어라고 부른다. 내가그렇게 부르는 이유가 또 있다. 실은 이것이 가장 심각한 이유다.
그건 이 언어가 나의 모국어를 죽이고 있기 때문이다.
ㅡ아고타 크리스토프 - P8

한 놈은 어깨에 타고,
한 놈은 팔에 매달리고, 또 한 놈은 내 코앞에서 춤을 추며 뛰어오른다. 몇 놈은 내 양복과 손을 잡아당기고, 뒤에서 소리를 지르고 나를 밀며 내 방까지 쳐들어온다. 그래서 문을 열려고 하면이미 아까부터 들어와서 기다리며 엎드려 있던 아이들이 필사적으로 문을 못 열게 하는 것이다. 이쪽 아이들도 질세라 개미처럼매달려 문을 열려고 한다. 이럴 때 야마다 하루오는 반드시 곁에서 방해를 한다.

(귀여워ㅋㅋㅋㅋㅋ) - P18

그 애는 그 일이 있은 후로 나를 극도로 경원시하는 것 같았고,
좀처럼 다가오지도 않으면서 내 주위를 한층 더 서성거렸다. 혹시 내가 실수라도 하면 한쪽 구석에서 심술궂게 기뻐할 준비를하고 있다는 듯이.
- P23

하늘은 점점 거칠어지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왔다. 등나무 시렁의 이파리가 사납게 흔들렸다.
- P35

그 애는 금방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따뜻해 보이는이불 속에 발을 넣고 목을 움츠려 보였다. 나에겐 그 모습이 더없이 애처롭게 보였다. 그 애의 눈은 빛나고 입가에는 살짝 웃음이번졌다. 완전히 나에게 마음을 연 것이다.  - P37

그 애가 조선인을 볼 때마다 거의 충동에 가까운 커다란 목소리로 조센징이라고 외칠 수밖에 없는 기분을 나는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나를본 최초의 순간부터 조선인이 아닐까 의심하면서도 계속해서 내주변을 맴돌지 않았는가? 그것은 분명 나에 대한 애정일 것이다.
‘어머니 것‘에 대한 무의식적인 그리움일 것이다. 그 애는 어머니에 대한 애정을 나에게 왜곡되게 표현한 것이다.  - P38

점차 바람도 잦아든 것 같았다. 부슬비가 때때로 생각났다는듯 처마를 두들기고 있었다. 
(부슬비의 의인화라니 어쩐지 정답다ㅋ) - P39

‘위선자 녀석, 너는 또 위선을 떨려고 하는구나."
내 곁에서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너도 지금은 근성이 바닥나서 비굴해졌잖아."
- P41

자신이 완전히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아이처럼 비뚤어지지도 않고, 젊은이처럼 광적으로 XX(검열 중에 복자 처리된 부분 - 옮긴이)하지도 않는다고, 하지만 역시 나는 안이하게 비굴을 짊어진 채엎드려 있었던 것일까? 따라서 지금은 스스로를 다그치는 쪽을택했다. 저 무구한 아이들과 조금이라도 거리를 두지 않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 자신을 꼭꼭 숨기려고 오뎅 바에 온조선인과 너는 무엇이 다르다고 할 것인가!
- P42

그래서 나는 이 땅에서 내가 조선인이라는 것을 의식할 때마다 무장해야 했다. 그렇다, 분명히 나는 혼자만의 진흙탕 같은 연극에 지쳤던 것이다.
- P42

사실 나는 그 한베에와 두 달넘게 같은 유치장에서 지냈다. 그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 같다. 그것은 내가 하루오를 정말 사랑하기 때문이다. 순간적으로 이 이질적인 하루오란 아이가 종국에는 아버지 같은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운 예감이 뇌리를 스쳤고, 나는 섬뜩하여 몸이 떨렸다.
- P43

그는 비겁한 폭군이었다. 모두 그를 두려워했지만, 뒤에서는 다들 미워했다. 그는 필요 이상으로 간수의 눈을 두려워하는 대신신입 수감자나 약한 자에게는 매우 난폭했다. 그 중에서 사납게소리치는 것은 그가 가장 잘하는 일에 속하는 것 같았다.
"이 몸은 말이야, 이래 봬도 에도(도료의 옛 이름 옮긴이) 구석구석을 누비던 사람이라고, 까불지 마! 네 놈 같은 좀도둑이랑은 급이 다르니까…."
- P45

한 젊은 남자가 갑자기 그를 향해 재떨이를 던지는 바람에 그는 머리를 맞고 쓰러졌지만, 천장을 보고 누운 채로 반항하듯 낄낄거리며 웃기를 멈추지 않았다. 이명식이라는 젊은이는 임석한 경찰관에게 즉시 상해죄로 연행되었다.

(이미지가 그려져 웃기다ㅋㅋ)
- P76

경박한 여류시인 문소옥은 현룡을 더할 수 없이 존경하고 있었다. 그가 위대한 시의 언어인 라틴어와 프랑스어를 알고 있을 뿐아니라, 그녀가 좋아하는 랭보나 보들레르와 국적만 다를 뿐이라고 굳게 믿었다. 현룡 스스로도 그렇게 큰소리치고 있었다.  - P85

현룡을 보는 그의 눈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현룡은 순간 움츠러들었다. 사실 그는 허울 좋은 애국주의의 미명 아래 숨어 조선어로 쓰는 것은 어리석고, 언어 그 자체의 존재조차정치적인 무언의 반역이라고 헐뜯는 자 중 한 사람인 것이다. 그게 아니라도 이런 순수한 문화적 저술 활동도 조선이라는 특수한사정 때문에 그 본래의 예술정신조차 자칫 정치적인 색채를 띤다고 하여 당국의 오해를 부르기 쉬울 수 있다. 특히 만주사변 이후그 위험은 한층 커졌다. 현룡은 그 틈을 이용하여 애국주의(일본에대한 애국주의 - 옮긴이)를 내세우며 이를 사람들에게 강요해 왔던 것이다. 그래서 얼마나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불안과 초조, 고민의심연에 빠졌었던가! 실제로 이 모임은 현룡 일파의 주장에 대한비판모임이었다. 현룡은 그때 몸을 돌리며 업신여기듯이 말했다.
"조선어라!"
- P90

만사가 이런 식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점점 그를 광인으로 여기며 상대하지 않게 되었다. 그럴수록 그는 뜻하는 바가 이루어지는 것이라 기뻐했고 자신이 진정한 천재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하지만 그의 소질이차츰 노출됨에 따라 결국엔 천박한 저널리즘조차 그의 문장을받아주지 않게 되었고 문화인들은 단결하여 그를 문화권 밖으로쫓아내려고 했다. 이렇게 운신의 폭이 좁아졌을 때부터 그는 술을 마셔도 유도 이야기를 일절 입에 올리지 않게 되었고, 언제부터인가 너야말로 감옥에 처넣어야 한다고 아무에게나 엄포를 놓게 되었던 것이다. 동시에 그는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정평이 났다. 이런 사람에게조차 시국적인 말로 협박을 당하면 벌벌 떨 수밖에 없다니, 그것은 조선의 문화인들에게 얼마나슬픈 일인가!  - P97

"자, 나으리, 사세요. 저는 이걸 팔아서 술을 마시고 뒈지렵니다.
아, 왜 다들 웃는 거죠? 꽃 사세요. 웃지 말고 사세요. - P104

몇몇 문인들과 함께 자리를 만들었는데, 오가타가 30분도 채 지나지않아 현룡에게서 조선인 전부를 보았다고 한 것은 역시 날카로운 예술가의 혜안이라고 찬탄했다.  - P118

햄릿도 아닌데, 날더러 절에 가라는 터무니없는 말을 하니 우습지. 그게 말이야, 비구니들의 절이라면 몰라도 대머리 중들이 있는 데라고. 이보게, 내가 오필리아야?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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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1-09 00: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기 시작하셨군요. 기대가 됩니다~!!

미미 2022-01-09 00:27   좋아요 1 | URL
재밌어요!! 믿고읽는 녹색광선과 새파랑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