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조하건대, 나는 훌륭한 교육을 받았다. 다만 여성을 비롯한사람들이 억압당하고 있다거나, 억압이나 차별이 사람들에게 정신적 외상을 초래한다고 배우지 않았다.
나는 여성해방운동을 통해서야 비로소 그 사실을 배울 수있었다. 대부분의 여성은 동일한 노동에 대해 동일한 임금을 받지 못하고, 이것이 심리적으로나 의학적으로 분명히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열등한 환자가 아닌 사회적정의를 위해 싸우는 동료로서의 여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그들과 이야기 나눠야 했다.
🌟🌟🌟🌟🌟 - P38
여성해방운동에서 강간의 가장 공통적인 특징이 낯선 사람이 아니라 친밀한 사람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을 이해하는 데 몇년이 걸렸다. 강간은 거의 보고되지 않고, 기소되는 경우는 훨씬 드물다는 사실, 강간은 과거 전쟁의 전리품에서 이제는 전쟁의 무기로까지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 - 알제리, 보스니아, 르완다, 수단 같은 곳에서 말이다 - 을 이해하는 데 수년이 걸렸다. 오늘날에도 성희롱이나 성차별 혐의를 제기하는 여성들은때때로 못 믿겠다는 반응을 얻거나 비난을 받는다. 나아가 정신적인 충격에 대해 비정상적으로 과민반응을 보인다는 응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 P39
라틴아메리카 출신의 가톨릭 신자 또는 아시아계 여성들은강간을 매우 수치스럽게 여기기 때문에 자신이 강간당했다는사실을 말하지 못한다. 그런 경험이 있는 여성은 자신의 상황을조절하지 못해 감정적으로 무너지게 돼도 강간과 자신이 처한상황을 결부시키지 않을 것이다. 자신을 겁탈한 남자가 같은 인종이거나 가족 구성원 중 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녀는 인종차별적인 형사법 제도에 가해자를 희생시키고 싶어 하지 않는다. - P43
대다수 여성은 자기 자신의 욕구를 부차적인 것으로 여기는 반면, 어떤 남성이든 간에 (폭력적인 남성까지 포함해) 남성의 욕구는 1차적인 것으로 생각하도록 훈련받는다. - P43
1997년의 한 연구에 따르면 뉴욕에서 살해당한 여성의 78퍼센트가 집에서, 남편이나 남자친구처럼 안면이 있는 사람에 의해 살해당했다. - P44
치료사가 환자와 성관계를 가지는 것은 비윤리적이다. "한번 환자는 영원히 환자이며 한번 심리치료사는 영원히 심리치료사"라는 말이 널리 유행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1950~60년대에 당대의 일류 정신분석가 중 다수가 불안으로고통받고 있는 아름답고 지적이면서도 매혹적인 자신의 환자와 결혼했다. 그들 중 일부는 결혼생활을 잘 유지했지만 일부는그러지 못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그런 결혼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 P44
프로이트와 그에게 동조하는 사람들은 ‘전이‘와 ‘역전이‘를 조심스럽게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담 과정에서 내담자(피분석자, 환자)가 상담가(분석가)에게 특정 감정을 느끼는 것을 ‘전이‘라고 하고, 반대로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감정을 느끼는 것을‘역전이‘라고 한다. - P45
나는 프로이트가 천재라고 생각한다. 많은 중요한 부분에서 그는 옳았다. 무의식적 동기는 존재하고, 증상과 꿈은 해석될 수 있으며 ‘대화 치료(talking cure)‘는 유효하다(말하고 듣는 치료법은 프로이트의 환자였던 안나 오(Anna 0.)가 제안한 것이었다. 베르타 파펜하임이라는 본명을 가진 그녀는 부유한 정통 유대인으로, 후에 페미니스트이자 반나치 운동가가 되었다).
하지만 여성의 마조히즘과 남근선망에 대해서는 틀렸다.또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잘못 이해했다. 유대계 그리스도교나 이슬람 문화에서 실제로나 심리적으로나 죽임을 당하는쪽은 아들이지 아버지가 아니다. 프로이트는 어머니와 딸의 관계를 이해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도 이해하지 못했다. 천재 프로이트도 자기 시대의 가부장제를 초월하지 못했던 것이다. 누군들 자기 시대를 초월할 수 있겠는가!
🌟🌟🌟🌟🌟 - P46
프로이트가 발견한 것들 또는 무의식 · 부인 · 억압 · 투사 ·꿈의 해석 등 그가 만든 개념들이 대중화된 것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할 의도는 없다. 하지만 사실상 프로이트의 이론은 대단히다양한 이유로 대중화되었다. 프로이트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간에 프로이트의 이름으로 대중화된 이론들은 시대에 가장역행하는 제도권 정신과의사들을 지지하는 데 이용되었다.
남녀를 막론하고 일부 분석적인 환자들은 프로이트의 이론으로 부터 자기 자신에 관해 소중한 것을 배운 반면, 미국에서 프로이트 이론에 고취된 요법들은 기독교적 교리를 강화하거나 여성에게 내재된 잠재적 페미니스트로서의 정치적인 열정을 하나하나 절단하는 데 이용되었다.
사회사업가이자 학자인 응징가 샤카 줄라 (Ninga Shaka Zula)는 "의사는 종종 지배문화를 수호하는 부드러운 경찰이다"라고 주장했다. 자기 삶에 관한 정신분석학적인 이해가 잠재적으로는 해방적이라고 하더라도(나는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정신분석치료 그 자체만으로는 정신적 외상이나 인간 본성을 극복할 수없다. 심리적인 상처의 회복이 고립 속에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 P47
성 고정관념은 대부분의 가정에서 여전히존재하고 있으며 부모의 아동학대 역시 계속되고 있다. 근친상간과 가정폭력은 전염병처럼 퍼져 있음에도 점점 더 비정치화되어 왔다. 🌟🌟🌟 - P47
나는 텔레비전과 같은 매체를 통해서 이뤄지는 감정 호소에 반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텔레비전은 그것이 없었더라면 사실을 완전히 잘못 알거나 고립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을 교육하는 기능을 종종 하고 있다. 낮 시간대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초기 페미니즘 의식화 그룹의명맥을 잇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정치적인 관점은 없다.
이런 정치적인 관점의 실종이 과소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 - P48
강제로 억눌린 생활이 누적되면 삶에 대단히 해롭다. 그 대가는 불안·우울 · 공포 · 자살 시도 · 섭식장애 그리고 알코올중독 · 약물중독 · 고혈압·심장병 등과 같이 스트레스와 관련된 질병으로 나타난다. 이 모든 것을 이해하고 극복하는 것이 하나의과정이다. 일시적인 ‘푸닥거리‘는 이 과정에 비견할 수 없다. 수많은 여성 - 교육을 받았건 안 받았건, 직업이 있건 없건간에 - 이 여전히 ‘식민화 된 것처럼 행동한다. 많은 나라에서식민화는 심리적으로만이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이루어진다는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
- P48
심지어 스스로 페미니스트 구세주라고 자처하는이들도 여성을 구원할 수는 없다. 여성 스스로 자신을 구원하지않는다면 말이다. 자기애(自己愛)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토대가 된다.
🌟🌟🌟🌟🌟🌟🌟🌟🌟🌟 - P57
라빈은 문화가 젠더만큼 중요하며, 정신건강 전문가들이누군가를 돕고 싶다면 문화를 감안해야 한다고 말한다. 더군다나 그 누군가가 비서구권이나 농촌에서 성장했다면 말이다. 라빈과 동료들의 견해는 전적으로 옳다. 그들의 관점에서 젠더, 계급, 인종, 출생지, 세대, 씨족 집단, 부족, 종교, 이주자로서의지위는 살아 숨 쉬는 누군가, 특히 곤경과 고통에 빠져 있는 누군가를 이해하는 데 있어 모두 고려되어야 한다. - P60
1970년대에 처음으로 내가 이 책을 쓰기 시작했을 때 페미니즘 심리학 이론은 거의 없었으며, 사실상 페미니스트 심리치료사도 전무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도처에 있다. 페미니스트들은 저널, 지역사회 네트워크, 학회, 워크숍 등을 만들었다. 워크숍 프로그램의 방향은 정신분석적이기도 하고 반정신분석적이기도 했다. - P62
전쟁에서 적군의 포로로 잡힌 남성이 겪는 공포는 가정에서 폭력적인 가정 내 감금 상황에 놓인 여성이 겪는 고통의 정신적 외상과 유사하다. - P64
페미니스트로서, 우리는 여성과 남성 모두 여러 학대로부터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 역시 알게 되었다.
그들을 믿어준다면, 다른 사람들이 그들을 대신해 분노해준다면, 다른 사람들이 그런 학대를 비난하면서 중지시키려고 노력한다면, 그들 은 살아남을 수 있다.
강간을 비롯한 여러 형태의 폭력의 희생자들은 실제로 저질러진 범죄보다도 그 당시 선량한 사람들이해주지 못한 것들 때문에 더욱 크게 상심한다.
하코보 티머만(Jacobo Timerman)은 이렇게 표현했다. "아르헨티나의 ‘이름 없는정치범‘과 고문 희생자들과 ‘대학살‘은 희생자의 숫자보다는침묵의 크기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나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반복된 침묵이다." 태만의 죄는 직접적인 범행의 죄보다 심리적으로 더욱 크게 경험된다.
자신의 딸이나 아들이 근친상간을 당하고 있는데도 옆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관하는 부모는 가해자보다 더 증오스러운 법이다.
🌟🌟🌟🌟🌟🌟🌟🌟🌟🌟 - P66
어떤 여성은 정신적 외상을 넘어설 수 있지만 어떤 여성들은 그렇지 못하다. 강간과 구타의 희생자 중 상당수는 페미니스트들의 지지와 충고를 원하지만, 일부는 그런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일부 여성은 구원되기를 원하지만, 또 다른 일부는 너무나 상처가 심해서 자신을 구원하는 일에 참여할 수도 없다.
(여성 연대와 지지의 필요성ㅠㅠ) - P68
페미니스트 의사 E. 키치 차일즈(E, Kitch Childs)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돌봐아 할 도덕적인 책임이 있다. 유색인 여성은 소수가 아니다.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다수에 속한다.
미국에서 우리 흑인 여성들은 자신을 보살피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전혀 새로운 차원의 의식화 집단과 네트워크가필요하다. 우리는 서로에 관한 신랄한 감정을 서로에게 터놓고이야기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의 에너지를 해방시킬 수 있을 것이다."
🌟🌟🌟🌟🌟🌟🌟 - P69
가부장제에서 어머니는 권리는 없고 의무만 있다 - P73
피비 데이비스는 "친절이 나의 유일한 약이었다"고 썼다(1865) - P76
내가 입원해 있으면서 간절히 원했던 것은 (1) 자유, (2) 의사표시, (3) 사생활, (4) 정상적인 교제, (5) 사적인 편지와 검열 받지 않는 답장, (6) 유용한 취미, (7) 놀이, (8) 지적인 사람과의 교류, (9) 그림, 경치, 책, 좋은 대화, (10) 식욕을 돋우는 음식이다.
ㅡ마거릿 이사벨 윌슨 - P77
자유와 정의는 정신건강에 기적을 행한다. 지크문트 프로이트의 악명 높은 질문 ‘여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나는이렇게 대답하고자 한다.
초심자들을 위해서, 그리고 특별한 순서 없이 언급해보겠다.
여성은 자유, 음식, 자연, 은신처, 여기시간, 폭력으로부터의 자유, 정의, 음악, 시(詩), 탈가부장제적인가족, 공동체, 만성적이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을 앓고 있을때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 함께하는 온정 어린 지원, 독립책, 육체적 (성적)인 쾌락, 교육, 혼자일 수 있는 시간,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능력, 사랑, 윤리적인 우정, 예술, 건강, 존엄한 고용, 정치적인 동지를 원한다.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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