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였다. 지금껏 내가 만난 최고의 문장은, 나는 오늘도 너라는 낱말에 밑줄을 긋는다. 너라는 말에는 다정이 있어서,
진심이 있어서, 쉴 자리가 있어서, 차별이 없어서, 사람이있어서 좋았다. 나는 너를 수집했고 너에게 온전히 물들었다.
- P4

바쁘다고 핑계를 대고 만나주지 않는 사람과 바쁘더라도 흔쾌히 시간을내주는 사람의 차이가 관계의 진정성을 가른다. 시간이야말로 확실한 진심의 지표다.
- P20

우리 모두는 시간앞에서 유한한 존재들이다. 내가 가진 시간의 양이 목숨이다. 그러므로 내가 누군가에게 시간을 내고 있다는 말은 내목숨의 일부를 내주고 있다는 의미다.  - P20

모두에게 인정받고 인기를 얻으려고 목숨을 분산하지 마라. 정말 소중한 사람에게, 내 진심을 알아주는 사람에게 목숨을 내주어라. 그렇게 진실해지고 깊어지기를 원해라. 그래야 목숨이 흩어지지 않고 집약되고 축적된다. 그 집약과 축적의 관계를 사람들은 막역한 사이라거나 베스트 프렌드라거나 단짝이라거나 삼총사등과 같은 말로 부른다.
- P21

믿음은 바라는 것이 아니다. 믿음은 자신의 마음을 지켜보는 것이다. 나의 유익과 기대 때문에 누군가를 힘들게 하거나 자신을 옭아매게 해서는 안 된다. 믿음은 내 마음을 지키고 다스리는 일이다. 나의 욕심을 잠그는 일이다.
- P25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의 일들 때문에 어떤 이들은 숨은 뜻을 찾아 순례를 떠나고, 어떤이들은 은유법을 배워 시를 쓰고, 어떤 이들은 눈물바다를응고시켜 소금을 만든다.  - P28

"권총으로 빵 쏘아 죽이는 그런 건 아니에요. 제 마음속에서 죽이는 거예요. 사랑하기를 그만두는 거죠. 그러면 그 사람은 언젠가 죽어요.

ㅡ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중에서 - P30

제제의 말이 맞다. 사람은 자신의 운명으로 사는 게 아니다. 타인의 가슴속에서 죽으면 죽는다. 목숨의 길이는 생명공학 기술에 달려 있을지 모르지만 목숨의 깊이는 사랑의화학에 달려 있다. 누군가 당신을 흔드는 말을 한다면, 마음깊은 곳에서 천둥소리가 들린다면 그것은 다른 목숨 하나가 결합을 시도한 것이다. 떨림이 있고 울림이 있고 열이 나고 빛이 난다면 의심할 바 없다. 그것은 분명하고 진짜다.
- P32

넓게 보면 각 나라, 각 부족의 언어는 그들의 은어다. 그들을 다른 세계와 구분하는 중요한 징표이고 그들의 세계관을 반영한다. 우주적 차원으로 본다면 별들 하나하나가다 은어다. 반대로 미시적 차원에서 생각하면 사람들 각자가 쓰는 말들도 다 은어다.  - P35

매혹적이지 않는가. 은어처럼 맑은 자갈돌 속에 숨는 말이 그대와 나 사이에 있다는 것. 우리 둘이서만 알아듣고 붉어지는 은어가 있다는 것, 시니피앙과 시니피에가 분리되지 않은 궁극의 언어가 있다는 것.
- P37

외로움이 타인과의 관계, 외부적 관계에서 오는 감정이라면쓸쓸함은 나와의 관계, 내부적 관계에서 오는 단절이다. 고독은 단절의 감정이 아니라 몰입의 감정에 가깝다. 몰입은중심에 집중하기 위해 주위를 거두는 상태이다. 고독은 고독을 뺀 나머지 모두를 소거한다. 그렇게 고독이 팽창하면혼자의 존재가 있음으로 가득해진다.
- P41

혼자 있을 줄 안다는 것은 자신을 돌보고 아낄 줄 안다는뜻이다. 혼자일 때도 완전히 혼자가 되지는 않는다. 그리워하느라 미워하느라 밀어내느라 누군가와 있기도 한다. 치열하게 자기를 부정하고, 애써 자기를 긍정하느라 사투를벌이는 혼자도 있다. 그래서 혼자가 되면 약해지고, 또 강해진다. 고독은 어쨌든 강렬하게 나를 느끼는 것이고, 그런 혼자의 느낌은 살아 있는 동안의 ‘선물‘ 이다.
- P41

인간의 이성으로는 인간을 이해할 수 없다. 그것이 사랑의감정이라면 더더욱 불가사의한 비합리와 비과학의 영역에있다. 차라리 우주를 이해하려고 덤비는 게 낫지 사랑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무모하다. 이해 불가한 것은 그냥 수용하거나 인용(認容)하거나 둘 중 하나다.
- P44

성격, 체질, 가치관, 식습관, 감수성, 말투, 취향 등등 모든것이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다른 것이 정상이다. 우리는왜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가. 익숙한 여기와 다르기 때문이다. 여기와 다르지 않다면, 가서 보고 먹고 자고 만나고느낄 이유가 없다. 온갖 불편과 위험을 감수하고, 돈과 시간을 써가며 여행하는 이유는 여행이 다른 세계의 새로운 맛을 경험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 P45

"말은 관계야. 관계의 핵심은 사람이고, 나는 내 필요보다상대를 먼저 생각하면서 말해, 말에 사람이 들어 있으면 금이고, 사람이 빠져 있으면 똥이야. 내가 무엇을 말할까가 아니라 이 사람에게 어떤 힘을 부여할까가 우선이야. 자부심,
자존감, 쓸모, 존중받는 느낌, 이런 게 다 힘이거든. 자기에게 힘을 주는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 P52

백 마디의 좋은 말 보다 나쁜 한 마디의 말에 자신의 기분을 온통 맡겨버릴 때가 있다. 이것은 생의 낭비다. 내면의 평화를 연습하지 않으면 인생은 악마의 말 한마디에도 함락될 수 있다. 인간은 우주 정거장을 건설할 수 있지만 자기 안의 감정과 마주할 탁자 하나 들여놓기가 어렵다.
- P69

인간은 침묵으로도 말한다. 말하기보다 침묵을 지킴으로써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경우도 있다. 말을 응축하고 닫음으로써 그 어떤 말보다 더 깊게 각인시킨다.
- P69

자주 생각하는 방향으로, 마음을 기울인 대상을 닮은 모습으로 삶은 물들게 마련이다.  - P70

우리는 하는 일, 하는 생각, 하는 말에 거의 모든 에너지를 쏟고 신경을 집중한다. 어쩌면 인생은 하는 것이 아니라하지 않는 마음, 하지 않는 말에 진면목이 있는지도 모른다.
사랑하기 때문에 무언가를 하지 않는 것. 사랑을 증명하기위해서 좋아하는 무엇을 하는 만큼, 싫어하는 무엇을 하지않는 것. 그 깊은 마음은 사랑을 그윽하게 만든다.
- P74

"너, 무슨 일이 있나 보구나. 거기가 어딘데?"

가슴어는 점점 사어가 되어가고 있다. 가슴어가 사라져가는 이유는 서로 자신의 말만 하고 상대의 마음을 듣지 않기 때문이다. 가슴어란 말하기보다 듣기가 훨씬 중요한 언어다. 가슴어는 일상어와 같은 어휘를 써도 의미가 완전히다르고 반어법에도 능숙하다. 사랑하는 사람이 메뉴를 고를 때 아무거나‘ 라고 말하면, 이는 ‘내가 늘 좋아하는 그것‘
이라는 의미다. 그 사람이 ‘아무렇지 않아, 괜찮아‘ 하고 말하면, 그것은 괜찮지 않아, 나 좀 봐줘‘라는 뜻이다.
- P86

묵언은 어떻게 말할까를 배우는 과목이다. 성내지 않고들뜨지 않고 참답게 말하는 궁극의 언어다. 마음의 말에 닿으려고 수행 푯말을 내건 사람들이 저 안에 있다. 돌아서 나오면 절 마당 어귀의 후박나무도 배롱나무도 묵언 수행 중임을 눈치채게 된다. 법당 처마에 달린 풍경도 공양간을 드나드는 방문객도 구름처럼 고요를 연습하고 있다.
- P92

관행이란 해오던 대로 관례에 따라서 하면 되는 편리함이 있지만, 따지고 보면 ‘생각하고 싶지 않음‘을 실토하는말이다. 원칙이란 것도 그렇다. 한번 정해지면 바꾸기 어렵고 행동을 제약한다. 처음 생겨날 때 원칙은 하나의 점이 아니라 하나의 원이었을 것이다.  - P94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은하수가 흐르고 사막을 건너는낙타가 보인다. 나는 지류의 물들을 모아 흘려보낸다. 선인장들이 붉은 꽃을 피워 올리고 체온 같은 별이 돋는다. 오목한 작은 우주, 나의 손.
- P121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1-11-23 15: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23 15: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1-11-25 15: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주 생각하는 방향으로, 마음을 기울인 대상을 닮은 모습으로 삶은 물들게 마련이다. - P70
정말 그런 것 같아요. 그러니까 무엇을 생각하며 사느냐가 중요해져요. ^^

청아 2021-11-25 15:42   좋아요 1 | URL
네! 그런 의미에서 생활이 삶 전체를 반영한다는 문장도 있었는데 좋았어요. 거창하고 먼 가치들이 아니라 일상에서 많은 것들이 드러난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