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비하, 낙인, 협박은 개그 소재의 영역일까, 사회적문제의 영역일까? 아이들이 이것들을 무비판적으로 흡수할때 어른은 문제가 없다고 해야 할까, 문제를 정정해 줘야 할까? 어른들이 우스갯소리만 하다 해결하지 않은 문제들은 결국 아이 옆에서 농담의 모습으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 P35
남아가 주인공인 만화와 드라마에서 변신은 순간적 역량 증진(슈퍼 파워)을 의미하지만, 여아 주인공은 아름다운 여자로 변신한다면 현실 세계의 소녀들은 자신의 무엇을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할까? - P37
마지막 화에서 나라는 차경으로부터 예뻐졌다는 말을 듣고 밝은 미소를 띤다. 나라는 이곳저곳을 활보하며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나서는 주체적인 인물이지만, 그는결국 남성 인물로부터 평가받고 재단된다. 이런 외모 채점이지나치게 자연스러운 나머지 또 다른 프로그램에서 "네가 살을 못 빼는 건 게을러서야.", "(선글라스) 다시 써. 아, 징그러워." 같은 말을 할 수 있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지독한 농담의 세계를 연결하는 데 투니버스가 일조하고 있다. 모든 문제가 투니버스에서 비롯했다고 단언할 순 없지만, 이러한 콘텐츠를 선별하고 제작하고 방영하는 긴 시간 동안아무도 문제를 알아차리지 못했다면 어린이 전용 채널이라는 존재 목적에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세상은 갈수록 교묘하고 치졸하게 아이들을 위협하는데 방송국은 그것을 감지할 근육을 키우지 못한 것이다. 꽃으로 때리는 것도 문제인데, 어떻게 억지로 실실 웃게 하는 독버섯이 문제가 아닐수 있을까. - P38
가부장제는 여자가 여럿 모이면 서로 시기하고 질투하기바쁘다는 말로 여성의 연대를 쉽게 끊어놓았다. 여자들은 의리가 없고 꼭 자기보다 안 예쁜 친구만 사귄다는 말을 여기저기 흘려두면서, 출처 모르게 널리 퍼진 말마따나 여자들도 자신의 적을 여자로 받아들이던 시기가 있었다. - P55
더 많은 여성이 TV 앞에 등장해야 하는 많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영지가 맨스플레인과 타인의 평가를 대하는 유연한 태도가 파급력을 타고 또 다른 동성친구들에게, 혹은 더 어린 여자아이들에게 가닿기 때문이다. 물론 응수를 잘 못하더라도 그것이 피평가자의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공격을 받아칠 전략이 다양하다는 것을 아는 것과모르는 것에 큰 차이가 있는 법이다. 심지어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것을 이영지는 스스로 터득해 보여주었다. 저 또박또박한 발음과 우렁찬 목소리로, 힙합이 저항 정신에 비롯한문화라면, 이영지는 자신의 존재로서 힙합을 증명한 셈이다. - P66
‘지속가능발전소‘에 따르면 네이버의 경우 2021년 3월 기준, 여성 임원 비율은 14.29%이고, 전체 직원 대비 여성 직원의 비율은 35.94%다. 두 지표 모두 업종 평균인 각각3.1%와 28.99%보다 높게 나타났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 P89
(신입사관 구해령 속 사총사)
이 사총사는 글을읽고 쓸 줄 아는 양반집 규수인 데다가, 심지어 송사희는 이조정랑의 맏딸이고 허아란은 집이 99칸인 한양 제일가는 부잣집 자식임에도 남성중심 세계에 발 좀 들였더니 곧장 이런취급을 받는다. 가문과 사회적 지위, 명성이나 재력 따위와상관없이 모든 계층의 여성들은 동일하게 차별을 맞닥뜨려야만 했고, 어떤 이유로든 피할 길이 없었다. 그리고 이어지는어딘가 몹시 익숙한 양시행 봉교(정칠품 벼슬)의 말, "성균관을 다녀봤어야 알지. 평생 방 안에서 자수나 놓던 것들이 뭘알겠냐?"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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